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교사‧사회 필수인력 등···의사소견서 없어도 된다

지난 1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예방접종센터에서 한 시민이 화이자 백신 접종을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1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예방접종센터에서 한 시민이 화이자 백신 접종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지난 1일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이상반응을 느끼는 사람은 최장 이틀의 ‘백신 휴가’를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누가, 어떤 경우에 휴가를 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물론 백신 휴가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백신 휴가를 ‘권고’ 형태로만 도입하기로 하면서 누구는 휴가를 내고, 누구는 이상반응을 참으며 일하는 ‘휴식의 양극화’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또 과연 민간에서 백신 휴가를 제대로 사용할 수 있겠느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흘러나오는 형국이다. 일요서울은 환영과 우려가 공존하는 백신 휴가를 집중 해부해 봤다.

의무아닌 권고에 그쳐···현실성 없는 정책비판 잇따라

지난 1일부터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이 나타나면 최장 이틀간 백신 휴가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백신 휴가는 의사소견서 없이 접종자의 신청만으로 가능하다.

접종 다음 날 이상반응이 나타날 경우 유급 휴가나 병가 하루를 쓰고, 다음 날에도 이상반응이 이어질 경우 하루를 더 쓰는 방식이다.

모든 접종자가 백신 휴가를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민간 부문에서 이상반응이 나타난 접종자에게 휴가를 권장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 ‘백신 휴가’ 도입 배경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은 지난달 28일 ‘코로나19 백신 이상반응 휴가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백신 휴가는 그간 백신 접종 후 발열과 통증 등으로 근무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문제점이 떠오르면서 필요성이 제기됐다. 백신 접종 후 면역반응 강도가 예상보다 강하다는 호소가 잇따른 것.

지난 2월26일부터 지난달 13일까지 접종자를 대상으로 한 예방접종 이상반응 모니터링 결과를 보면 접종자의 32.8%가 불편함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 중 2.7%는 의료기관을 방문했다.

감염병예방법에 따른 이상반응 신고 체계를 통해 의료기관에 신고된 사례는 전체 접종자의 1.4% 수준이다. 요양병원 20곳을 무작위로 선정해 접종자 54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5명(1.4%)의 환자가 하루 정도 휴가를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주요 이상반응은 접종 부위 통증이 28.3%로 가장 많았다. 근육통 25.4%, 피로감 23.8%, 두통 21.3%, 발열 18.1% 순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접종 후 10~12시간 이내에 나타나고, 48시간 이내에 회복됐다.

특히 젊은층에서 불편감을 호소하는 비율이 높았다. 이 때문에 정부는 접종 후 이상반응이 나타나 휴가를 신청한 접종자를 대상으로 백신 휴가를 도입하기로 한 것.

- “누구를 위한 휴가인가”

휴가 신청자에게는 의사 소견서 등 별도 증빙자료를 요구하지 않고, 신청만 하면 휴가를 부여한다. 의료기관 진단서나 확인서를 요구할 경우 접종자 대다수가 의료기관으로 몰릴 가능성을 우려해 이 같이 결정했다고 한다.

접종 후 10~12시간 이내 이상반응이 시작되는 점을 고려, 접종 다음 날에 하루를 사용하고, 이상반응이 나타날 경우 추가로 하루를 더 쓸 수 있다. 이는 이상반응이 48시간 이상 계속될 경우 반드시 의료기관에 방문해야 하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며 “이상반응 때문에 출근이 어렵다면 그때 신청 받고 별도 증빙자료 없이 하루 정도 휴가를 당연히 부여한다는 것이다. 이상반응이 다음 날에도 계속되면 이틀까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휴가는 별도의 유급휴가나 병가를 원칙으로 한다. 백신 종류와 관계없이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접종에 필요한 시간은 접종 당일 공가, 유급휴가 등을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그렇다면 누가 사용할 수 있는 것일까. 전체 접종자 중 근무를 못하거나, 의료기관을 방문할 정도로 호소하는 사람은 1~2%에 불과하다는 판단이 나오면서 모든 접종자가 휴가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게 됐다. 프리랜서, 주부 등 백신 휴가가 힘든 업종에서는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고 한다.

4월부터 접종이 시작된 보건교사, 오는 6월 접종을 시작하는 경찰, 소방, 군인 등 사회필수인력은 인사혁신처, 행정안전부 등 복무규정 해석을 통해 병가를 적용한다. 즉, 사회필수인력은 정부의 복무 규정에 따라 병가를 적용할 수 있다.

오는 5월 예정인 항공승무원은 항공사 등과 협의를 거쳐 백신 휴가를 부여할 방침이다. 기업 등 민간 부문은 임금 손실이 없도록 별도 유급 휴가를 부여해야 한다. 병가 제도가 있는 기업은 병가를 활용하도록 권고할 계획이다.

그러나 제도가 의무가 아닌 권고 수준에 머물러 민간 기업 등의 참여 여부는 미지수다. 또 벌써부터 권고 형태를 두고, 누구는 휴가를 내고 누구는 이상반응을 참으며 일하는 ‘휴식의 양극화’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오히려 의무 형태로 할 경우 형평성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손 반장은 “직장인들은 백신 휴가가 가능하지만 특수형태근로종사자나 프리랜서에게는 하루 휴가를 부여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며 “이런 상황에서 강제적인 휴가를 부여하면 오히려 직역 부분 간의 형평성 논란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백신 휴가를 의무화하려면 법령이 개정돼야 한다”며 “국회에서 권고부터 시작해 강제 시행까지 다양한 법안이 계류돼 있어 국회 입법 과정에서 충분히 논의하며 의견을 맞추겠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해명에도 여전히 백신 휴가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노동계는 “백신 접종은 국가의 면역체계 수립을 위한 정책인데 ‘권고’라는 방식으로 민간에 예외를 인정한다면 과연 그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느냐”고 지적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백신 휴가를 부여하겠다는 발표 자체는 의미가 있다”면서도 “이번 대책은 공공부문에 대한 지침 외에는 민간을 포함한 모든 사람에 대한 백신 휴가 보장 대책이 없다”고 밝혔다. 민간 부문에서는 백신 휴가 사용이 권고에 그치기 때문에 병원이나 요양기관에서 얼마나 시행될지 의문이고,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인 영세 사업장 노동자와 특수고용직 종사자, 플랫폼 노동자, 일용직 노동자, 영세 자영업자 등에 대한 대책이 전무하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누구를 위한 백신휴가인가”, “현실성 없는 정책”이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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