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김재경 정치평론가] 4·7 재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의 막이 올랐다. 여야의 정국 주도권을 넘어서 임기말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과 내년 대선 구도까지 좌우할 '미니 대선'13일간의 전쟁에 돌입한 것이다. 여당이 서울과 부산 모두 패하면 여당은 자중지란에 빠지고 당청간 수직적 관계도 수평적으로 바뀔 전망이다. 정국운영 주도권은 야당이, 국정운영 주도권을 여당이 쥐고 갈 공산이 높다. 반면 야당이 패할 경우 야권발 정계개편이 예고된다. 재보선 성적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 이낙연 전 대표,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정치 운명도 바뀔 전망이다. 내년 대선 전초전 성격까지 띤 재보선으로 여야간 사활을 건 한판 대결속으로 들어가보자.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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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패시 정국.국정운영 주도권 여의도로 집중...이재명.윤석열 부상
참패시 야권발 정계개편 급물살...문재인.이낙연.김종인 희비갈려

대선을 1년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치러지는 4.7재보선으로 여야는 각자의 지지세를 총결집해 건곤일척의 승부를 가릴 전망이다. 지는 쪽은 치명상이 불가피하다. 이는 곧 1년도 채 남지 않은 차기 대선에도 심대한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 현상도 가속화될 수 있다.

서울시장 선거의 경우 민주당은 박영선 서울시장·김영춘 부산시장 후보의 인물경쟁력을 전면에 내세워 역전을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야권단일화 시너지 효과로 상승세를 타고 있는 국민의힘은 오세훈 서울시장·박형준 부산시장 후보를 앞세워 압승을 다짐하고 있다.

공식선거운동 초반전 여론지형은 야권의 압도적 우위다. 최근 실시된 주요 여론조사에서 오세훈.박형준 후보는 박영선.김영춘 후보를 각각 오차범위 밖에서 여유있게 따돌리고 있다.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는 물론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사태의 여파로 문재인 대통령이 레임덕 위기상황에까지 내몰린 탓이다.

# 시나리오 하나. 민주당 서울.부산 패배시 정국 요동

최근 서울.부산 여야 후보를 대상으로한 여론조사를 보면 여당의 패배가 짙다. 국민의힘이 승리한다면 정권 심판론을 기치로 내건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해서 야권 세력 규합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물론 윤석열 전 검찰총장까지 국민의힘 지붕 아래에서 대권판이 그려질 여지도 커진다.당 내부적으로도 중도층 확장과 혁신 작업을 이어갈 안정적 동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선거 패배 책임론을 놓고 당내 갈등이 격화될 수 있다. 5월에 치러질 차기 전당대회에서 친문계 세력 분화에 가속도가 붙을 공산도 크다.

대권 주자로서 이낙연 전 대표의 입지가 급격히 축소되는 가운데 이재명 지사도 일정 부분 타격이 있지만 오히려 이 전 대표와 격차를 더 벌일 수 있다. 대신 마땅한 후보가 없는 친문 진영에서는 정세균.임종석.추미애.김두관 등 신구 친문 인사들 가운데 제 3후보로 대안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또한 5월초에 벌어지는 당 대표 선거전에도 적잖은 영향력을 줄 전망이다. 현재 당 대표선거전에 나선 후보군은 친문 홍영표, 비문 송영길, 중립 우원식 의원이 3파전을 벌이고 있다. 친문에서는 선거 패배에 대한 위기의식 발로로 친문 후보를 적극 지지할 공산이 높다. 이럴 경우 송 의원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반면 승리할 경우에는 중립내지 관리형인 우원식 의원이 친문으로부터 낙점받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반면 국힘은 야권 재편의 주도권을 쥐고 정국운영을 해나 갈 수 있게 된다. 특히 김종인 위원장의 임기를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분출할 가능성이 있다. 김 위원장은 외형상 비대위원장직에서 명예롭게 퇴진하면서 다음 전당대회에서 자기 사람을 당 대표로 만들고 이후 대선에서 다시 등장할 공산이 높다.

