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진심의 정치는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 상록수와 같은 한결같은 초심으로 변함없이 민심과 함께 할 것이다(48일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확 달라졌다. 지난 2012년 대선국면에서 정치에 입문한 이후 결정적 고비 때마다 후퇴를 선택했지만 이번만은 달라졌다. 안철수 대표는 4.7 재보궐선거 야권 승리의 일등공신이다. 특히 재보선 공식선거운동 직전 오세훈 서울시장과 맞붙은 단일화 경선에서 패배한 이후 헌신적인 지원유세로 국민적 눈도장을 확실하게 찍었다. 특히 안 대표의 광폭행보에 여야 정치권도 달라진 반응을 보였다. 다소 유약하고 좌고우면하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강력한 리더십을 갖춘 유력 정치인으로 성장했다는 평가를 내릴 정도였다. 다수 부정적이었던 국민적 평가마저 달라졌다. 특히 이번 재보선에서 중도 확장성을 실증한 안 대표의 정치적 파괴력에 대한 재평가 분위기도 일고 있다.

뉴시스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 당선을 축하하는 안철수 대표, 뉴시스

-‘주연보다 빛난 조연안철수, 선거승리 일등공신
- 철수정치 꼬리표 떼고 유력 차기주자로 다시 부활
- 중도 이미지 강점윤석열·김종인 변수는 숙제


안 대표의 남은 길은 내년 3월 열리는 차기 대선이다. 4.7 재보선 국면 이후 안 대표는 그동안 부정이었던 본인의 이미지를 쇄신하고 차기 주자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직전만 하더라도 5% 안팎의 군소주자에 불과했지만 상전벽해가 됐다.

차기대선 지지율을 독주해온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더불어 정권교체를 담당할 최대 기대주로 떠올랐다. 서울시장 보선 후보 양보, 2012년 대선 단일화 잡음, 새정치민주연합 합류와 국민의당 창당, 19대 대선 실패 등 굴곡진 정치인생을 경험했던 안 대표가 내년 3월에 웃을 수 있을까? 쉽지 않은 길이지만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정치적 침체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안 대표가 재보선 이후 차기 발걸음이 보다 빨라질 것은 분명하다. 재보선을 거치며 새롭게 태어난 안 대표의 차기 대선 경쟁력을 짚어봤다.

오세훈·박형준 헌신적 지원유세재보선 압승 빛난 조연

4.7 재보선의 주인공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이다. 다만 주인공만큼 빛나는 조연이 있었다. 바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다. 서울시장을 꿈꾸며 국민의힘과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경선에 나섰지만 아쉽게 고배를 마셨다. 단일화에 실패하면 보통 지원유세에는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실제 안 대표는 과거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의 단일화 양보 이후 지원유세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이번에는 달랐다. 라이벌이었던 오세훈 시장의 지원유세에 혼신을 다했다.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 넥타이를 매는 모습도 종종 선보였다. 특히 정권교체 교두보를 놓을 수만 있다면 저 안철수, 목이 터지더라도 야권 단일후보 오세훈 후보를 백번 천번 외치겠다는 명연설 탓에 안 대표가 오 시장의 선거전을 내 선거처럼 돕는다는 평가마저 나올 정도였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야권의 재보선 승리를 위해 부산으로 내려가 박형준 시장의 당선에도 공헌했다. 재보선 막판 더불어민주당의 네거티브가 극심했던 점을 고려하면 안 대표의 지원사격은 오 시장과 박 시장에게 큰 힘이 됐다. 주연보다 빛나는 조연이라는 평가가 안 대표에게 쏟아졌다.

안 대표는 서울시장 보선 기간 동안 오 시장과 찰떡궁합을 과시했다. 어깨동무를 하고 서로 격려하거나 만세를 부르는 모습도 종종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될 정도였다. 오 시장과 안 대표의 공동유세에서는 오세훈” “안철수를 연호하는 시민들의 응원도 이어졌다. 안 대표는 오 시장과 합동유세를 이어가면서 오 후보가 당선돼야 내년 대선에서 정권 교체가 가능해진다. 우리 기호 2번 오 후보 꼭 찍어달라고 매일 호소했다. 오 시장 역시 대한민국 역사상 이런 아름다운 단일화를 본 적이 있나고 안 대표의 지원에 감사를 나타내면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반드시 상생과 화합의 정치를 펼치겠다고 화답했다.

