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6조5천억, ‘완전자본잠식‘ 상태 지속…재무 개선 시급

한국광물자원공사 [광물자원공사 제공]
한국광물자원공사 본사 전경 [광물자원공사 제공]

- 빚더미 앉은 공사, 해외자산 처리…업계 “광물 국내 수급 우려”  
- 광해광업공단 통폐합 전 고강도 구조조정에 광해공단과 갈등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지난해 10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경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광물자원공사가 암바토비 니켈광산 투자 좌초 등에 따른 부실 경영을 지적했다. 해외 니켈광산 투자가 잠정 중단된 당해 광물공사의 당기순손실은 7100억 원에 달했다. 이는 국내 1000대 중견기업의 한 해 매출과도 맞먹는 규모다. 부채 규모도 지난해 기준 무려 6조6500억 원으로 국내 공기업 중 가장 높은 수준의 부채 비율을 기록했다. 이렇듯 공기업 사상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파산 직면 사태를 맞은 광물공사는 현재 우선적으로 재무 안전성 제고 차원에서 광해공단과의 통합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인력 감축 문제를 두고 광해공단 측과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난항을 겪는 실정이다. 파산 국내 공기업 2호 불명예를 안을 뻔 했던 광물자원공사의 부실 경영 실태를 추적해 봤다.

한국광물자원공사(사장 황규연)는 국내외 광물 자원을 개발하고 국내 광물자원산업을 육성, 지원하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기업이다. 그러나 이 공기업은 지난 2016년부터 영업손실 및 부채 급증으로 지금의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이르렀다.

공사는 이명박 정부 시절 해원자원외교에 동원돼 막대한 손실을 보면서 엄청난 빚더미에 올랐다. 지난 2015년 4조6200억 원이었던 부채가 지난해 상반기엔 6조6500억 원으로 늘었다. 결국 부채 누적을 막지 못하고 2016년엔 완전자본잠식을 맞았다. 게다가 올해 5월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상환채무 규모만 1조3000억 원이다. 특히 오는 4월엔 5억 달러(한화 5625억 원) 규모의 채무까지 상환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공사는 천문학적 부채를 줄이기 위해 알짜 해외자산을 헐값에 내놓고 있지만 부채 증가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빚더미 앉은 공사 해외자산 처리…업계 “광물 국내 수급 우려” 

이렇듯 채무 상환조차 버거운 재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공사는 재무 개선이라는 미명 아래 해외자산 매각을 시도하고 있다.

현재 공사는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니켈(Nikel) 등이 생산되는 마다가스카르의 암바토비 광산 지분 33%를 매각한다는 방침이다. 공사가 지분 76.8%를 보유한 멕시코 볼레오 동(銅) 광산도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다.

공사 한 관계자는 “광해공단과의 통폐합을 앞두고 산업부에서도 재무건전성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며 “당장 기한을 앞둔 부채 상환을 위해서라도 주요 해외자산 매각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에 최근 광물 시세가 급증하는 가운데, 광물 수급이 국내 산업계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5년 새 희토류뿐 아니라 주요 광물의 가격이 2배가량 치솟았다. 한국광물자원공사의 광물종합지수 2054 포인트로 지난 2016년 1월 기록했던 1000 포인트 대비 2배 이상 뛰었다. 광물종합지수는 철·동·니켈·아연·우라늄·희토류 등 국내 수입 금액 기준 상위 20개 광물 중 산업 중요도가 높은 15개 광물의 가격지수다.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광물인 니켈 가격은 2016년 2월 1톤당 7720 달러에서 지난달 1만9568 달러로 5년 새 3배 가까이 급등했다. 같은 기간 구리 가격 또한 1톤당 4578 달러에서 지난달 9614 달러로 2배 이상 뛰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산업부와 공사는 광물 확보는커녕 되려 국내 광물 수급 난제를 해소시킬 수 있는 해외 알짜 광산들을 팔아치우고 있다.

