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옐런, 하원 금융 서비스위원회 청문회서 ‘인플레이션 위기론‘ 일축
美 경제전문가들 “양적완화 정책, 국가부채 팽창·빈부격차 야기 우려돼“

재닛 옐런 재무 장관(좌)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우)은 현지시각으로 지난 23일 화상으로 열린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서 현 정부의 양적완화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야기하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
재닛 옐런 재무 장관(좌)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우)은 현지시각으로 지난 23일 화상으로 열린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공청회에서 현 정부의 양적완화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야기하진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교환했다. [월스트리트저널]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은행(이하 연준) 의장이 올해 미국 물가는 일시적으로 오르겠지만 ‘인플레이션(화폐가치가 하락, 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현상)‘을 유발하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1조9천억 달러(한화 2152조 원) 규모의 정부 경기부양책이 인플레이션을 야기할 것으로 예상하진 않지만, 중앙은행은 필요한 경우 물가 상승 압력에 대처할 수 있는 복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약간의 물가 상승 조짐이 보이고 있지만, 연준 내에선 이번 양적완화가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이 특별히 크지도, 지속되지도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라며 이달 초 경기부양 정책이 본격 시행된 이후부터 밝혔왔던 그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일부 비판론자들은 이번 양적완화로 인해 소비자 지출 급증과 물가 상승이 촉발될 것으로 진단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이번 경기 부양책은 미국인 대부분에게 1400 달러(한화 158만 원)를 지급하는 한편, 코로나 바이러스 전염병 여파로 실직한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실업 수당을 강화한 게 골자다.

파월 의장은 현재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통제에 전념하고 있으며, 일회성 지출 증가로 생기는 물가 인상은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지난 23일(현지시각) 파월 의장은 국회의사당에서 재닛 옐런 재무 장관과 가진 첫 공식 청문회 자리에서도 현 정부의 전방위적 노력에 대해 이같이 증언했다. 이날 파월 의장과 옐런 장관은 코로나 백신 배포가 가속화되고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완화되면, 경제 활동이 회복됨에 따라 올해 괄목할만한 경기 반등이 예상된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미국 경기가 완전한 회복세에 접어들기 까진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측했다.

연준은 1년 전 Covid-19 대유행이 미국 경제를 직격한 이후 기준 금리를 ‘0’에 가깝게 유지해왔다. 최근 몇 주 동안 파월은 연준이 물가와 노동시장 안정 목표를 이룰 때까지 금리 완화 방침을 유지할 것이라고 거듭 밝혀왔다.

지난해 미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상하는 오랜 관행을 과감히 버렸다. 현재 연준은 평균 2%의 통화팽창율을 유지하면서 고용률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미국 소비자 물가지수는 지난 2월 말 1.7% 상승했다. 식료품·에너지 비용을 제외한 핵심 물가지수도 1.3%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 전염병으로 약 1년 동안 소비자 지출이 줄면서 위축됐던 물가가 서서히 호전되고 있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정부의 경기 부양책과 예방 접종을 통한 강력한 경제 성장이 통화 거래량을 높일 것이란 기대감에 국채 수익률도 올랐다. 미국 경제 전반에 걸친 차입원가를 가늠할 수 있는 핵심 지표인 재무부의 국채 수익률은 지난 2020년 1월 이후 처음으로 1.7% 이상 상승했다.

하지만 미국 경제계 일각에선 바이든 정부의 대규모 양적완화 패키지와 결합된 미 연준의 정책이 과도한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미국 경제학자들은 과거 저금리를 유지하면서 채권을 구입하는 연준의 방식이 정부 부채를 부풀릴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또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연준의 현 정책은 부유층의 주식 등 자산 가치를 상승시켜 빈부격차를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 화요일 열린 미 하원 금융 서비스위원회 청문회는 옐런 재무 장관이 취임 이후 처음 가진 공식 일정이었다. 옐런 장관과 파월 의장은 지난 24일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 재무부 재난지원금 운영 및 중앙은행의 양적완화 방침에 대한 상세 보고를 이어갔다.

한편, 이들 두 고위 관료는 미 정부의 대규모 재난지원금 정책 시행으로 재무부가 4450억 달러(한화 약 505조 원)의 예산을 연준 비상 대출 프로그램에 투입한 것과 관련해 분기마다 공식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기사원문 - 美 월스트리트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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