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새노조 "CEO공백 상태 대비해야"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2년간 흐지부지됐던 황창규 전 KT회장과 구현모 현 KT대표이사의 불법 정치자금기부 의혹 수사가 재개될 전망이다. 검찰은 이르면 올해 상반기 중 이들을 소환조사할 것으로 알려진다.

고발 당사자인 KT새노조는 “늦었지만 환영한다”며 "검찰은 즉각 황 전 회장을 공개 소환해 구 대표이사의 범죄 관련성에 대해 신속하게 수사해야 하고 이사진은 CEO 공백 상태에 대한 대비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018년 고발 뒤 담당검사 4명 교체 수사 지연...소환 임박 주장
 KT새노조 “KT 불법 정치자금 수사 재개 환영”...구 대표 거취 논란도

복수 매체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주민철)가 경찰과 검찰이 황 전 회장을 조사한 자료와 관련자 진술을 확인하는 작업에 최근 나섰다고 보도했다.

KT 불법 정치자금 기부 의혹은 KT가 황창규 전 회장 취임 뒤 회사 공금으로 상품권을 구입해 현금화하고, 이를 정치인 99명(국회의원 97명, 국회의원 후보자 2명)에게 임원 명의로 정치후원금 4억4000여 만 원을 전달했다는 의혹이다.

특히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후원금이 가장 많이 제공됐으며 정관계 인사들에게 경영 고문 자리를 준 뒤 각종 로비에 활용한 의혹도 있다.

당시 경찰조사 결과 이들은 법인자금으로 주유상품권 등을 구입한 뒤 이를 되팔아 현금화하는 상품권 깡 수법으로 총 11억5000만 원의 바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이 자금 중 7억 여원은 경조사 또는 접대비 등으로 사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KT는 1인당 국회의원 후원 한도 500만 원을 맞추기 위해 임직원 29명을 동원했다. 1인당 후원금을 낮추기 위해 쪼개기 후원 방식을 사용한 것. 일부 직원은 가족이나 지인 명의까지 빌렸다는 의심을 샀다. 당시 혐의를 받던 임원 중에는 구현모 현 대표이사도 포함됐다. 구 대표이사는 황 전 회장 시절 비서실장이었다.

이미 경찰의 수사과정에서 국회의원들의 공식 후원계좌를 통해 입금됐기에 정치후원금 수수 증거는 확인됐다. KT 관련 인사들도 상품권 깡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금품을 수수한 국회의원들의 경우 회삿돈인 것을 몰랐다며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KT새노조에 따르면 "국회의원 공식 후원계좌를 통해 자금이 입금돼 정치후원금 수수 증거는 드러난 상태다"라며 "이번 사건은 지난해 2월 같은 청 형사 7부가 황 전 회장이 국회의원들에게 제공한 불법 정치자금 일부를 '횡령'했다는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린 사건과는 별개인 사건이다"고 설명했다.

KT관련 인사들도 상품권 현금화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을 인정했다. 2018년 KT새노조가 황창규 전 회장을 뇌물공여와 업무상 횡령 혐의로 경찰청에 고발한 뒤 이듬해 검찰 송치됐다.

이후 4차례 담당검사가 바뀌면서 수사에 진척이 없었다.

검찰은 2019년 1월 사건을 경찰로부터 송치받은 후 현재까지 결론을 내지 않고 있다. KT새노조는 “검찰은 지금부터라도 사건에 대해 속도감 있는 수사를 진행하여야 한다”며 “즉각 황창규 KT 전 회장을 공개 소환해야 하며 구현모 현 CEO의 범죄 관련성에 대해서 신속하게 수사하여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검찰이 사건을 묵히는 동안 회삿돈을 횡령해 국회의원에게 후원금으로 뿌린 주요 피의자 황창규 전 회장은 임기를 무사히 마쳤다”고 비판했다.

KT의 불법 정치자금 기부 의혹은 미국의 증권거래위원회 조사 대상이기도 하다. 미국 증권거래위는 KT 경영진의 비윤리적 행위로 주주 권리가 침해됐거나 피해가 발생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KT는 미국 증시에도 상장돼 있다.

구현모 KT대표도 같은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해 2월 구 대표는 임기 중 과실이 인정되면 대표이사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는 조건으로 선임됐다. 구 대표 취임 1년 만에 자리를 떠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 구현모 대표 선임 조건 눈길  

따라서 이번에 그동안의 수사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검찰도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만큼 올해 안에 수사 결론을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현재 황 전 회장의 불법 정황과 뒷받침 증거 및 진술 등을 확보한 상태로 알려졌다. 멈췄던 수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이면서 구 대표의 거취를 두고 관심이 높다.

KT새노조는 지난달 31일 'KT 불법정치자금 사건 수사 재개, 늦었지만 환영' 성명에서“KT 이사진은 구현모 체제를 조건부로 출범시키며 약속한대로 관련성이 확인되어 또 다시 CEO 공백 상태가 발생할 것에 대한 대비책을 논의해야 한다”며 “동시에 전현직 CEO가 범죄 관련성이 확인되어 기소될 경우 CEO의 사임뿐 아니라 무리한 조건부 CEO 추천을 강행한 이사회의 책임에 대해서도 깊은 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황 전 회장은 아직 검찰에 소환되지 않은 상태다. 따라서 검찰이 황 전 회장을 소환한다면 수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KT새노조는 “검찰의 조속한 수사를 통해 KT 불법 정치자금 의혹을 명명백백히 밝히고 관련자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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