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이기우 언론인] 국민의힘 의원들이 47 보궐선거에 집중하면서 향후 지도체제 전환 등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이후에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보궐선거에서 패배하면 국민의힘 위상 추락은 물론 내년 대선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선거 전 지도체제 논의는 무의미하다. 다만 보궐선서에서 승리한다면 내년 대선 승리를 위한 밑그림 그리기가 본격화될 예정이다. ‘김종인 추대부터 시작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등을 아우르는 집단지도체제 전환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와 안철수 대표
주호영 원내대표와 안철수 대표

- 김종인 당대표 추대냐? 집단지도체제냐? 보궐선거 이후 국민의힘 관전포인트
- ‘원내대표-정책위의장 러닝메이트대신 정책위의장 당대표 지명제

- 제3지대 연대설 나오는 윤석열-김동연, 당분간 독자노선 걸을 듯

이번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야권은 급격한 변화와 맞닥뜨리게 될 전망이다. 만약 패배한다면 국민의힘은 야권의 중심에서 멀어져 제3지대의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승리한다면 국민의힘이 주도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윤석열 전 검찰총장,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등이 국민의힘으로 들어와야 한다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보궐선거는 야권에게 있어 중대한 정치적 변곡점에 해당한다.

김종인 추대 안되면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 보궐선거 승리할 시, 주호영 권한대행 체제하에 5월 전당대회 개최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은 원내대표-정책위의장 러닝메이트선출 방식 개정과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선출하는 단일지도체제로 할지,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높은 득표를 한 최고위원을 대표최고위원으로 하는 집단지도체제로 할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 상임전국위 및 전국위원회에 올려 처리할 방침이다.

실제 주 원내대표는 차기 지도체제와 원내대표-정책위의장 러닝메이트 방식 대신 정책위의장을 당대표 지명제로 바꾸는 안에 대해 의원들의 여론을 수렴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한 의원은 원내대표 선거에서 러닝메이트를 구하지 못해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하지 못한 의원도 있을 뿐만 아니라 지역안배 등 당선 가능한 사람 위주로 구하다보니 경제통이나 정책 전문가가 나서기 어려웠다정책위의장을 당 대표 지명제로 바꾸는 방안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당규를 변경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뉴시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 뉴시스

이와 함께 단일지도체제로 당헌·당규가 현행유지돼야 한다’, ‘집단지도체제로 당헌·당규가 개정돼야 한다여부를 놓고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그렇다면 국민의힘 내부의 분위기는 어떠할까. 의원들은 2016년 총선 이후부터 유지해오던 단일성집단지도체제 대신 집단지도체제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김 위원장의 거취와 맞물리면서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는 형국이다. 김 위원장이 8일 결과가 나올 선거 승패와 무관하게 비대위원장을 내려놓는 것은 자연스런 수순으로 보인다. 그러나 비대위원장을 내려놓더라도 2021년 대선에서 관찰자로만 보내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가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서 회자된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한 의원은 정치은퇴를 한다기보다는 대선에서 역할을 하기 위해 김 위원장이 세를 모으고 있다추대 등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비대위 체제를 끝낸 뒤 당대표로 추대해 전국위원회에서 인준을 받으려 한다는 게 이 의원의 얘기다.

특히 3지대가 성공한 사례가 없다고 말한 김 위원장이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과 함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포함해 제3지대 활동을 계획 중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것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 위원장이 당대표가 된다면 오세훈-안철수 단일화경선에서 빛을 발했던 것처럼 윤 전 총장을 국민의힘으로 끌어들이는 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당내에서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정진석, 조경태, 윤영석 의원 등이 당권후보로 손꼽히지만 정권탈환을 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오면서 김 위원장에게 다시 한 번 맡겨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추대 얘기가 당내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가운데 보궐선거 다음날인 8, 김 위원장은 휴식차 제주도에 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제주도에서 국민의힘 내부 상황 등을 지켜본 뒤 당권 등 향후 행보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에서 제의가 오지 않으면 외부서 플랫폼을 만들어 윤 전 총장을 대선후보로 만드는 멘토 역할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보수통합지도부 띄우자는데 관심없는 윤석열, 김동연

김동연 전 부총리, 뉴시스
김동연 전 부총리, 뉴시스

반면, 자강론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집단지도체제에 대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은 김 위원장이 좋은 선거 결과를 얻고 그만두시면 최대한 이른 시일 내 전당대회를 하는 수밖에 없다. 집단지도체제로 가는 게 맞는지, 단일지도체제로 가는 게 맞는지부터 정하고 전당대회를 통해 대선을 치를 당 지도부를 뽑아야 한다며 집단지도체제 전환을 주장했다.

유 전 의원은 국민의당이든 다른 야권 세력이든 대통합을 이루는 것을 전제로 하는 이야기"라며 현재 당 외부에 있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홍준표 의원, 윤 전 총장 등을 집단지도부라는 체제로 아울러 대선을 치를 통합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민의힘이 이 분들을 다 받아들이고 변화·혁신하면서 모든 분 중에 국민이 가장 경쟁력 있다고 생각하는, 정권교체를 할 수 있다고 보는 (단일) 후보를 뽑아 다음 대선에 임하는 게 큰 전략이라고 언급했다.

국민의힘은 정권 탈환을 위해 반문연대가 절실하다. 당 밖에 있는 윤 전 총장을 비롯해 안철수 대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등을 국민의힘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대안이 집단지도체제라고 보고 있다. 다만 대선 후보들의 대리인들이 당 지도부에 입성, 자신들에게 유리한 대선 룰을 만들려 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윤석열-김동연 등을 아우르는 집단지도체제는 국민의힘의 희망사항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실제 김동연 전 부총리와 윤 전 총장이 제3지대에 머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나아가 김동연-윤석열 제3지대 연대론까지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충청권 대망론의 대표주자인 윤 전 총장과 김 전 부총리는 서로 보완제 역할이 가능하다. 검사 출신인 윤 전 총장의 지지도와 경제통인 김 전 부총리의 경제비전 등이 맞물리면 파급력이 막강하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국민의힘 내부 상황을 본 뒤 제3지대에 머물지, 국민의힘으로 들어올지를 결정할 것이라면서도 3지대에서 성공한 사례가 없기 때문에 국민의힘 중심으로 범야권 정계를 대폭 개편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보선 뒤 합당을 약속했던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차기 대선을 앞두고 제1야당에 들어가 재기를 모색할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이번 재보선에서 정당의 중요성을 느낀 안 대표가 국민의힘의 대선 후보 자리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국민의힘 후보가 돼서 조직력을 가지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과 싸우는 구도를 그리고 있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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