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 희대의 사기꾼인가? 파격의 정치인인가? 허경영 국가혁명당 대표는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3위 성적표를 얻을 수 있을까? 이번 서울시장 보선에는 여야 거대 정당 후보를 포함해 무려 12명의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다. 대중의 관심은 온통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의 승부에 쏠려있다. 다만 두 후보를 제외한 10명의 군소후보들의 경쟁 또한 치열하다. 군소후보들 중에서 대중적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인사는 허경영 대표다. 이 때문에 오세훈 후보와 박영선 후보의 양강 맞대결이 치열한 가운데 허경영 대표의 서울시장 보선 득표율에도 관심이 쏠린다. 허 대표가 유의미한 득표율을 기록해 3위 자리에 오른다면 대중 정치인으로서 한 단계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허 대표가 서울시장 보선 성적표를 발판으로 차기 대선에 도전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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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경영, 서울시장 보선 여론조사서 ·이어 3
20대 총선 도전 이어 파격공약 내세워 서울시장 도전
- 네거티브 선거전 심화 속 허무주의 확산시 반사이익

박영선 vs 오세훈맞대결 구도가 메이저리그라면 10명의 군소후보들이 벌이는 3위 싸움은 일종의 마이너리그다. 특히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사태 등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 난맥상과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 및 박주민 민주당 의원의 부동산 내로남불여파 등으로 승부의 추는 사실상 오세훈 후보 쪽으로 기울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은 막판 지지층 결집을 통해 역전을 노린다는 전략이지만 주·객관적 상황을 종합할 때 쉽지 않는 환경이다.

이제 남은 관심은 3위 싸움이다. 특히 정의당이 김종철 전 대표 성추행 사건의 여파로 서울시장 보선 후보를 내지 않은데다 국민의당이 야권후보 단일화로 자체 후보를 내지 않으면서 3위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더구나 여야 박빙구도가 만들어질 경우에는 3위 후보의 득표율은 재보선 막판 주요 변수로 떠오를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온다. 한국정치의 이단아인 허경영 대표의 서울시장 보선 3위 전략을 탐구해봤다.

서울시장 마이너리그 10파격공약허경영 눈길

4.7 서울시장 보선에는 박영선·오세훈 후보를 제외하고 10명의 군소후보들이 출사표를 던졌다. 인지도는 물론 조직력의 열세로 언론과 대중의 관심은 적지만 이색공약을 내세워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서울형 기본소득 도입을 강조한 신지혜 기본소득당 후보, 국내 최초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했던 오태양 미래당 후보, 서울시장 보선 TV토론에서 박영선·오세훈 후보를 향한 맹공으로 눈길을 끈 이수봉 민생당 후보가 대표적이다. 이어 배영규 신자유민주연합 후보, 김진아 여성의당 후보, 송명숙 진보당 후보도 출사표를 던졌다. 이밖에 정동희·이도엽·신지예 무소속 후보는 보선전에 뛰어들었다.

역시 가장 눈길을 끄는 인사는 국가혁명당 대표인 허경영 후보다. ‘내눈을 바라봐’ ‘공중부양’ ‘허본좌등 다양한 수식어 탓에 정치인이 아닌 기인으로 평가절하받지만 끊임없이 정치분야에 도전해왔다. 특히 지난달 18일 서울 종로구 서울선거관리위원회를 방문, 1등으로 4·7 서울시장 보선 후보 등록에 나설 정도로 이번 재보선에 열정을 보였다.

허 후보는 기인이자 방송인, 예능인으로 알려졌지만 역대 대선 단골 출마자다. 87년 민주화 이후 13대 대선에 나서려다 기탁금 문제로 포기한 적이 있다. 이후 199715대 대선에는 공화당 후보로 출마한 바 있다. 10년 뒤인 200717대선에서는 경제공화당 후보로 나서 톡톡 튀는 선거운동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다만 2007년 대선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과 결혼했다는 주장으로 명예훼손으로 기소돼 피선거권이 10년간 박탈된 바 있다. 이 기간에는 음반을 내고 방송연예활동에 적극 나서기도 했다.

이후 201812월 피선거권이 회복된 이후 곧바로 정치활동을 준비했다. 지난해 421대 총선을 앞두고 국가혁명배당금당을 창당, 원내 진출을 노리며 다수 후보자들을 선거에 출마시키며 물량작전에 나선 바 있다. 배당금당은 당시 전체 지역구 의원에 여성을 많이 공천하는 정당에 정부가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인 여성추천보조금으로 8억여원을 지급받았다. 주류 정치권에서는 아웃사이더이자 이단아로 보고 있지만 정치를 향한 허 후보의 집념은 수십년째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허 후보는 국가에는 돈이 없는 것이 아니라 도둑놈이 많습니다는 이색 슬로건을 내세워 서울시장 보선에 뛰고 있다. 대표 공약이 지나치게 비현실적이고 허황된 것이라는 비판에 대한 반론인 셈이다. 기존 거대 양당과 확실하게 차별화된 포인트로 선거에 나선 것이다. 이 때문에 황당하다는 비아냥도 적지 않지만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은 파격 복지공약도 눈에 뛴다.

핵심은 서울시 예산 70%를 절약해서 시민에게 배당금 형태로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특히 미혼자에 매월 20만원의 연애수당을 지급하는 연애공영제 추진은 물론 결혼·주택자금 15000만원·출산수당 3000만원 지급 등을 내세웠다. 물론 허 후보의 공약과 관련해서는 믿거나 말거나식의 실현 가능성이 전무한 황당 공약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다만 실현 가능성 유무를 떠나서 나름대로 유권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데도 어느 정도 성공한 편이다.