지원유세의 압권은 지난 4일 서울 반포한강공원의 세빛섬 공동유세였다. 안 대뵤는 오 시장과 손을 잡고 함께 산책을 이어나가면서 시민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안 대표와 오 시장의 예상치 못한 방문에 시민들의 환호와 사진촬영 요청이 쇄도할 정도였다. 아울러 재보선 기간 내내 오 시장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는 국민의힘 지도부와 공동유세에 나서기도 했다.

안 대표는 재보선 기간에 여러 차례 고향 부산을 방문, 박형준 시장 지원에 나섰다. 안 대표는 지원유세에서 지금은 제 머릿속에 선거 승리밖에 없다부산사람인 저는 어느 누구보다 대한민국 제2의 도시 부산이 훨씬 더 발전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박 후보를 꼭 뽑아달라고도 말했다. 특히 박형준 시장을 향한 민주당의 극심한 네거티브 공세와 관련, 지난 2017년 대선 당시 드루킹 댓글 조작의 최대 피해자라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여권의 네거티브 심판을 호소하기도 했다.

김종인 위원장과 악수하는 안철수 대표, 뉴시스
김종인 위원장과 악수하는 안철수 대표, 뉴시스

재보선통해 유약한 이미지 쇄신경쟁력 재평가

안 대표는 4.7 재보선을 거치면서 많은 것을 얻었다. 비록 서울시장이라는 빛나는 스포트라이트는 오세훈 시장에 넘겼지만 그에 못잖은 빛나는 주연이었다. 최대 성과는 철수정치라는 비아냥과 조롱을 받아온 유약한 이미지를 불식시켰다는 점이다. 특히 재보선 승리와 내년 차기 대선에서의 정권교체를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은 적잖은 플러스 요인이 됐다.

안 대표는 재보선 기간 보여준 정치적 성장을 바탕으로 그동안 본인의 발목을 잡아온 2012년 대선 트라우마를 벗게 됐다.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과의 단일화 협상이 난항을 겪을 때 중도사퇴한 이후 선거지원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특히 대선 당일 오전에 미국으로 출국하면서 철수정치라는 비아냥에 시달리기도 했다. 이러한 이미지는 안 대표의 정치인생 내내 꼬리표로 작용하면서 부담이 됐다. 중대한 결정을 머뭇거리거나 입장을 바꿀 경우 철수정치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결과적으로 안 대표는 4.7재보선을 거치며 정치적으로 한 단계 성장했다. 지난 201620대 총선 당시 국민의당 돌풍 이후 내리막길을 걷다가 5년 만에 주연보다 화려한 조연으로 급부상했다.

달라진 안 대표의 모습은 재보선 이후에도 확인됐다. 안 대표는 재보선 기간 동안 중단했던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면서 차기 대권 의지를 명확하게 드러냈다. 안 대표는 문재인 정권의 무능과 위선, 오만과 독선, 도덕적 파탄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라고 이번 재보선을 평가하면서 민심을 받들어 내년 대선에서는 반드시 정권 교체로 보답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야권의 승리라기보다 민주당의 패배라며서 대장정을 앞둔 우리에게 작은 교두보를 놓은 것이자 겨우 베이스캠프를 친 것뿐라고 낮은 자세도 강조했다.

안 대표의 경쟁력과 리더십이 재평가되면서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어떤 식으로 야권대통합에 나설지도 관심사다. 영호남 지역주의와 보수진보에 기반한 거대 양당 구조의 정치판에서 안 대표는 사실상 단기필마로 활동했다. 특히 2017년 대선에서도 실패를 경험한 만큼 차기 대선에서는 보다 든든한 울타리가 필수적이다. 안 대표 역시 뜻을 같이하는 범야권이 모두 합쳐야 정권 교체를 바라볼 수 있다고 대통합 의지를 강조했다.

