하동화력발전소 5km 반경 내 주민들 호흡기 질환 진단율이 무려 ‘15.4%’
신 사장 취임 후 경영 실적 악화 일로…지난해 영업이익 전년比 크게 줄어

부산 국제금융센터 4층에 위치한 한국남부전력 본사 내부 [정두현 기자]
부산 국제금융센터 4층에 위치한 한국남부전력 본사 내부 [정두현 기자]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지난해 10월 열린 제21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한국남부발전(사장 신정식)의 하동석탄화력발전소가 인근 주민들의 건강 악화 논란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석탄화력발전소는 문재인 정부의 ‘친환경 뉴딜 프로젝트’와는 거리가 멀다는 인식이 팽배한 만큼, 여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질책이 이어졌다. 이 밖에도 남부발전은 신정식 사장의 비위 의혹, 실적 부진, 발전자회사 외주 근로자 사고 위험성 등에 대한 질타와 해명 요구가 이어지면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국내 5대 발전사 중 하나인 남부발전은 국가 전력에너지 수급 관리와 발전 사업을 관장하는 등 국가적 차원에서 엄중한 관리감독이 요구되는 공기업인 만큼, 지난 국감에서 제기된 현안들에 대해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번 호에선 지난해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 피감기관인 한국남부발전의 개선점을 파헤쳐 봤다.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1대 국감에서 한국남부발전의 하동석탄화력발전소의 환경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면서 “전문 연구기관에서 조사된 데이터에 따르면 하동석탄화력발전소 인근 주민들은 암 등 복합질환을 앓을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며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남부발전은 해당 사안을 깊게 들여다보고 주민들의 민원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 강구해 달라”고 촉구했다.

당시 신정식 남부발전 사장은 국감에서 주민 건강 문제, 환경 문제 등을 조속히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후에도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남 하동군 금성면에 위치한 하동화력발전소는 총 공사비 4조1937억 원을 투입해 설립한 석탄 전소형 발전소로, 시설 용량 400만㎾(50만㎾×8호기)이며 부지 면적 280만1477㎡에 이른다. 발전소 인근 5km 이내에는 하동군 금성면, 금남면, 고전면과 남해군 설천면, 고현면이 위치해 있으며, 발전소 공해로 지역 내 주민들 사이에서 각종 호흡기질환 사례가 해마다 속출하고 있어 문제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맑고 화창한 날씨를 보이고 있는 1일 오전 경남 남해군 설천면에서 바라본 하동화력발전소 굴뚝에서 뿌연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뉴시스]
맑고 화창한 날씨를 보이고 있는 1일 오전 경남 남해군 설천면에서 바라본 하동화력발전소 굴뚝에서 뿌연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뉴시스]

하동화력발전소 인근 주민 질병 발생...대기질 정화설비 마련 필요

지난해 국감 이후에도 여전히 하동석탄화력발전소 인근 거주민들은 발전소 때문에 암과 복합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며 역학조사 실시, 건강검진비와 의료비 지급, 민관 환경협의체 구성 등을 요구하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이 하동화력발전소 주변 마을의 호흡기질환(천식 등) 진단율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발전소로부터 3km 이내 거주하는 주민에게서 무려 15.4%로 나타났으며, 반면 10km 밖의 거리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서는 호흡기질환 진단율이 3.9%인 것으로 나타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발전소 초근접권(3km 이내)에서 살고 있는 주민들은 외지 거주자들에 비해 무려 4배가량 높게 호흡기질환 위험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

경남 하동군 금성면에 거주하고 있는 A 씨(42세)는 “2년 전 천식 질환이 있다고 진단 받았다”며 “남부발전 측이 대기질 개선 및 환경문제 개선을 위해 최첨단 시설을 갖췄다고는 하지만 주변에서는 천식, 만성폐쇄성폐질환, 자극성 결막염, 비염 등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계속 생겨나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지역주민들 사이에선 발전소 주변 지역에 지원되는 기금이 건강검진비 지원이나 이주기금 조성, 소득증대사업 예산으로 집행되지 않고 경남 하동군의 행정비용으로 쓰이고 있다는 의혹이 끊이질 않고 있다.

