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은 안내는데, 나는 종부세 왜 내?" 집단민원 움직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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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정부가 발표한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두고 형평성 논란이 뜨겁다. 같은 지역 같은 단지 내에서도 상승률이 들쑥날쑥한 현상이 발생하면서 ‘세금 폭탄’을 맞은 집주인의 불만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또한 공시가격은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부과기준이 된다. 이외에도 건강보험과 기초연금 산정 등 60개 분야에 활용되는만큼 가격 인상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기도 한다. 이미 일부 지자체에서는 조세 불복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면적ㆍ단지 같아도 상승률 제각각...'세금 폭탄' 이어질수도
- 제주·서울·세종 등 공시가 상승에 반발…'조세불복' 움직임


"같은 면적에 사는데 우리아파트는 종합부동산세 대상이고 옆 단지는 제외된 다합니다. 말이 됩니까?" (A부동산 카페)

실제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면적 114.17㎡(약 35평) 공시가격은 지난해 29억3700만원에서 올해 33억4700만 원으로 13.96% 인상될 전망이다. 

이에 따른 보유세 부담은 작년 2075만원에서 올해 3968만원으로 91.2%(1893만원) 오를 전망이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전용면적 82.61㎡(25평)의 경우 공시가격은 작년 16억5000만 원에서 올해 19억6713만 원으로 오를 전망이다. 보유세의 경우 지난해 838만 원에서 올해 1256만 원으로 49.9%(418만 원) 증가하는 것으로 예상됐다.

공시가격 쇼크...14년만에 최대폭 상승

지난 16일 공동주택 공시가격 열람이 시작된 직 후 곳곳에서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서는 입주 시기와 시세·평형도 같은데 한 단지는 8억 8000만 원으로 종부세 대상이 아니다. 반면 다른 단지는 9억 900만 원으로 종부세를 납부하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했다.

올해 전국 아파트 등 공동주택 평균 공시가격이 전년 대비 19.08% 급등했다. 참여정부 때인 2007년(22.7%) 이후 14년 만에 최대 상승률이다. 지난해(5.98%)와 비교해도 상승폭이 세 배 이상 커졌다. 공시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부과되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세금 부담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15일 발표한 '2021년도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에 따르면 표준주택 공시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용산구는 상승률이 35.4%, 개별 단독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이 27.75%를 기록했다.

전체 2위인 강남구의 개별주택 상승률은 28.9%로 표준주택보다 6.11%포인트 낮았다. 올해 표준주택 공시가격이 31.24% 급등한 마포구도 개별주택 상승률은 24.67%를 기록했다. 성동구의 올해 개별주택 상승률은 16.1%로, 표준주택 상승률(21.69%)보다 5.59%포인트 낮았다. 중구도 표준주택은 15.98% 오른 데 비해 개별주택은 10.63% 상승했다.

개별주택 가격 공시 절차는 국토부의 개별주택가격 조사산정기준 통보→시군구의 개별주택특성 조사 실시→개별주택가격 산정 및 산정가격 검증→개별주택가격 열람 및 의견제출→시군구 부동산 가격공시위원회 심의→결정공시→이의신청 순이다.

그동안 지자체는 주민의 불만을 우려, 개별주택 가격을 표준주택 공시가격보다 낮게 산정했다. 개별주택 가격은 재산세, 종부세 등 세금과 각종 부담금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서울 송파구, 성동구 등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 개별공시가격을 표준주택보다 높게 산정했다.

이에 일부 지자체에서는 공동주택자의 집단 민원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지역의 한 관계자는 "서울 노원구가 서울 강남입니까? 35%나 올랐습니다. 여러분들 집단 민원 넣으시지요"라며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비난하기도 했다. 제주도는 개별 주택 공시가격의 기준이 되는 ‘표준주택’ 가격 책정에 오류가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재조사를 요구했다.

4월5일까지 의견 수렴...실현 가능성 논란만

원희룡 지사는 최근 "현장조사를 하지 않고 공부(公簿)에 의존한 채 선정된 표준주택 공시가격은 부실하게 조사된 것"이라며 "이런 조사로 공시가격을 산정하면서 표준주택가격 조사·산정 수수료 118억원을 국민 세금으로 받는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 지자체에 표준주택가격 조사·산정 권한을 이양하라"고 촉구했다.

서초구도 마찬가지다. 조은희 서초 구청장은 지난 17일 보도자료를 내고 "정부의 사상 최대 유례없는 전국 19.08%의 공시가격 상승 발표로 국민들과 시민들의 공시가 쇼크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면서 "2020년도에도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22.5% 급등함에 따라 구의 재산세 납부액이 3년 동안 72%나 올라 이로 인해 부동산 투기와는 전혀 무관한 1주택 은퇴자 및 중산층 서민들은 카드빚을 내어 세금을 낼 정도로 `세금 아닌 벌금`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주택공시가격 상승은 세금 부과는 물론 기초연금, 생계급여, 건강보험료 등 모든 국민에게 많은 부담을 줄 수 있다"면서 "공시가격 현실화에 앞서,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공정하고, 투명하고, 합리적인 조세정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구청장은 정부 발표 공시가격이 명확한 산정 근거가 없으며 주택 상호 간 가격 형평성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금번 주택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국민들의 고통과 불안이 서울뿐 아니라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면서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함께 뜻을 모아 주택 공시가격을 동결하고, 제주도가 설치한 공시가격 검증센터를 전국으로 확대해 불공정한 주택공시가격에 대해 전면 재조사 할 것을 정부에 건의할 것" 이라고 밝혔다.

국토교통부는 이에 대해 올해 공시가격이 ‘2020년 말 시세×(2020년 현실화율+α)’라는 설명 외에 구체적인 산정 원칙과 기준을 여전히 밝히지 않아 ‘깜깜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윤성원 국토부 제1차관은 “전국 공동주택 1420만5000가구의 공시가격을 오는 4월5일까지 소유자 열람 및 의견 청취를 거쳐 다음 달 29일께 결정ㆍ공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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