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가격 급등세 ‘주춤’…4.7 재보선 이후 ‘예측불가’

아파트 중심의 주택가격 상승이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연착륙이 현재 상승세의 해결 답이 될 수 있으나 연착륙은 아직도 멀었다. 이런 가운데 오세훈 후보의 서울시장 당선 시 기대감에 추가적 상승세가 올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창환 기자]
아파트 중심의 주택가격 상승이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연착륙이 현재 상승세의 해결 답이 될 수 있으나 연착륙은 아직도 멀었다. 이런 가운데 오세훈 후보의 서울시장 당선 시 기대감에 추가적 상승세가 올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고공 행진을 이어가던 아파트 가격이 잠시 주춤하고 있다. 2.4 주택 공급 계획 등 정부 정책과 맞물려 매도자 우위였던 부동산 시장이 매수자 우위로 전환되며 거품이 빠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반면 전문가들로부터는 단순한 숨고르기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아울러 한시적 양도세 감면에 대한 기대도 남아 있어 상반기를 지나 하반기까지 버티려는 다주택자들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다 수도권의 경우 서울시장 선거 결과 등 변수가 작용하면서 재상승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에 대장 아파트를 중심으로 잠시 가격의 흔들림은 있으나 부동산 시장이 안정세로 접어들기 위한 연착륙은 아직 멀기만 하다는 풀이가 나온다. 

매도 물건 쌓이며 가격 낮춘 매물 등장 및 한시적 양도세 감면 기대
서울권, 오세훈 후보 당선 시 아파트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 작용

경기도 수원의 한 아파트에 사는 A씨 부부는 요즘 고민이 크다. 이들 부부는 아주대학교와 월드컵 경기장 인근의 3억 원대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으나 서울에 직장이 있어 출퇴근 시간 단축 및 자녀 교육을 위해 이사를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연일 언론에서 부동산 관련 각기 다른 해석을 내고 있어 서울 아파트 전세와 매매 거래를 두고 결정을 쉽게 내리기 못하고 있다. 

우선은 매매 거래에 관심이 높다. 그렇다고 당장 매매계약을 덜컥 체결할 수도 없다. 경기도수원과 서울의 아파트 가격 차이가 너무 커서 추가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다 지난 2·4 공급 대책 발표 이후 가격이 잠시 주춤하는 듯 해 더 내릴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막상 흐름을 지켜보겠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추가적으로 오를 수 있다는 반대 소식을 전하는 뉴스도 A씨를 고민에 빠지게 한 원인이다. 

4.7 재보선 따른 주택 가격 급등락도 고비

정부가 올 초 주택 추가 공급대책을 내놓으면서 부동산 시장 가격 상승세가 한 풀 꺾인 것도 사실이다. 성북구 성신여대 인근의 공인중개사 B씨는 “지난해 부동산 시장은 코로나19가 아니라 아파트 가격 상승을 따라가느라 너무 혼란스러웠다”며 “많지도 않은 매물에 매도인들은 그나마 내놓은 물건에 대해 가격을 더 올릴 수 있을 지 문의하거나 실제로 오른 가격으로 변경한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상승세가 주춤하며 하향 곡선으로 넘어갔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으나 매매 호가 자체가 내려가고 있지는 않다는 지적이다. 결국 실거래가 얼마나 더 거래될지는 지켜봐야 하지만 ‘가격이 주춤한다’는 이야기는 모든 아파트에 해당 되는 사항은 아니다. 일부 가격대가 내려간다 하더라도 이는 대체로 고가 아파트에 해당된다. 중저가로 대단지를 구성하고 있는 아파트의 경우는 영향이 거의 없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아파트 가격의 등락은 시장을 주도하는 각 입지마다 대장 아파트 단지들이 앞서서 이끌게 된다. 서민들이 거주하는 대부분의 중저가 단지들은 이런 추세가 직접적으로 반영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 고가의 대단지에는 지난 2·4 주택 대책의 영향이 있었다 하더라도 한 달이 넘도록 중저가 단지에는 영향을 끼치지 못하고 있다. 

중저가 중심의 관망세가 이어진다는 설명도 나온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런 분위기에서 서울시장 선거가 끝나고 나면 다시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그동안은 이른바 정부 정책 때문에 ‘지켜보자’ 분위기였다면 새 시장이 등장한다는 기대감이 반영이 되면서 오르게 된다는 설명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일요서울 취재진에게 “부동산 가격 상승이 지금 당장은 잠시 주춤하는 듯 해보이나 이는 안정세로 접어든 것이 아닌 단순한 숨고르기가 맞다”며 “멀리 내다보면 연착륙이 해답이지만, 아직은 그 시기가 도래하지 않았다. 더욱이 코앞으로 다가온 재보선 등의 결과에서 야당 후보가 당선되면 그 영향으로 주택 가격이 다시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연착륙 아니라면 지금 가격은 왜 내렸나

박 위원에 따르면 잠시 주택 가격이 주춤한 데는 세 가지 이유가 있는데 우선은 신규 수요 둔화가 원인이다.​ 지난해 집값이 더 오를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초조감에서 수요자들이 영끌까지 했다. 이에 해를 넘기자 신규매수세가 주춤해진 것이다. 즉 ‘패닉바잉(Panic-buying)’이 진정됐다. 거래량은 수요자 심리와 직결되는데 현재 이들의 심리가 위축됐다는 의미다. 

둘째 장기간 상승세를 이어온 피로감이 크게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서울과 수도권지역은 올해까지 오르면 8년째 상승이다. 단순 통계가 아닌 실거래가 기준으로는 10년째다. 실제 주택 가격의 저점은 하우스푸어(House-poor)사태가 극에 달했던 2012년 4분기였다. 이때로부터 계산하면 이미 10년째다. 

끝으로, 전세시장 진정도 한 요인이다. ​지난해 7월 임대차3법이 시행된 뒤 재계약이 늘면서 유통매물이 감소했다. 매물 잠김 효과로 전세난이 극심했고 매매시장도 전세난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전세매물도 없는데 가격은 비싸니까 아예 매매 수요가 늘었다. 이른바 전세난 회피수요였는데 전세난이 완화되니까 줄어들게 됐다.

박 위원은 “서울처럼 주택 가격이 비싼 곳에서는 4월말까지 양도세와 보유세를 줄이려는 절세매물이 나오면서 상승세를 둔화시킬 것”이라며 “이는 단순한 매물이 아닌 급매 성격을 띤 절세 매물일 뿐이므로 지금의 장세를 대세하락의 신호탄으로 보긴 이르다”고 풀어냈다.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 지역이나 지방 대도시 주변의 지역에서도 아파트를 중심으로 주택 가격이 오르며 지난 한 해 기존 상승세를 넘어섰다. 하지만 그 폭이 서울과는 차이가 있어 이들이 서울로 이사를 오려면 전년 대비 추가로 투입해야 하는 비용도 상승했다. 수원에서 서울로 이사를 계획하는 A씨 가족의 고민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