·이어 지지율 3’?, 파격공약 표심 자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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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경영 후보는 여론조사공표 금지기간인 41일 이전에 실시된 서울시장 보선 여론조사에서 1%대 지지율로 3위를 기록했다. 지난달 24일 오마이뉴스 의뢰로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실시한 여론조사(서울거주 성인 806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5%포인트)에 따르면 허 후보는 1.2%의 지지를 얻었다. 오세훈 후보 55.0%, 박영선 후보36.5%와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다만 출마 여부조차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10명의 군소후보들 중에서는 단연 으뜸이다. 이 때문에 허 후보는 본인의 페이스북에 내가 여론조사 3등이다. 왜 지지율 3위의 허경영을 제외합니까라면서 지지율 0% 후보 말고 허경영 포함 3자토론을 진행하는 게 어떻겠는가라고 제안했다. 이는 이수봉 민생당 후보의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최 서울시장 보궐선거 TV토론 참석에 불쾌한 심경을 그대로 나타낸 것이다. 민생당이 TV토론에 참석한 것은 전신인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의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득표율이 3%를 넘겼기 때문이다.

허 후보는 악전고투 속에서 선거전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시내 주요 거점에는 열성적인 지지자들이 허 후보의 당선을 위해 뛰고 있다. 허 후보 역시 강행군을 펼치면서 지지를 호소하는 것은 물론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정치적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특히 지난 1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정치적 철학, 파격공약에 대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털어놓았다.

허 후보는 우선 주류 정치권의 비아냥에도 끝없이 정치도전을 멈추지 않는 이유를 지지층의 성원이라고 설명했다. 허 후보는 두 차례 대선에 출마해 450억원이라는 엄청난 돈을 썼다. 후원자들 덕분에 패가망신하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서울시장 보선의 최대 관심사인 부동산문제와 관련해서도 파격 공약을 쏟아냈다. 핵심은 그린벨트를 해제한 뒤 10평짜리 주택 200만호를 건설해서 서민들의 주택난과 청년들의 내집마련을 동시에 해결하겠다는 의지다. 허 후보는 이와 관련 서울시가 가지고 있는 불필요한 시유지, 그린벨트를 활용하고 처분해서 10평 미만의 소형 주택을 한 200만호 전철역 부근이나 산속에 지어서 소형 주택 붐을 일으키겠다그렇게 하면 싼값에 대규모로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여야의 진흙탕 선거전에도 일침을 가했다. 허 후보는 여야 정신 좀 차리게 하려면 허경영을 찍어야겠다허경영이 한번 서울시장이 돼봐야 여야가 서로 비난 안 하고 네거티브 선거 안 한다고 덧붙였다.

황당공약정치 희화화 막판 변수될까? 촉각

4.7 서울시장 보선 막판 판세는 오세훈 후보의 우위 속에서 박영선 후보가 막판 뒤집기를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허무맹랑한 황당한 공약과 기행으로 대중의 주목을 받아온 허 후보의 서울시장 보선 성적표는 3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3위 그룹 중에서 이수봉 민생당 후보를 제외하고는 특별히 눈에 띄는 주자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박영선 vs 오세훈양강 맞대결 구도가 진흙탕 네거티브 선거전 양상으로 흐르면서 기존 정치권에 대한 반발과 정치 허무주의가 만연하면서 허 후보가 뜻밖의 반사이익을 누릴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기성 정치권에 대한 반발 또는 분노투표의 성격으로, 길잃은 유권자들이 허 후보를 선택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면서부터다.

실제 허 후보의 파격공약이 우리 정치사에 끼친 영향도 적지 않다. 여의도 정가에서는 여야가 추진 중인 복지공약의 상당수는 원조가 허경영이라는 우스개가 나올 정도다. 허 후보가 세상에 내놓았을 당시에는 말도 안된다” “대중의 눈길을 끌기 위한 황당무계 공약이라는 비난이 주를 이뤘지만 어느새 기성 정치권이 허 후보의 복지공약을 벤치마킹해왔다는 것이다. 허 후보 역시 이와 관련해 서운함을 표현한 적이 있다.

허 후보는 1일 본인의 SNS 메시지를 통해 허경영이 30년 전에 '국민들에게 월 150만원 국민배당금, 애 낳으면 3000만원 줘야 한다' 라고 말할 때 나를 미친 사람취급 안하는 사람이 없었다지금은 전국 모든 지자체에서 출산장려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어느 정당에서나 이뤄지고 있고 기본소득을 이름으로 내건 정당까지 생겨난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나는 좌파 우파 끝없이 반복되는 이념싸움을 끝내고 서민들의 주머니를 채워주기 위해 정치에 나왔다계속해서 일관된 정책을 국민들 앞에 제시할 것이며 머지않은 어느 날엔가 반드시 국민들이 허경영의 정책을 바로 보고 나에 대해 알게 되는 날이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의도 사정에 정통한 한 정치권 관계자는 허경영 후보의 서울시장 도전에 대해 기성 정치권은 허무맹랑한 기인의 돌출행동이라고 일축하고 있지만 대중적 인지도와 파격공약의 노출 효과 면에서는 군소후보들 중에서 단연 선두권이라면서 야권 우위로 기운 서울시장 보선판에서 막판 메가톤급 돌발변수가 발생할 경우 허 후보가 특유의 허풍과 유권자 사로잡기로 바람몰이에 성공한다면 예상 외의 득표력을 발휘해 막판 선거판의 주요 변수로 떠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오세훈 vs 한명숙맞대결 구도로 치러진 지난 2010년 서울시장 선거 당시 독자로 완주했던 고 노회찬 전 의원의 변수가 이번 서울시장 보선에서도 재현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가능성은 희박이지만 허 후보가 일정 수준의 이상의 득표율을 보여준다면 이번 재보선의 숨은 승자라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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