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를 비롯한 4.7 재보궐선거 최대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투표율이다. 투표율에 따라 여야의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일반적으로 투표율이 낮으면 조직력에서 우세한 여당이, 투표율이 높으면 강력한 정권심판 정서가 작동하면서 야당이 유리하다. 특히 4.7 재보선 당일은 법정 공휴일이 아닌 평일이라는 점에서 대선, 총선, 지방선거 때보다 투표율이 낮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번 재보선의 경우 차기 대선의 전초전, 미니대선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정치적 중요성이 상당한 만큼 기존 재보선 투표율과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더구나 세대별로 여야 지지성향이 뚜렷하게 엇갈리는 만큼 전체 투표율보다는 연령대별 투표이 더 중요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 직원이 서울 중구 서울유스 호스텔 생활치료센터에서 코로나19 확진자를 대상으로 설치된 특별사전투표소를 방문해 사전투표 모의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2021.03.23. 뉴시스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 직원이 서울 중구 서울유스 호스텔 생활치료센터에서 코로나19 확진자를 대상으로 설치된 특별사전투표소를 방문해 사전투표 모의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2021.03.23. 뉴시스

재보선 투표일 평일50% 안팎서 여야 희비 교차
- , 조직력 투표율 낮으면 유리, , 정권심판론 작동시 투표일 상승 기대

지난해 421대 총선에서 엄청난 위력을 선보였던 사전투표의 위력이 재현될지도 관심사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사전투표에서 몰표가 쏟아져나오면서 수도권 접전지에서 국민의힘의 전신이었던 미래통합당에 압승을 기록한 바 있다. 날이 갈수록 사전투표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사전투표의 유불리 역시 여야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사안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차기 대선 지지율 독주,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사태에 따른 광범위한 민심이반,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과 레임덕 진입 등 다양한 변수들이 속출하는 재보선 정국 속에서 투표율이 재보선 결과에 미칠 영향을 짚어봤다. 이밖에 투표율의 고저에 따라서는 문재인 대통령,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정치적 운명도 엇갈릴 전망이다.

총대선·지선 높은 투표율vs재보선은 평일 저조

선거 투표율은 통상적으로 대선이 가장 높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여야 유력후보들의 맞대결 구도에 전국민적인 관심이 집중되기 때문이다. 87년 민주화 이후에 치러진 13대 대선에서는 무려 89.2%의 기록적인 투표율이 나왔을 정도다. 대선 다음으로는 총선이다. 88년 치러진 13대 총선의 투표율은 80%에 육박하는 75.8%였다. 대선보다 관심은 덜하지만 총선에서 쏠리는 국민적 이목은 상당하다. 여야 300명의 국회의원 중 해당 유권자의 지역구 의원은 물론 정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선출한다. 마지막은 지방선거다. 전국 17개 시도의 광역단체장은 물론 기초단체장, 광역·기초의회 의원을 뽑는다. 풀뿌리 민주주의 기초라는 점에서 투표열기가 적지 않지만 아무래도 대선, 총선보다는 관심이 덜하다.

역대 선거에서도 대선, 총선, 지방선거의 순으로 투표율이 높았다. 대선은 통상적으로 70% 이상의 높은 투표율을 보였다. ‘박근혜 vs 문재인일대일 맞대결 구도였던 201218대 대선 투표율은 75.8%였다. 국정농단과 탄핵사태의 여파 속에서 다자구도로 치러졌던 201719대선 투표율은 무려 77.2%였다. 총선과 지방선거는 이보다 5060%대 투표율에 머물렀다. 민주당 압승으로 막을 내린 202021대 총선 투표율은 66.2%였다. 2018년 지방선거의 경우 60.2%에 머물렀다. 앞선 사례를 살펴보면 총선과 지방선거 투표율은 더 낮았다. 201219대 총선 54.25, 201620대 총선 58.0%였다. 박근혜정부 하에서 실시됐던 2014년 지방선거는 56.8%였다.

