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업무지시로 일자리위원회를 설치하고 ‘일자리 현황판’을 살피는 일자리 대통령을 자임했지만, 용두사미(龍頭蛇尾)로 끝났다.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고용 대참사’가 터졌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월 공식 실업자에 원하는 만큼 일하지 못하고 있는 취업자 등 체감상 실업까지 더한 ‘확장실업자’가 468만 명에 육박한다. 특히 확장실업자 중 15∼29세 청년층 체감실업률은 27.2%로 치솟았다. 실업자 10명 중 3명이 청년층인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재정도 파탄 상태다. 국세 수입은 2020년 7조9000억 원 줄어 2년 연속 감소했다. 이런데도 선별·보편 재난지원금과 함께 정부 여당의 배급정책으로 나랏빚은 폭증하고 있다. 국가부채는 추경 등에 따라 1000조 원 가까이로 불어날 전망이다.

무엇보다 큰 걱정은 악화하는 청년실업이다. 청년실업이 20대를 넘어 30대로 확산하고 있다. 500대 기업의 64%(2020년 41.3%)가 2021년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을 뽑을 계획이 없거나 채용계획을 세우지 못했다.

청년들이 제때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면 결혼과 출산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기업들은 필요할 때마다 소규모로 채용하는 ‘수시채용’을 확대하고 당장 활용 가능한 ‘경력채용’을 강화하는 추세다.

공채가 축소되고 인턴사원제도 등이 수시채용과 경력채용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게 되면 부모와 친지들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흙수저’ 출신들은 취업에 더 어려움이 가중된다. 이처럼 한국의 청년들은 ‘상실의 시대’를 살고 있다. 입사지원서 낼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불평등과 불공정에 청년들은 좌절한다. 청년들의 분노를 해소해 주지 못하는 사회에 미래는 없다. 정부는 모든 정책의 최우선순위를 청년 일자리에 둬야 하며, 기업도 수시채용에서 정시채용으로 전환해 청년실업 해소에 앞장서야 한다.

‘고용 참사’는 코로나 때문만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정책, 급속한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 강행 등 예고된 ‘정책 실패’의 결과다. 문 정부는 온갖 규제와 반(反)기업 정책으로 기업들에 족쇄를 채웠다. 집권당은 경제계가 한사코 반대했던 ‘기업규제3법’과 ‘중대재해법’ 등을 밀어붙여 기업들을 절망케 했다.

문 대통령은 야당 시절 “4대강 예산 22조 원이면 일자리 100만 개를 만들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집권 후 4년간 고용 예산 80조 원을 쏟아붓고도 ‘일자리 100만 개 실종’이란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정부가 지난 3월 청년고용 대책을 내놨다. 총 5조9000억 원을 푸는 게 핵심이다. 이 돈으로 청년층에 104만 명 플러스알파의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고육지책(苦肉之策)이다. 그러나 실효성은 의문이다. 단기 알바 위주의 ‘세금 일자리’는 통계 분식이지 진정한 일자리가 될 수 없다. 기업 활성화라는 근본적 처방 대신 세금 퍼붓는 땜질 대책으로는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일자리는 ‘정책의 종합성적표’다. 고용 창출을 위해 백방(百方)의 해법을 강구해야 한다. 노동규제 외에도 지배구조, 공정거래, 산업재해 등 규제가 심해지고 있다. 무엇보다 시급한 수단은 규제혁파다. 대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중소·중견기업의 40%가 고용을 축소하려 하고 20%가 공장의 해외 이전을 검토하고, 스타트업·벤처 기업들까지 해외투자를 고려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거꾸로 가고 있다. 재계의 읍소에 귀를 막고 새로운 규제를 양산하는 데 열중하고 있다. 21대 국회가 개원 후 쏟아낸 규제법안만 1,400여 건에 달한다. 이게 정상 국가라 할 수 있는가.

기 취업자들만 더 유리하게 하는 정책들을 거두어들여야 한다. 강성 정규직 노조의 연공제 등 기득권을 깨는 노동개혁이 시급하다. 전체 근로자의 12%에 불과한 노조 조합원보다 나머지 대다수 근로자와 미취업자들을 위한 대책 마련이 중요하다.

이철승 서강대 교수는 “노동시장 구조가 ‘신분계급화’의 초입에 진입했다”면서 연공제를 직무급 또는 연봉제로 바꿀 것을 제안한다. 기업은 연공제 때문에 해고가 쉬운 비정규직을 늘리거나 신규 채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둘 다 가장 큰 피해자는 청년층이다.

‘일자리가 최상의 복지’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투자와 고용의 선순환을 이룰 수 있다. 여야는 당장 규제3법 수정과 보완 등을 통해 기업 환경 개선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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