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의 목소리를 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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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등록금 반환 운동본부 대학생들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열린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수업에 대한 등록금 반환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1.04.01. [뉴시스]

[일요서울ㅣ김혜진 기자] 최근 대학생들의 ‘등록금 반환’ 목소리가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수업이 이어지면서 수업 질 저하와 학교 시설 사용 제한 등의 문제에 부닥치면서다. 등록금 반환 운동을 추진해 온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는 지난달 4일 ‘2021 등록금반환운동본부’를 발족하고 등록금 반환 촉구 기자회견과 청와대를 향한 삼보일배 등을 이어가는 등 “등록금을 돌려 달라”며 의사를 강력하게 표명하고 있다. 일요서울은 등록금 반환 문제에 대한 대학가의 목소리를 담아봤다. 

수업 질 저하·학교 시설 사용 제한 “등록금 돌려 달라”

등록금 관련 항의는 현재 많은 학교들에서 이뤄지고 있다. 서울 주요 대학을 비롯해 지방 국공립 사립 대학, 교육 대학 등에서도 마찬가지다. 대학들에서는 ‘2021년 등록금 동결은 사실상 인상이다’ ‘2021년 1학기 등록금 반환을 요구합니다’ 등의 대자보도 어느새 흔한 광경이 됐다. 

등록금 반환 요구가 지속되는 가운데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기자간담회에서 “올해는 대학생들이 만족할 만한 수업으로 품질을 높이는 것이 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교육부도 올해 1차 추경 1646억 원 중 419억 원을 활용해 ▲비대면 강의 콘텐츠 제작 ▲자료 개발 지원 전문 인력 배치 계획을 밝혔다. 교육부도 원격수업 질 개선을 통해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서는 실효성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대학 수는 4년제 136개, 전문대학은 203개다. 이들 대학에 대한 천편일률적 지원뿐 아니라 관리 체계를 빠르게 정착하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 “現 교육 방침 잘못됐다… 취업·생활고 오롯이 학생 몫”

지난달 18일 ‘2021 등록금반환운동본부’ 측은 기자회견을 통해 “답답하다, 힘들다, 억울하다”고 분노했다. 운동본부 측은 “2021년 현재의 교육 방침으로 인해 취업난과 생활고까지 학생들이 오롯이 감당해 내고 있다”며 “학생들에게 등록금 동결은 생활의 일부를 포기해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올해 대학 측도 마찬가지지만 정부에서도 대학생들이 지난해만큼 요구가 없다며 이에 대한 논의를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는 A씨는 “코로나19로 인한 상황 때문에 수업뿐만 아니라 실기를 준비해야 하는 입장에서 더욱 직접적인 피해를 입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실기를 준비할 수 있는 강의실이 전혀 개방되지 않거나 혹은 아주 제한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실기실을 이용하고 싶어도 10명 안팎으로 인원이 제한돼 있어 일찍 학교에 가서 신청하려 해도 이미 인원이 다 차면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할 때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A씨는 “비슷한 전공인 친구들 중에 입체 작품을 만드는 수업이 있는 경우는 더욱 힘들다. 작품이 자리를 많이 차지할 수도 있고 인체에 유해한 물질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원룸이나 고시원 등에서 사는 사람들은 실기실이 열리지 않으니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방이나 좁은 베란다에서 작업을 한다고도 들었다”며 “재료를 보관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과제는 계속 있는데 작업을 어디서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미술 전공 학부생 B씨는 “예술 대학은 등록금을 정말 많이 낸다. 차등 등록금이라고 문제도 많이 있었지만 그래도 다른 학생들처럼 강의실만 이용하는 게 아니라 재료비, 실습실 비용 등을 이용할 수 있으니 그러려니 했었다”면서도 “지금은 아무것도 이용할 수 없지만 등록금은 여전히 같다”고 지적했다. 