이 같은 정부의 자원 정책에 대해 광물업계 종사자들은 하나같이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광물업계 한 관계자는 일요서울과 통화에서 “한국은 자원 빈국이기 때문에 해외 자원 개발이 필수다. 광물공사의 재무상태 악화를 막기 위한 것이라 하지만 거시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문제”라며 “국내 광물업계의 생태를 고려하면 반드시 해외 광산은 지켜 내야 한다. 해외 자산 매각만으로는 파산 직전의 광물자원공사의 재무성을 근본적으로 개선시키기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계속되는 긴축 경영에도 공사의 부채는 증가해 매달 직원에 대한 명예퇴직을 권고하는 상황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공사가 해외자산 매각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해도 정부가 나서서 말려야 할 판에 정부 주도로 해외자산 매각이라니 어이가 없다”고 성토했다.

광해광업공단 통합 출범…광물공사‧광해공단, 고강도 구조조정에 파열음

광물자원공사의 부실 재무 개선을 위한 광물공사‧광해공단의 통폐합 추진 일환으로 지난 2월 ‘한국광해광업공단법’이 통과됐다.

이에 오는 9월 ‘광해광업공단’이 통합 출범할 예정이지만, 한국광물자원공사와 한국광해관리공단이 한 지붕 아래 모이는 가운데 고강도 사업 구조조정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이 통합 과정에 거센 파열음을 낳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과거 한국토지공사와 한국주택공사가 천문학적인 부채 부담 탓에 정치적 결단으로 2009년 10월 1일 자로 LH로 통폐합돼 출범한 바 있다.

일각에선 광해광업공단 출범 과정에도 LH통합 출범 전후로 불거졌던 사업구조조정과 부채 문제에 이어 통합 전 기관 간 인력 구조조정을 둘러싼 갈등이 표면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광해광업공단 출범은 고강도 사업 구조조정과 부채 감축을 전제로 진행된다. 문제는 후속으로 이어지는 인력 구조조정을 둘러싼 광물자원공사와 광해관리공단 구성원들 간 갈등이다. 현재 정직원 기준 인원은 광해공단 230명, 광물공사는 470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새로 출범할 광해광업공단은 광물공사에서 문제가 된 해외 자산을 매각하고, 해외자원개발 직접투자 기능을 폐지한다. 국내자원 개발과 함께 광물공사의 큰 축이던 해외자원개발 기능이 사라지기 때문에 광물공사가 추가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자본금 3조 원을 새로 설립되는 광해광업공단에 투입하기 때문에 사업 구조조정 및 인력 감축 이행도 고강도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양 기관의 인적 구조조정에 대한 시각 차가 크다는 점이다.

광물공사 측은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인 반면, 광해공단은 광물공사의 추가 구조조정이 통합의 선제조건이 돼야 한다는 입장으로 맞서는 형국이다. 광해공단 관계자는 “구조조정을 강제할 수는 없지만 일부 추가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광물공사는 사업 물량 대비 인력이 너무 많다. 공사가 2016년부터 인력을 줄였다지만 이는 대부분 자연감소분이다. 명예퇴직, 희망퇴직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통합을 위해 광물공사의 추가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말이다. 공단 측은 이어 “정부가 통합공단 인력 정원을 몇 명으로 해줄지 모르겠다”면서 “과거 공기업 통합사례를 보면, 항상 정원을 초과했는데, 승진 누락 등 인사가 지체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광물공사는 “이미 인력의 20%를 줄여 현재도 업무가 어려운 상태”라고 맞서고 있다. 광물공사는 2016년 비상경영체계를 수립해 자산 매각과 함께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해 왔다. 2020년까지 인력의 20%을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워 최근까지 200명 이상 감축했다. 공사 측은 또 통합과정에서 고용승계는 기본이며 구조조정 아닌 통합 후 기능을 재편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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