다만 야권 대통합 과정은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동등한 통합이 되기에는 양당의 당세가 너무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은 재보선 승리와 관련해 안철수 대표의 지원에 따른 보다 분명하고 확실한 지분을 요구할 태세지만 재보선 압승으로 기세를 올린 국민의힘의 계산법은 다른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국민의당을 흡수통합해서 제3지대 가능성을 없애고 야권대통합 전당대회를 여는 것이다. 사실상 국민의힘 중심으로 야권 단일대오를 구성하는 모델이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재보선 승리 이후 의원총회에서 야권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국민의힘이 제1야당으로 국민의 야심(野心)을 대변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중도 선점 과 라이벌김종인과의 관계 변수

안 대표의 꿈은 차기대권이다. 안 대표는 서울시장 단일화 패배 이후 서울시장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만, 저의 꿈과 각오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면서 새로운 정치로 대한민국을 바꾸겠다는 저 안철수의 전진은 외롭고 힘들더라도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의미심장한 언급을 남긴 바 있다.

차기 대선을 향한 안 대표의 앞길에는 두 가지 숙제가 남아있다. 키워드는 윤석열김종인이다. 우선 반()문재인 진영의 상징으로 떠오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의 라이벌 구도에서 승리해야 한다. 안 대표의 차기 지지율은 윤 전 총장과 비교할 때 여전히 열세다. 재보선 승리로 상승 여력이 없지 않지만 여전히 적잖은 격차다.

윤 전 총장은 지난달초 검찰총장 퇴임 이후 야권의 차기주자로 우뚝 섰다. 여론조사기관마다 차이를 보이지만 이재명 경기지사와의 양강구도를 형성한 것은 물론 일부 조사에서는 30% 이상의 대세론을 보여줬다. 안 대표가 정권교체의 기수로 나서기 위해서는 야권 최대 유력주자인 윤석열 전 총장과의 치열한 전투를 거쳐야 하는 셈이다. 적어도 야권 차기주자 중에서는 윤 전 총장을 넘어서거나 대등한 수준의 경쟁력을 보여줘야 한다. 더구나 제3지대 창당설이 나오는 윤 전 총장이 특정시점에 국민의힘에 전격 합류할 경우 안 대표의 처지는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승리 매직으로 찬사를 받으며 자연인으로 돌아간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의 껄끄러운 관계도 변수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재보선 직전 당내 중진들의 극심한 비판에 시달렸지만 재보선 완승을 이끌어내면서 역시 김종인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안 대표의 정치입문 당시 멘토로 도움을 줬지만 이후 관계가 틀어진 이후에는 10년 동안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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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안 대표는 서울시장 단일화 경선 직전만 해도 김종인 전 위원장과 정신나간 사람” “상왕등 원색적인 비난을 주고받으며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바 있다. 차기 대선이 본격 진행되면 김종인 전 위원장이킹메이커로 화려하게 복귀할 게 확실시된다. 특히 국민적 지지도는 높지만 정치적 기반이 약한 윤석열 전 총장의 멘토로서 활동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안 대표로서는 김종인 전 위원장과의 관계회복이 어떤 식으로든 필수다.

여야 정치권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안철수 대표는 정치권 입문 이후 10년에 이르는 세월동안 그야말로 산전수전을 모두 겪었다때로는 철수정치라는 조롱에 시달렸지만 이번 재보선 승리를 통해 본인만의 확고부동한 리더십은 물론 차기 주자로서의 경쟁력을 선보였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재보선 이후는 차기 대권의 시간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이 가속화되면서 야권의 대권시계는 더욱 빨라질 것이라면서 야권대통합 순항 여부, 윤석열 전 총장과의 라이벌 구도, 김종인 전 위원장과의 관계회복 변수에 따라 차기 대선을 향한 안철수 대표의 발걸음도 보다 분명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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