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매체 “전날에만 114명 사망”… 목격자 “식수 배달원과 행인도 총에 맞아”

26일 미얀마 양곤에서 반 쿠데타 시위대가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고 있다. 미얀마 시위대는 상점 문을 닫고 집 안에 머물며 '침묵시위'를 벌인 지 하루 만인 25일부터 다시 거리로 나왔다. 2021.03.26. [뉴시스]
26일 미얀마 양곤에서 반 쿠데타 시위대가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고 있다. 미얀마 시위대는 상점 문을 닫고 집 안에 머물며 '침묵시위'를 벌인 지 하루 만인 25일부터 다시 거리로 나왔다. 2021.03.26. [뉴시스]

[일요서울ㅣ김혜진 기자] ‘미얀마군의 날’인 지난 27일 군부 쿠데타를 규탄하는 시위대에 군경이 무차별 총격을 가해 100여명이 넘는 시민들이 숨지면서 누적 사망자 수는 400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AP통신 등 외신은 현지 온라인 매체 ‘미얀마 나우’를 인용해 전날 숨진 시민들이 114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지난 2월1일 군부 쿠데타 발생 이후 하루 기준 최다 사망자 수다. 앞서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날은 지난 14일로, 당시 최대 90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미안먀 인권 단체인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으로 누적 사망자 수는 328명이다. 여기에 전날 사망자 수를 합치면 지금까지 군부의 유혈 진압으로 숨진 시민은 거의 450명에 육박하는 셈이다. 

현지 매체인 이라와디는 군사정부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다 사망한 시민은 현재까지 429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매체는 “전날 하루에만 5살 된 어린이를 포함해 적어도 15세 미만의 시민 4명이 숨진 것을 비롯해 최소 102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했다.

또 시위에 참가하지 않았던 시민들도 군경의 총에 맞아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곤 지역에서 활동 중인 한 간호사는 “식수 배달원과 행인도 머리와 배에 총을 맞아 숨졌다”고 전했다.

시민들은 전날 ‘미얀마군의 날’을 맞이해 애초 명칭인 ‘저항의 날’로 바꿔 부르며 미얀마 전역에서 시위에 나섰다. 

지난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중 자국을 점령한 일본군에 맞서 무장 저항을 시작한 것을 기념하는 ‘저항의 날’은 1962년 군부 정권이 쿠데타로 집권한 뒤 ‘미얀마군의 날’로 명칭이 바뀌었다. 군부는 제76회 ‘미얀마군의 날’을 기념하며 군인과 무기들을 대거 동원해 열병식을 개최하면서 시위대에 대한 무자비한 유혈 진압을 예고했다.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열병식에 앞서 행한 TV연설에서 “안정과 안전을 해치는 폭력적 행위들은 부적절하며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국영 MRTV도 전날 밤 시위대를 향해 “머리와 등에 총을 맞을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라고 경고성 보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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