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감각] 저자 로저 니본 / 역자 진영인 / 출판사 윌북

[일요서울 | 김정아 기자] 흙에서 전하는 온기로 작품의 진가를 예측하는 도예가, 원재료로 음식의 완성도를 가늠하는 요리사, 돌의 무늬와 재질을 손끝 하나로 읽어 내는 석공, 같은 커피머신으로 혀끝의 감각을 미려하게 자극해 내는 전문 바리스타, 음계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지친 영혼을 위로해 주는 뮤지션, 찌를 바다에 드리우기도 전에 바다의  파장을 먼저 읽을 줄 아는 강태공은 감각과 일체를 이룬 숙련된 고수들이다. 

누구나 고수가 되기를 원하지만 일련의 '기나긴' 시간과 '솔직한' 사투를 벌이고 반복되는 훈련을 요한다. 일의 감각을 몸에 익혀 전문가가 되는 길은 험난할지 모르지만 누구나 도달 가능한 영역으로 타인과의 '충돌'과 '타협'을 거듭해 나간다면 언젠가 일과 자아가 일체하는 순간을 맛볼 수 있다.

초보에서 장인의 단계에 이르는 길을 선명하게 제시한 저자 로저 니본의 신간 ‘일의 감각’에서는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조차 가늠하기 힘든 '도제' 단계의 초보자들을 위해 극명한 해답과 과정을 제시한다. 저자는 외과 의사로 일을 시작해 20년간 병원에 근무하면서 전문가가 되는 법을 실질적인 방법으로 연구했다. 특히 의사, 조정사, 재단사나 박제사 등 여러 전문 직종에 몸담은 사람들을 직접 만나고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도제에서 고수로 가는 3단계 지도를 그려냈다.

책에서 저자는가장 먼저 도제에서 저니맨을 거쳐 고수로 가는 단계에서 수없이 반복하는 실수와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도제' 단계에서는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을 하면서 고루하고 지루한 시간을 겪게 되는 과정을 거쳐게 된다. 이 과정 후 '저니맨' 단계에서는 타인과 충돌하며 타협할 줄 아는 나름대로의 감각을 키울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단계를 거쳐 일과 자아가 일체를 이루는 '고수'의 단계로 접어들게 된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과 다양한 분야의 고수를 곁에서 관찰하며 분석한 내용을 토대로 이와 같은 단계를 정리했다.

영국 최초의 외과 교육 석사과정을 수료한 저자는 중증 환자를 수술하는 외과의사 경력 20년을 바탕으로 다양한 의사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현재 런던 임페리얼칼리지 소속 학자로 다양한 전문가를 연구하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한 분야에 매진하되 매몰되지 않는다는 신념으로 다양한 분야의 일에 도전하면서 전문가가 되는 길을 모색하는 실전가다.

저자는 “자신의 잠재적 능력을 믿고 미래에 대한 전망을 스스로 그려 볼 기회는 흔치 않다. 책에서 누구나 자기 분야의 고수가 되기 위한 핵심 방법을 제시하여 앞으로의 길을 그려 보아야 한다. 책을 통해 이제 막 자신의 일을 시작한 도제에게는 미래를 향한 밑그림을, 오늘도 일터에서 지쳐 가는 저니맨에게는 힘이 되는 위로를, 뛰어 넘어야 하는 새로움을 찾는 장인에게는 나눔의 즐거움을 전하고자 한다. 고수 되기의 여정은 평생 천천히 그리고 묵묵히 걸어야 하는, 결코 완성될 수 없는 미완성의 여정이다. 하지만 절대 완성될 수 없기에 오히려 그 길은 더 신비로우며 위대한 도약이 된다. 각자 자신의 영역과 분야에서 고수의 자리에 오르는 건 삶이 제시하는 큰 명제인 동시에 풀어야 할 숙제다.” 고 밝혔다. 

이 책과 함께 읽을 만한 책으로는 메리 메콜리프의 ‘벼랑 끝의 파리’, 김누리의 ‘코로나 사피엔스, 새로운 도약’, 김대기의 ‘의료사 연구의 현황과 과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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