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윤사랑 기자] 4·7 재보궐선거 사전투표가 2일부터 이틀간 서울·부산 등 722개 사전투표소에서 실시됐다. 본투표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있지만 더불어민주당이 판세를 뒤집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번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는 선거 구도 자체가 민주당에게 불리하다. 성비위에 휩싸인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중도 낙마로 선거가 치러지기 때문이다. 거기다 성난 부동산 민심이 들끓고 있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까지 터졌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여당발() 악재는 계속되고 있다. 선거를 코앞에 두고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까지 전셋값 논란으로 경질됐다. 이 때문에 민심은 날이 갈수록 여당에게서 멀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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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 패색 짙어지자 미워도 다시 한번전략으로 납작 엎드리기
- 국민의힘, 정권심판론 공세로 샤이 진보누르고 승기에 쐐기 박기


4·7 재보궐선거가 임박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은 반전을, 국민의힘은 판세 굳히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여당은 판세 반전을 위해 가용 가능한 모든 카드를 던지는 모습이지만 민주당 후보들과 국민의힘 후보들간 격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지난해 21대 총선에서 민주당 손을 들어줬던 중도층은 물론이고 그동안 진보 성향이 강한 것으로 평가받던 젊은층까지 국민의힘에 지지를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보선 여론조사 공표금지 직전에 실시된 마지막 조사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민주당 박영선 후보를 크게 앞서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엠브레인퍼블릭이 뉴스1 의뢰로 서울 거주 16명을 상대로 지난달 30~31일 실시한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서 오 후보(46.7%)와 박 후보(31.3%)의 지지율 격차는 15.4%포인트로 오차범위밖인 것으로 나타났다. 40대에서는 박 후보(52.6%)가 오 후보(31.3%)를 앞질렀다. 그러나 20대에서는 오 후보(37.2%)가 박 후보(19.3%)보다 우위를 보였다.

리얼미터가 부산일보·YTN 의뢰로 지난달 2829일 부산 거주 11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부산시장 보궐선거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서는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가 51.1%, 민주당 김영춘 후보가 32.1%의 지지율을 보였다. 연령대별로는 전체 판세에서 뒤지고 있는 김영춘 후보가 30(50.0% 29.4%)40(42.1%40.7%)에서는 박형준 후보를 앞질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샤이 진보기대하며 대국민사과·읍소 전략 전환

이에 민주당은 마지막 반전 카드로 미워도 다시 한번을 내세우며 대국민사과와 읍소 전략으로 납작 엎드리고 있다. 이낙연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대국민호소 기자회견을 개최한데 이어 김태년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도 성명을 발표하고 부동산 정책, LH 사태 등에 대한 사과 입장을 밝히고 미워도 다시 한번을 외쳤다.

이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저는 국민 여러분께 간절한 사죄의 말씀을 드리고자 이 자리에 섰다저희들의 부족함을 꾸짖으시되 지금의 아픔을 전화위복으로 만들려는 저희들의 혁신노력마저 버리지는 말아 주시기를 간절히 호소 드린다고 밝혔다.

김태년 직무대행도 지난 1일 성명을 내고 기대가 컸던 만큼 국민의 분노와 실망도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민주당이 책임지고 부동산 안정과 주택공급을 결자해지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민주당은 여론조사 지표상으로는 국민의힘에 크게 밀리고 있는 상황이지만 실제 선거 결과는 박빙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낙연 위원장은 최근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선거는 지지도가 수렴해가는 과정이 많다면서 여론조사 전문가들도 결국은 박빙의 승부가 될 것이다, 이렇게 전망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여론조사상에서 나타나지 않고 있는 샤이 진보가 있다고 보고, 이들이 투표에 참여하면 대역전극을 이룰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민주당은 샤이 진보층과 함께 상대적으로 진보성향이 강한 30대 및 4050세대의 투표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이들 표심을 공략하고 있다.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는 지난 1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사전투표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나오느냐, 또 어떤 사람들이 나오느냐에 달려 있다면서 우리 지지층이 강한 데가 대개 50대와 50대 중반까지다. 그분들이 어느 정도 (투표를) 하는가를 보면 대개 (선거 결과가) 짐작이 간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박영선 후보 캠프 전략기획본부장을 맡고 있는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최근 CBS 라디오에서 민주당을 소극적으로 지지하시는 분들의 경우는 부동산 투기 의혹 사건이 막 터지는 상황에서는 민주당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분명히 있다여론조사상으로는 잡히지 않는 숨은 진보, 샤이 진보 세력이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워낙 정권심판론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샤이 진보가 위력을 발휘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한 언론을 통해 샤이가 아닌 앵그리 상태라며 민주당이 미워도 다시 한번을 바라고 있지만 누적된 실정으로 부동층이 된 이들은 투표장에 안 가거나 반대편을 찍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대국민사과와 읍소 전략이 부족하다고 판단해서인지 정책 뒤집기라는 비판적 시각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정책에 대한 보완책도 내놓고 있다. 홍익표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에서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무주택자들에게 총부채상환비율(DTI)이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우대 혜택을 추가로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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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임종성 특위위원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4050특별위원회 출범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0.28 뉴시스