재보선은 이보다 투표율이 한참 낮다. 가장 큰 이유는 총선, 대선, 지방선거와 달리 법정 공휴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공휴일이 아닌 만큼 직장인들의 투표 참여가 떨어질 수 있다. 가장 가까운 비교사례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 증도사퇴하면서 치러진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당시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는데 당시 최종 투표율은 50%에 못미치는 48.6%였다. 이 때문에 이번 재보선 투표율 역시 역대 대선, 총선, 지방선거 투표율과는 달리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여야 유불리를 가늠할 수 있는 투표율의 기준점을 대략 50% 안팎으로 내다보고 있다.

與野, 지지층 결집 총력최종투표율 놓고 동상이몽

4.7 재보선이 본격화하면서 여야는 지지층 결집을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서울시장 보선의 경우 박영선 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부산시장 보선의 경우 김영춘 민주당 후보와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가 숨돌릴 틈도 없는 강행군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5일 공식선거운동이 막을 올리면서 매시간 단위 일정을 소화하면서 뛰고 있다. 여야 유력후보들의 일정을 요약하면 핵심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것으로 집약된다. 민주당은 현 정부의 핵심 지지층은 40대의 투표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읍소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문재인정부 심판의 기치를 내걸고 현 정부에 실망한 60대 이상의 유권자는 물론 공정성 논란에 분노하고 있는 20·30대 젋은층의 투표 열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다만 이번 재보선 투표율을 놓고는 동상이몽이 한창이다. 민주당은 역대 재보선 투표율이 대선, 총선, 지방선거와는 달리 50%에 미치지 못할 정도로 낮았던 만큼 조직력 우위에 기대를 걸고 있다. 특히 서울시장 보선의 경우 민주당의 조직력이 압도적이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서울 49개 지역구 중 41개 지역구를 싹쓸이했다. 국민의힘은 강남 3구와 용산을 비롯한 8개 지역구를 승리하는데 그쳤다.

2018
년 서울지역 지방선거 성적표는 더 압도적이다. 민주당은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서울시장은 물론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서초구를 제외한 24개 구청장을 모두 승리했다. 광역의회인 서울시 의원과 기초의회인 구의원 역시 민주당이 당시 자유한국당을 압도했다. 이번 재보선에서 투표율이 낮을 경우 민주당은 압도적인 조직력을 바탕으로 지지층 결집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더구나 여야의 선거운동이 지나친 네거비브 선거전으로 흐르면서 정치불신이 심화할 경우 아무래도 조직력에서 앞서는 민주당이 유리한 구도가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번 재보선은 정치적 비중이 대선에 버금가는 만큼 높은 투표율을 기대하고 있다. 내심 역대 총선과 유사한 투표율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다. 야권 일각에서는 이번 재보선에 서울시장, 부산시장 선거가 포함되면서 정치적 비중이 높아진 만큼 적어도 50%를 넘어서는 것은 물론 최대 60%까지 바라볼 수 있다는 전망이다. 재보선 투표율이 60% 안팎까지 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지만 현 정부의 하락세를 고려하면 배제할 수 없는 가능성이다.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는 물론 LH투기사태에 따른 여론악화로 민심 저변에 강력한 정권심판 정서가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주요 여론조사기관의 3대 지표 역시 야권의 압도적인 우위가 나타나고 있다. 과거 넘사벽수준이었던 민주당의 지지율은 어느새 국민의힘에 역전당한 것은 물론 이번 재보선 최대 승부처인 서울·부산 지역에서도 야권 우위 현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 역시 LH투기사태를 거치며 심리적 마지노선인 40%가 무너지면서 30%대 초중반의 레임덕 상황에 진입했다. 지난해 421대 총선 당시 민주당 승리를 가져왔던 코로나19 방역 및 재난지원금 지급의 약발도 예전만 못한 상황이다. 아울러 차기 대선 지지율 역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독주가 지속되면서 야권은 보다 힘을 얻고 있다. 이밖에 선거 초반 레이스 역시 오세훈·박형준 국민의힘 후보가 박영선·김영춘 후보를 오차범위 밖으로 따돌리면서 여유있게 앞서가는 점도 긍정적 요인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전체 투표율보다는 세대별 투표율과 사전투표율이 최대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30대는 물론 60대 이상 고령층에서 압도적 우위를 보이는 오세훈 후보의 경우 고령층은 물론 젊은층의 투표 참여가 높을수록 승리에 한발 다가설 수 있다. 반면 박영선 후보는 핵심 지지층의 투표참여를 최대한 끌어올리고 현 정부에 분노한 젊은층의 아픔을 다독여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이는 김영춘·박형준 후보가 맞붙은 부산시장 보선 역시 비슷한 구도다. 아울러 21대 총선에서 위력을 발휘한 사전투표에도 여야 모두 전략을 다하고 있다. 사전투표일이 42()·3()이라는 점에서 본투표일인 7일 평일보다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이끌어내기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서울 중구 무교동 청계천 모전교 인근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투표 참여 촉구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2021.03.23.뉴시스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서울 중구 무교동 청계천 모전교 인근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투표 참여 촉구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2021.03.23.뉴시스

