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의혹···경찰 본격 수사에 ‘나 떨고 있니’

전해철 행전안전부 장관. [뉴시스]
전해철 행전안전부 장관.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노무현정부(참여정부)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을 거친 3선 국회의원, 국정운영의 중추 부처인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 제3대 장관, ‘핵심 친문(친문재인)’으로 분류되는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안산시상록구갑)이 측근의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당초 전 장관은 해당 의혹이 불거지자 “악의적인 가짜뉴스”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의혹 자체를 가짜뉴스로 몰아붙인 셈이다. 그러나 논란이 거세지면서 수세에 몰리자 “당에서 조사 중”이라며 “투기냐 아니냐를 제가 알기 어렵다”고 입장을 바꿨다. 해당 의혹에 대해 경찰의 본격적인 수사도 시작되면서 논란은 일파만파 커지는 형국이다.

최초 유포자 대응 검토악의적인 가짜뉴스투기냐 아니냐, 내가 알기 어렵다

전해철 행안부 장관 측근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시작된 것은 지난 12일경이다. 전 장관의 지역구 보좌관이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으로 인사 조치를 받았다는 정보가 정치권과 관가를 중심으로 확산했다.

일요서울은 해당 의혹을 추적, 더불어민주당이 사실관계 조사에 나선 사실을 단독 보도했다.

<일요서울 2021년 3월12일 [단독] 與의원 보좌관 ‘투기 의혹’···민주당 윤리감찰단 “사실 관계 확인 중” 기사 참고>

당시 전 장관 지역사무소 관계자는 일요서울에 “처음 듣는 일”이라며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의원실은 연락이 전혀 닿지 않았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윤리감찰단도 정보를 입수, 사실 관계 조사에 나섰다. 민주당 윤리감찰단 관계자는 일요서울에 “해당 정보를 들었고,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라며 “자세한 내용은 아직 거론할 수 없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당 차원의 조사가 시작된 셈이다.

이후 전 장관 측은 한 언론을 통해 “보좌관이 3기 신도시 땅 투기로 면직 처리됐다는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다”며 “보좌관이 그만둔 것은 맞지만, 고혈압 등 건강상의 이유로 수차례 그만두겠다고 얘기해 왔다. 이러한 소문이 도는 데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논란이 커질 경우 최초 유포자에 대한 대응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해철 장관

책임지고 사퇴해야”

해당 의혹에 대한 논란은 지난 15일 더욱 거세졌다. 이날 “행안부 장관 보좌관 투기”라는 제목의 언론 제보가 시작, 언론이 일제히 관련 의혹을 보도했기 때문이다.

제보자는 “공무원 투기를 단속할 최고 책임자인 전해철 행안부 장관의 지역보좌관 A씨 부인이 (경기도 안산) 장상지구 토지 매입 투기가 드러나면서 전 장관 측에서 A 보좌관을 자체 면직 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행안부 전해철 장관은 각종 언론에 출연해 정의로운 척하지만 이러한 사실을 숨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 장관 측도 이러한 제보 정보를 입수, “악의적인 가짜뉴스”라고 반박하며 진화에 나섰다. 전 장관 측은 이날 오후 ‘전해철 의원실에서 알려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익명의 제보자가 전해철 의원실 전 지역보좌관 관련 언론사에 발송한 제보의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3월9일 지역 보좌관이 건강상 이유로 쉬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 면직을 했다”며 “그 이후 당이 소속 보좌진에 대해 전수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내용이 있어 부동산 소유 여부를 확인했고 그 과정에서 당에도 관련 사실을 알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에 관련 사실을 소상하게 알린 만큼, 이후 당의 처분에 따르고자 한다”며 “부동산 투기로 면직됐다는 익명의 제보는 악의적인 가짜뉴스로 판단하고 이에 대한 엄중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의혹 자체를 가짜뉴스로 몰아붙인 셈이다.

전 장관은 이러한 입장을 보이다가 이후에는 투기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고 말을 바꿨다. 선 긋기에 나선 것. 지난 17일 전 장관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해당 의혹에 대해 “당에서 조사하고 있다”며 “그 내용(투기 의혹)에 대해 투기냐 아니냐 제가 알기는 어렵다. 조사 결과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은 전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황보 의원은 “전 장관 측근이 3기 신도기 땅 투기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전 장관 보좌관의 아내는 안산 장상동 토지가 3기 신도시로 지정되기 한 달 전 농협으로부터 2억 이상 대출을 받아 해당 토지를 매입했다”고 밝혔다.

그는 “해당 토지는 개발제한구역인 데다 인근에 송전탑까지 있어 매매가 어려운 곳”이라며 “이런 토지를 매입비의 70%를 대출 받아 매입한 것은 신도시 개발정보를 이용한 전형적인 땅 투기”라고 지적했다.

이어 “해당 보좌관은 지난 9일 면직 처리됐다. 공교롭게도 경찰이 LH본사를 압수수색 한 날”이라며 “우연의 일치로 보기 어렵다. 전 장관이 ‘꼬리 자르기’를 했을 개연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과가 말로만 그쳐선 안 된다. 행동 없는 사과는 말장난에 불과하다. 최측근이 부동산 투기로 수사 대상이 된 상황에서 전 장관이 경찰청 합동수사본부의 상급 기관인 행안부 장관직을 수행하는 것은 이해충돌의 문제가 있다”며 “뿐만 아니라 측근의 지휘감독 부실 책임이 있는데도 공무직을 계속 수행하는 것도 결격 사유다. 책임을 지고 사퇴하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착잡한 행안부

이번 의혹은 대상이 행안부 장관의 측근이라는 점, 전 장관이 해당 지역구 의원인 점 등이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해당 보좌관의 부인 B씨는 지난 2019년 3기 신도시 추가 공공주택지구 지정 발표를 약 한 달 정도 앞두고 경기 안산시 상록구 장상동에 위치한 토지(1550㎡ 크기의 농지)를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해당 토지는 위로 송전선이 통과하는 곳에 위치해 있어 관심도가 낮았음에도 B씨는 3억 원 매매가 중 2억 원에 가까운 대출을 받아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해당 의혹에 대한 경찰의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됐다. 지난 18일 사법시험준비생모임(이하 사준모)이 B씨를 농지법 위반 혐의로 경기남부경찰청에 고발했기 때문이다. 고발장이 접수된 지 이틀 만인 지난 20일 경찰은 사준모 대표를 불러 고발인 조사를 진행했다. 경찰은 사준모 대표를 조사하기 전 안산 장상동 부지에 대한 현장조사까지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해당 의혹과 관련해 총리실과 상의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9일 홍 부총리는 국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전 장관 전직 보좌관 부인 B씨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해 공직이 아닌 민간인이기 때문에 총리실과 상의한 이후 조사가 가능한지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행안부는 전 장관 전 보좌관 부인의 3기 신도시 예정지 투기 의혹이 제기돼 당 차원에서 조사 중인데 이어 소속 직원까지 투기 연루 정황이 나오면서 뒤숭숭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엄정 수사를 강조했던 행안부의 신뢰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뒤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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