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풍없는 이사자리 눈치작전 ‘치열’

17대 대통령 인수위원회 해단식에 참석한 인수위원들이 이명박 당시 당선인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기업 이사는 새로운 정권의 전리품으로 전락한 듯하다. 민노총 공공운수연맹 자료에 따르면 97명의 공기업 이사들이 낙하산 인사들로 채워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비상임이사의 경우 본업을 갖고 있으면서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이점이 있어서 더욱 많은 인사들이 몰려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상임, 비상임 이사들은 가히 낙하산 폭탄이라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광범위하다.

공공운수연맹 자료에 따르면 97명의 이사들 중 상임이사는 10명에 불과했다. 기관장이나 감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인원이다. 이는 상임이사라는 자리가 실무를 담당해야 하는 책임이 있는 자리이기 때문에 꺼려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나머지 87명은 모두 비상임이사다. 비상임이사의 경우 상주해야 하는 자리가 아니기 때문에 실무적 책임이 비교적 적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낙하산 인사들이 임명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 참조>

10명의 상임이사들 중 한국공항공사 배용수 부사장은 대선캠프 공보특보를 역임하고 지난 해 인수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주택관리공단 남희용 경영지원이사도 대선캠프 경제살리기 특위위원 출신이다. 기은신용정보 곽노혁 부사장은 한나라당 정책조정실장을 지냈고 18대 총선에서는 한나라당 전국구를 신청했던 전력이 있다.

87명의 비상임이사는 다양한 경력의 인사들이 즐비했다.

강원랜드 이이재 이사(대선캠프 청년본부, 인수위 자문위원), 국민연금공단 최희주 이사(인수위 전문위원), 한국수자원공사 김연철 이사(인수위 국방소위팀장), 한국조폐공사 박정수 이사(대선 정책자문단), 한국사학진흥재단 박영규 사무총장(대선캠프 공보특보) 등 모두 38명의 대선캠프, 인수위 출신 이사들이 있다.

MB 외곽지지 조직 인사들 중에는 경북대학교 노동일 이사(국민통합행동화 포럼), 대한지적공사 오현진 이사(선진국민연대 충북 대표), 대한체육회 천신일 부회장(국제정책연구원 이사),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공단 오광성 이사(뉴라이트 방송통신정책센터 공동대표) 등이다.

특히 뉴라이트 출신들은 신문발전위원회 최창섭 위원(뉴라이트 방송통신정책센터 대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유진룡 위원(뉴라이트 방송통신정책센터 공동대표)과 조운조 위원(뉴라이트 문화예술정책센터, 문화미래포럼 대표)은 같은 곳에서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조폐공사 정신모 이사는 기업사랑운동 공동대표 출신이다. 당 출신과 18대 총선 공천에서 탈락한 인사들은 27명으로 파악됐다.

한국디자인진흥원 정준석 이사는 18대 총선 공천에서 탈락하고 자리를 옮겼다.

한국국방연구원 김병묵 이사는 인수위원회 전문위원 경력을 갖고 있고 18대 총선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재외동포재단 우진영 이사는 한나라당 수석전문위원, 한국장애인개발 박덕경 이사는 서울시의원 출신으로 모두 한나라당 관련 인사다.


낙하산 실효성은 의문

청와대 출신으로는 코스콤 김동연 이사와 한국벤처투자 송종호 이사가 있다. 둘 다 청와대 비서관 출신이다.

MB측근 인사들 중 현대와 서울시 관련 출신 비상임이사는 광주과학기술원 안문석 이사(08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이사장), 코레일 전기 배효원 이사(현대건설 상무) 등이 있다.

이밖에도 국민체육진흥공단 이두희 이사와 한국과학기술원 정문술 이사는 이 대통령과 같은 소망교회 신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공기업 이사자리를 놓고 눈치보기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MB정권이 출범하고 들어보지도 못한 공기업들을 스스로 찾아서 임기가 얼마나 남았는지, 어떤 인맥을 통해 들어왔는지까지 파악한 뒤 인사 청탁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서로 좋은 자리를 가기 위해 눈치를 보는 인사들도 상당수”라고 주장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기관장, 감사와 함께 이사도 낙하산 인사들이 상당한 것으로 파악된다. MB정부 들어 공기업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강조하더니 역대 정권과 하는 것은 다르지 않다. 낙하산 인사들이 장악한 공기업들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안 봐도 뻔 한 일”이라고 말했다.

방만한 경영과 과한 연봉으로 신의 직장이라 일컬어지는 공기업들. 이들을 개혁하기 위해 MB정권은 또 다시 낙하산을 투입했다.

낙하산 인사들이 공기업의 개혁을 이루고 조직개편을 제대로 해 국민들의 혈세가 낭비되지 않게 할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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