투표율 울고 웃을 3인방 정치적 희비 엇갈려

투표율을 둘러싼 여야의 상반된 전망과는 달리 이번 재보선 투표율은 기록적인 양상을 보일 수 있다. 여론조사기관의 예측치는 예상외로 높은 수준이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서울시장 야권후보 단일화 성사 다음 날인 24일 서울 거주 18세 이상 806명을 대상으로 투표 의향을 물은 결과, "투표하겠다"는 응답이 95.5%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특히 이번 선거에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적극 투표층에서는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57.9%, 박영선 민주당 후보 36.4%로 각각 나타났다. 여권이 기대하는 조직력의 우위보다는 야권이 기대하는 정권심판 정서의 작동으로 재보선 투표율이 기록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재보선 투표율은 낮다는 여의도 정치권의 격언이 이번에는 맞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높은 투표율이 야권 승리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야권 일각에서는 2010년 서울시장 선거와 2020년 서울 종로 선거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보선 승리 전망에 취해있다가 예상밖 패배를 당할 수 있다는 신중론이다. 실제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야권 우위와 달리 선거는 박빙양상으로 전개된다는 것이다. 2010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오세훈 전 시장은 한명숙 민주당 후보를 20% 안팎의 격차로 앞섰지만 실제 개표는 초박빙 상황이 이어지면서 오 전 시장이 간신히 승리를 거둔 바 있다.

2020년 서울 종로 선거에서도 오 전 시장은 여론조사에서 정세균 민주당 후보를 여유있게 앞섰지만 실제 개표 결과는 역전패였다. 재보선 당일로 갈수록 여야의 지지층 결집 총력전이 이어지는 것은 물론 청년층 투표율의 향방에 따라서는 아직 승부를 예단하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이밖에 샤이 트럼프에 빗댄 샤이 진보의 출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울러 투표율 변수로 이번 재보선 성적표가 엇갈릴 경우 문재인 대통령,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정치적 운명도 뒤바뀔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위기에서 벗어나 정국반전의 계기를 만들지 아니면 본격적인 레임덕 국면으로 진입할지 가르는 분수령이다. 선거참패로 여권 내부에서 청와대 책임론이 분출할 경우 취임 이후 최악의 위기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이낙연 전 대표 역시 정치행보의 분기점을 맞이할 전망이다. 여권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에 밀리는 것은 물론 윤석열 전 총장의 차기 독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재보선 패배는 차기 레이스 탈락과 마찬가지다. 다만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이 전 대표의 리더십이 또다시 부각하면서 정치적 부활의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김종인 위원장의 거취도 관심사다. 재보선 승리시에는 대표 재추대론이 나올 수 있지만 패배시에는 황교안 전 대표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여의도 정치권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미니대선으로 불리는 이번 재보선의 경우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 윤석열 전 총장의 부상, LH사태, 야권단일화 등 크고작은 변수가 한둘이 아니다면서도 투표율에 따른 반사이익을 여야 정당 중 누가 가져가느냐에 승부가 갈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민주당은 미워도 다시 한 번을 외치면서 전통적 지지층의 결집을 노릴 것이고 국민의힘은 정권교체를 원하는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이끌어내기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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