발전소 인근 지역주민들로 구성된 사천남해하동석탄화력주민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일요서울과 통화에서 “남부발전 측은 외부로 유출되는 각종 유해물질을 정화할 수 있는 정화설비를 보완해 달라는 지역주민들의 절실한 요구에 여전히 묵묵부답”이라며 “발전소 지원기금의 상당 부분이 온전히 지역주민들의 건강기금으로 사용되지 않고 하동군청의 행정비용으로 새어나가는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가 시급하다”고 꼬집었다.

이에 남부발전 한 관계자는 “오는 2025년까지 하동석탄화력발전소의 대기오염시설을 개선하기 위해 2777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라며 “2033년에 하동석탄화력발전소 발전설비 8기 가운데 6기를 액화천연가스로 전환시킴으로써 지역주민들의 불편과 건강 문제를 조속히 해소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금과 관련해선 “지원금의 경우 하동군청 소관이라 답변이 곤란하다”고 밝혔다. 

연이은 ‘실적 부진’에도 사장 연봉은 고공행진…공기업 ‘모럴해저드’ 지적

남부발전은 최근 수년에 걸쳐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신 사장 취임 직전 해인 지난 2017년 남부발전의 영업이익은 2662억 원이었다. 그러나 신 사장 취임 이후인 2018년 영업이익은 1861억 원으로 2017년 대비 801억 원이나 줄었다. 지난 2019년 영업이익은 1519억 원으로 전년 대비 상승했으나 신 사장 취임 이전 수준엔 크게 못 미쳤다.

당기순이익도 흐름은 크게 다르지 않다. 2017년 남부발전의 당기순이익은 915억 원에 달했다. 2018년 당기순이익은 951억 원으로 2017년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으나 2019년엔 당기순손실 342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남부발전이 순이익 면에서 적자를 낸 것은 최근 6년 사이 처음이다.

남부발전의 경영실적은 지난해에도 감소세를 이어갔다. 본지가 금융감독원 기업공시를 통해 지난해 3분기(누적) 남부발전의 경영실적을 자체 분석한 결과, 지난해 남부발전의 3분기 매출은 3조2200억 원으로 전년동기(4조 원) 대비 약 8천억 원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의 경우 지난해 3분기 누계 715억 원으로 전년 동기(2030억 원) 대비 약 1300억 원이 줄었다. 당기순이익도 지난해 3분기 누적 221억 원으로 전년 동기(472억 원)와 비교해 약 250억 원가량 줄었다.

남부발전의 수익 악화는 문재인 정부의 ‘탈(脫)석탄’ 정책에 따라 구입 단가가 높은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의 비중을 늘렸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해당 기간에 LNG 연료비가 급등하면서 전력 구입비가 크게 증가했다. 또 2019년 전기 판매량이 전년 대비 12% 가량 줄면서 영업이익은 더욱 악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이렇듯 남부발전의 수익성은 날로 악화되고 있지만 남부발전 대표의 연봉은 해마다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신 사장이 취임하기 전인 2017년 윤종근 전 사장의 연봉은 기본급 1억2967만 원, 상여 8558만 원 등 총 2억1524만 원이었다. 그러나 신 사장의 연봉은 전임 사장보다 더 많은 금액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신 사장의 연봉은 ▲2018년 기본급 1억3662만원, 상여 8558만원, 총 2억2220만원 ▲2019년 기본급 1억3743만 원, 상여 1억1476만 원, 총 2억5219만 원 등으로 조사됐다. 해마다 실적 하향세가 뚜렷해지는 와중에도 공기업 대표의 연봉은 지난 2019년까지 꾸준히 올라 공기업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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