졸업을 앞둔 4학년 취업준비생 C씨는 “4학년이 되며 코로나19가 시작됐는데 당시는 금방 끝날 줄만 알았다. 하지만 상황이 계속 길어지면서 주변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금세 우울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학생들에게도 재난지원금을 준다고 하는데 일부는 세금을 안 내는 대학생들에 대한 지원금 문제에 논란이 많아서 착잡한 마음으로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는 우리를 두 번 죽이는 게 아닌가 생각될 때도 있다”고 강조했다. 

2021 등록금 반환 운동본부 대학생들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열린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수업에 대한 등록금 반환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1.04.01. [뉴시스]
2021 등록금 반환 운동본부 대학생들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열린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수업에 대한 등록금 반환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1.04.01. [뉴시스]

대학생 D씨는 늘어나는 학자금 대출로 인해 생활고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D씨는 “배우고 싶고 하고 싶은 게 많아 대학에 들어왔다. 꿈을 이루려고 학교를 다니는데 왜 꿈과 더 멀어지고 점점 초라해져 가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형편이 좋지 않아 힘겹게 대학에 진학한 그는 하루라도 일을 더 해야 했다. 학업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아르바이트 시간을 늘리는 대신 듣고 싶은 수업을 듣지 못했고 동아리 활동도 포기하게 됐다고 했다. 

D씨는 “최근 코로나로 인해 상황이 더 나빠졌다. 교수들이 떨어지는 수업의 질을 맞추고자 오히려 과제를 전보다 많이 내주기 시작했다”며 “아르바이트를 그대로 하며 온라인 수업과 과제 진도를 함께 병행하기 더욱 어려워진 게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그는 “방대한 양을 따라갈 수 없어 대면 수업 때보다 훨씬 부족한 성적을 받았다”며 “코로나19로 대학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주변 친구들은 학원이나 특강 등으로 부족한 걸 채워 나가고 있다. 전공을 심화해서 배우려고 했는데 전공 지식을 학교 밖에서 채워야 하는 아이러니한 일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대학생 E씨는 “최근 온라인 수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음질과 화질이 떨어지는 수업을 계속 들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수업의 질뿐 아니라 공부할 수 있는 장소 마련도 어려운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5평짜리 좁은 원룸에서는 제대로 공부를 하기도 어렵다. 코로나19 전에는 도서관이나 스터디 룸을 이용했지만 이제는 학교 시설을 이용하는 것도 어려워지면서 근처 카페를 전전해야 하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아 생활비 대출까지 받아야 했다”고 토로했다. 

한편 지난해 1학기 대부분 과목을 비대면 온라인 강의로 진행한 건국대 서울캠퍼스는 학생들로부터 ‘학습권을 침해당했다’는 등록금 반환을 요구를 받고 결국 1학기 등록금 8.3%를 학생 1만5000명에게 돌려주기로 했다. 직접 현금으로 돌려받거나 2학기 등록금에서 감면 받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국내 대학 가운데 코로나 사태로 인한 첫 등록금 반환이었음에도 학생들의 여론은 좋지 않았다. 이와 관련 건국대 총학생회의 입장을 듣기는 어려웠다. 

재학생 E씨는 “이런 상황이면 등록금을 반환해 주는 게 맞는데 작년에 생활비 반환 명목으로 들어온 몇 십만 원이 전부였다”며 “갚아야할 대출 금액은 매학기 늘어나지만 학교에서 배우는 건 줄어드는 것 같아 답답할 뿐이다”라고 했다. 또 다른 재학생은 “등록금을 환불해 주는 것에 대해 만족하는 사람도 있지만 기대에 많이 못 미치는 수준이라 실망하는 학생도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의 등록금 관련 불만은 각 대학별로 활성화된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게시판에는 “등록금이 아까워서 못 다니겠다” “휴학해야겠다”는 제목의 글이 빈번하게 올라왔다. 일부는 “대학 측이 어렵다면 정부에서라도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하지만 돈이 없다며 입을 다물고 있는 실정이다” “편의점에서 돈을 써도 영수증이 나오는데 대학에서는 영수증은커녕 돌려줄 근거가 없다고 답한다”고 분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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