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박형준 선거를 내 선거처럼... 보수집권 후 '권력분점' 노린다!

안철수 오세훈 [뉴시스]
안철수 오세훈 [뉴시스]

 

[일요서울ㅣ정재호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최근 행보가 정치권의 주목을 받고 있다. 4월 재보선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에 패한 안 대표가 지난 선거에서와는 다르게 적극적인 선거 유세를 펼쳐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안 대표의 이 같은 행보에 정치적 노림수가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재보선 이후 야권의 정계개편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안 대표가 입지를 다져 내년 대선을 기약하기 위한 포석 아니냐는 해석이다. 일요서울은 안 대표의 달라진 행보 속내를 알아봤다. 

-전문가 “安, 이미지 변신과 새로운 지지층 끌어오기 위해 노력”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해 1월2일 정계복귀를 선언했다. 이날 안 대표는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이제 돌아가서 어떻게 정치를 바꾸어야 할지, 어떻게 대한민국이 미래로 가야 하는지에 대해 상의 드리겠다”고 밝혔다. 안 대표는 “정치를 다시 시작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에 대해 깊이 생각했다”며 “우리 국민께서 저를 정치의 길로 불러주시고 이끌어주셨다면, 이제는 제가 국민과 함께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는 국가의 미래를 위한 봉사’라는 제 초심은 변치 않았음을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며 “외로운 길일지라도 저를 불러주셨던 국민의 마음을 소중히 되새기면서 가야 할 길을 가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안 대표는 “저는 지난 1년간 해외에서 그동안의 제 삶과 6년간의 정치 활동을 돌아보고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다”며 “국민들께서 과분한 사랑과 큰 기대를 보내주셨지만 제 부족함으로 그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정치는 8년 전 저를 불러주셨던 때보다 더 악화하고 있다. 이념에 찌든 기득권 정치 세력들이 사생결단하며 싸우는 동안 우리의 미래, 우리의 미래 세대들은 계속 착취당하고 볼모로 잡혀있을 수밖에 없다”며 “이대로라면 대한민국은 장차 어떻게 될지 암담하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안 대표는 “국민이 대한민국의 부강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국민의 행복을 위해 존재한다는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며 “미래를 내다본 전면적인 국가혁신과 사회통합, 그리고 낡은 정치와 기득권에 대한 과감한 청산이 필요하다. 그래야 우리는 다시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안 대표가 SNS를 통해 밝힌 정계복귀 선언의 시작은 철저한 ‘자기반성’이었다. 그러나 이런 그의 노력과는 별개로 지난해 4.15총선에서 국민의당은 3석이라는 초라한 결과를 얻었다. 정치적 위기에 빠진 안 대표에게 반전의 기회가 생겼다. 박원순, 오거돈 전 서울·부산시장이 성비위 문제로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어 서울, 부산에서 재보선이 치러지게 됐기 때문이었다. 야권은 오는 4월 재보선을 앞두고 외연을 확장하기 위해 힘을 합쳐야 하는 형국이었다. 

그리고 안 대표는 지난해 12월20일 내년 대선을 포기하고 오는 4월 서울시장 재보선에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안 대표가 정치적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안 대표는 이날 기자 회견에서 “그동안 당 안팎에서 많은 분들이 제게 서울시장 출마를 요청하셨지만, 저는 다음 대통령선거에서 대한민국의 새로운 변화와 미래에 대한 구상을 국민들에게 말씀드리고, 중도실용 정치로 합리적 변화와 개혁을 실현하자 했다”며 “지금의 암울한 현실을 바꾸려면 정권교체 외엔 그 어떤 답도 없고, 서울시장 보궐선거 승리가 그 교두보라는 많은 분들의 의견을 부인하기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안 대표는 “무너져 내리는 대한민국을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지켜보면서 지금은 대선을 고민할 때가 아니라, 서울시장 선거 패배로 정권교체가 불가능해지는 상황만은 제 몸을 던져서라도 막아야겠다”며 “결자해지의 각오와 서울의 진정한 발전과 혁신을 다짐하며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안 대표는 “안철수가 이기는 선거가 아니라, 전체 야당이 이기는 선거를 하겠다”며 “대한민국 서울의 시민후보, 보수야권단일 후보로 당당히 나서서 정권의 폭주를 멈추는 견인차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 후보는 오는 4월 서울시장 재보선의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에게 패배했다. 정치권에선 안 후보의 연이은 패배가 향후 정치적 행보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 ‘철수’없는 安, 서울~부산 종횡무진

그러나 주변의 우려와 달리 안철수 대표는 서울·부산시장 재보선을 앞두고 서울·부산을 오가며 적극적 지원에 나서고 있다. 안 대표의 변화된 모습은 과거 단일화에서 보였던 소극적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 정치권에선 안 대표의 이런 행보가 재보선 이후 예고된 야권의 정계개편을 앞두고 입지를 다지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다. 

안 대표는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의 경선 다음날일 지난달 24일 빨간 넥타이를 매고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참석한 데 이어, 공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달 25일부터 매일 한번 이상 오 후보와 함께 유세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토론회 준비를 위해 현장 유세를 하지 않은 오 후보를 대신해  안 대표 홀로 유세를 진행했다. 

안 대표는 지난 1일 부산을 방문해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 선거를 지원했다. 안 대표는 지원 유세에서 “여기 오신 분들 중에 ‘쟈 누고? 안철수 아이가? 쟈 와 여기 왔노’ 하시는 분도 계실 것 같다”며 “제가 여기 온 이유 단 하납니다. 우리 박형준 후보 꼭 뽑아달라고 부탁드리러 왔다 아입니까?” 라며 유세를 시작했다.

유세 이후 박 후보를 꼭 도와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안 대표는 “우리나라의 여러 복잡한 사안에 대해 이렇게 생각이 잘 정리되어 있는 분은 드물다고 예전부터 생각했다”며 “지금까지 쌓은 경험과 지식을 고향 부산 발전을 위해 쓴다는 것에 부산사람으로서 많은 기대감을 갖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 安, 선거 후 정계개편 염두에 뒀단 해석

안철수 대표가 열심히 국민의힘 선거를 돕는 이유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선 재보선 이후 야권 정계개편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재보선 이후 국민의힘과 합당을 약속했던  안 대표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제1야당에서 새로운 정치적 재기를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 단일화 시너지를 기반으로 야권이 재보선에서 승리한다면 안 대표의 공은 더 커질 것이다. 그리고 야권에서 목소리를 더 크게 낼 수도 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도 재보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단일화 시너지를 극대화해야한다. 그러기 위해 지원 유세에 나선 안 후보를 예우하며 그의 지지층을 최대한 흡수해야 한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지난 1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안 대표는 자신이 갖고 있는 이미지 변신과 새로운 지지계층을 끌어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안 대표의 최근 행보를 보면 미래를 보고 길게 호흡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안 대표의 적극적 지원유세가 향후 야권에서 그의 정치행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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