당내 잠룡군도 여권에 앞설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붙어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활기가 돌 가능성도 커진다. 중도보수 성향의 오 후보가 경쟁력을 증명했으니 당내 대선 경선 구도 역시 유승민·원희룡의 중도보수 블록과 홍준표(복당할 경우황교안의 강경 보수 블록 간 경쟁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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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나리오 둘. 국힘 서울시장 선거 패배 자중지란

민주당이 서울과 부산에서 승리한다면 문 대통령의 임기말 국정운영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힘을 확보함과 동사에 174석의 거여(巨與)로서 정권 재창출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수많은 악재에도 불구하고 여당이 서울에서 승리했다는 점에서 차기 대선을 두고 춘추전국시대가 펼쳐질 공산이 높다.

특히 이번 선거에 명운을 건 이낙연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대권주자로서의 입지도 올라가 이재명 경기지사와의 당내 경쟁구도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친문발 제3후보의 출현은 양강구도속 가려질 전망이 높지만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친문 적자임을 강조한 중소후보군이 속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재집권에 대한 자신감이 오히려 잠룡간 치열한 대결 구도가 독이 돼 분열의 씨앗이 될 수 있다.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경선이 그랬다. 당 분열까지 가진 않았지만 민주당 정동영 후보에 맞서 박근혜.이명박 어느 후보든 승리하는 것으로 나타나 친박과 친이계로 나뉘어 치열한 네거티브전이 펼쳐졌다. 당시 한나라당이 두 나라당 됐다는 냉소적인 반응이 나왔고 결국 친박.친이계가 한 집안에 있으면서 두 집살림을 펼쳤고 바른미래당이 탄생하는 계기가 됐다.

재보선에서 패한 국민의힘은 기존 김종인 비대위 체제가 급격히 흔들리면서 연전연패의 책임론을 놓고 당이 깊은 수렁에 빠져들 공산이 크다. 김종인 위원장은 불명예스럽게 정계에서 물러나고 그 빈자리를 차지하기위한 정파간 충돌이 예상된다. 당내 갈등이 심화될 경우 자중지란에 빠진 국힘은 해체수순을 밟을 공산도 높다.

대권 구도에서도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급격한 부상 속에 제3세력에게 대선 주도권을 내주는 상황에 처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 전 총장은 아직 정치에 대한 입장은 명확히 밝히지 않았지만 4.7 재보선 이후 정치권 진입을 위해 서서히 움직일 것이란 관측이 많다.

결국 윤 전 총장의 거취에 따라 야권 대선 주자 구도 재편이 불가피하다. 윤 전 총장이 반민주당정서 결집 역할을 하며 야권 전체의 파이를 키울 수 있고, 3지대에 계속 머무르며 야권 분열의 단초를 제공할 수도 있다. 야권 대선 잠룡으로는 윤 전 총장 이외에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홍준표 무소속 의원,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제주도지사 등이 있지만 윤 전 총장아의 그늘에 가려질 공산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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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나리오 셋. 민주당 서울. 국힘 부산 승리시 현상유지

민주당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하고 국민의힘이 부산에서 승리할 경우 서로 이겼다는 자평할 공산이 높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두 군데 모두 자당 단체장 출신으로 한 곳을 빼앗겼지만 상징성이 큰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했다는 점을 부각해 완승 분위기를 연출할 공산이 높다.

특히나 부동산 폭등, LH 사태, 박원순 전 시장 성희롱 피해자 기자회견까지 악재가 수두룩했음에도 승리했다는 점에서 위안을 삼을 공산이 높다. 집권여당은 재집권에 대한 자신감이 높아지면서 이낙연.이재명.친문후보 3강 구도로 대선구도가 재편될 가능성도 높다.

반면 국힘은 각종 호재에도 불구하고 서울에서 패배했다는 점에서 보수진영뿐만 아니라 중도층을 흡수하기위한 외연확대 작업에 나설 공산이 높다. 부산에서 승리는 빛이 바래지면서 서울시장 선거의 패배호 인해 열패감이 더 클 전망이다.

또한 대선 경선에서도 당내 후보군보다는 윤석열, 안철수, 홍준표, 홍석현 등 당밖인사에다 문재인 정부에 복무했거나 복무중인 김동연.최재형 두 인사들까지 러브콜을 보낼 가능성이 높다. 나아가 김종인 비대위체제의 역할은 종료되고 차기 당권.대권 주자들이 각축장으로 당이 혼란에 빠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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