국힘 정권심판론표몰이, 사전투표 적극 참여 지령

국민의힘은 정부여당에 들끓고 있는 민심을 활용해 정권심판론으로 표몰이를 하고 있다. 동시에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부각시키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의 내곡동 땅 셀프보상 의혹과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의 엘시티 아파트 의혹공세는 근거가 없는 네거티브로 규정하며 방어하고 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29일 경기도의원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구리시 지원유세에서 이번 선거는 지난 4년 동안 문재인 정부가 과연 무엇을 했는지 심판하는 선거라며 그동안 엉클어진 대한민국의 모든 질서를 다시 회복하는 선거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여당이 대국민사과와 읍소 전략으로 막판 뒤집기를 시도하고 있는 것에 대해 너무 늦었다며 민심 동요를 차단했다. 중앙선대위 배준영 대변인은 지난 1일 구두논평에서 한마디로, 너무 늦었다내일이 사전투표일인데, 오늘 사과하며 유권자들의 마음을 바꾸려 한다니, 도대체 서울시민과 부산시민을 얼마나 얕잡아 보는 작태인가라고 비난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21대 총선에서도 정권심판론으로 승부를 걸었다. 그러나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능력을 높게 평가한 민심은 여당의 손을 들어줬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은 코로나19 변수가 다시 민심을 흔들지 않도록 하기 위해 철저히 방어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코로나19 백신 수급 불안정으로 집단면역 예상 시기가 늦어지는 것에 대해 정부의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김종인 위원장은 지난 1일 선대위 회의에서 작년 연말까지만 해도 백신이 뭔지도 모르고 지낸 게 우리 정부라며 “11월 말까지 전 국민 면역을 완료하겠다고 했지만 최근 백신 접종 상황을 보면 몇 년이 걸릴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정부 책임론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국민의힘은 2030세대를 투표장에 견인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그동안 진보성향으로 평가받던 2030세대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박영선 민주당 후보를 큰 격차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나경원 전 의원은 지난 1일 페이스북을 통해 전통적으로 진보 정당에 더 많은 지지를 보내온 젊은 세대가, 이번에는 유쾌한 반란을 보여주고 있다그런 2030에게 막대한 부채를 떠넘기려는 이 정권에, 이들이 직접 나서서 심판의 깃발을 드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라고 2030세대를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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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서울 거주 806명을 대상으로 3월30~31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신의 이념성향을 '보수'라고 한 응답은 20대 19.8%, 30대 19.7%로 전체 연령대 평균(26.0%)을 밑돌았다. 자신을 '진보'라고 한 응답은 20대 30.7%, 30대 25.6%로 전체 평균(24.35%)을 상회했다. 뉴시스

국민의힘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권심판론 민심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재보선 특성상 투표율이 낮다는 점에서 투표율을 선거 승리의 가장 큰 변수로 꼽고 있다. 이 때문에 그동안 보수진영 일각에서 부정선거라는 의심을 보였던 사전투표를 적극 독려하고 있다.

김종인 위원장은 보도자료를 내고 사전투표에 대한 일각의 우려가 있다면서도 사전투표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정권 심판이라는 민심의 큰 흐름 속에서 우리 국민의 위대한 힘을 믿는다고 밝혔다.

유승민 공동선대위원장은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여론조사상으로 오세훈 후보가 크게 앞서고 있는 게 확실한 것 같은데 여론조사와 실제 투표 결과는 다를 수 있다면서 투표율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에는 중도층이라고 할 수 있는 유권자들이 투표를 많이 하면 할수록 국민의힘이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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