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전당대회가 오는 5월 9일 열린다. 차기 전당대회에서 뽑히게 될 새 당대표는 2022년 3월 대선과 6월 지방선거를 진두지휘하게 된다. 유력한 후보군은 송영길, 우원식, 홍영표 의원 세 명으로 압축된다.

5선부터 4선에 이르는 이들 중진(重鎭)은 이미 물밑 경선준비를 치열하게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여당보다 더 발 빠르게 대선 준비에 돌입해야 하는 보수 야당인 국민의힘은 전당대회가 열릴지 말지도 모르는 모호한 상태다. 물론 4월 7일 서울·부산 보궐선거에 당의 명운을 걸고 있는 상태라 보선에 올인하느라 전당대회 일정이 뒤로 밀릴 수 있지만, 그것은 이유가 될 수 없다. 정권과 당의 명운을 거는 것은 오히려 여당이 더 절박하기 때문이다.

3월 23일 오세훈·안철수 야권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가 마침내 오세훈으로 이뤄졌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5월 말이든, 6월 초든 전당대회 일정을 하루빨리 제시해야 한다. 그것이 당원과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예측 가능한 정치를 해야 4.7 보궐선거 득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미 김종인 위원장은 “4.7 보선 이후에 자연인으로 돌아가겠다”고 여러 차례 천명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위원장 주변의 불측(不測)한 무리들은 “서울·부산 보선에서 국민의힘이 모두 승리할 경우 김 위원장이 내년 대선까지 계속 당을 이끌 수 있다”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전당대회 일정 조기 확정이 중요한 이유는 이런 항간의 의혹을 불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국민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몇 가지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첫째, 당원의 뜻이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에 반영되는 룰이 적용돼야 한다. 작년 4월 김종인 비대위원장 추대 과정에서 5선의 조경태 의원(당시 수석 최고위원)은 “최소한 책임당원 30만 명에게 김종인 비대위원장 추대에 대한 찬반 여론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한 적이 있다. 너무나 당연한 요구였고, 그것이 정당정치의 요체(要諦)인데, 주호영 원내대표에 의해 묵살된 적이 있다.

최근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선출 과정도 일관성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예선에는 당원이 참여하는 경선룰이 적용되었지만, 결선에는 완전 국민경선(100% 여론조사)이 되어 당원의 참여가 배제되었다. 이래서는 안 된다. 당의 주인은 누가 뭐래도 당원이다. 당비 내는 의무만 있고, 후보 선택의 권리가 없는 당원이 모인 당은 ‘죽은 정당’이다.

둘째, 당을 개혁하고 중도층으로 외연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젊고 서민적인 당대표가 나와야 한다. 1987년 토니 블레어 노동당에 정권을 뺏긴 영국 보수당은 2005년 38세 데이비드 캐머런을 당수로 추대해 부활했고, 2010년과 2015년 연속 집권에 성공했다.

영국처럼 과감한 세대교체는 한국 정치현실상 어렵더라도 20~40대 젊은층을 끌어들이고, 시대정신이 된 ‘공정과 법치의 회복’을 실현할 수 있는 ‘흙수저’ 출신 당대표가 나와야 한다. 그리되면 ‘웰빙(well-being) 당’ 이미지를 불식시키는 데도 도움이 된다.

셋째, 국민의힘은 지난 4.15 총선을 통해 친박·친이·안철수계가 혼재된 정당이 되었다. 한 마디로 탄핵 찬성파들인 김무성·유승민·안철수가 당을 장악하여 장외(場外)에서 ‘보이지 않은 손’으로 당을 수렴청정(垂簾聽政)하는 정체성이 모호한 당으로 전락했다.

따라서 새 당대표는 이들 세력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는 ‘제3지대’ 중진(重鎭)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것이 당의 화학적 결합에도 도움이 되고, 당 밖의 윤석열·홍준표 등 대선주자들을 당과 결합시키는 데 유리하다.

끝으로, 전례 없는 선거 4연패로 원내 100석 남짓한 세력으로 전락한 보수 야당은 치열한 대여투쟁을 전개할 수 있는 ‘패기 있는’ 지도자를 필요로 한다. 내년 대선에서 야당이 집권에 실패하면 국민의힘은 소멸하게 된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과감한 당 쇄신(刷新)과 결속을 이뤄내고 집권플랜을 세울 수 있는 전사(戰士)가 필요하다.

지금 국민의힘 대선주자군 중에는 압도적인 후보가 없다. 보수우파의 대선후보는 국민의힘 밖에서도 찾아야 한다. 위기 극복을 위한 대한민국의 생존전략과 국가백년대계를 위한 방략(方略)을 보수우파의 ‘공동집권 구상’에서 찾을 수 있다. 보수우파 후보들의 연대를 성사시킬 수 있는 ‘새로운 당 지도부’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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