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구책 마련 위한 업계‧정부 ‘고심’...“경쟁력 강화 위한 정책적 지원이 관건”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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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세계 완성차업체들의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생산중단 사태가 장기화할 전망이다. 지난 9일 외신에 따르면 미국 제네럴모터스(GM)와 포드 등 완성차업체들도 잇달아 생산 중단 기간을 연장하는 조치를 발표한 상황이다. 이처럼 글로벌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공장 추가 가동 중단 등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자구책 마련에 힘을 쏟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 차원에서도 기업들과 함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다각적인 고민에 머리를 맞댔다.

- 기업들, 세액공제 등 전방위적 지원 촉구...정부, 종합정책 수립 계획
- 미국‧중국‧대만 등 글로벌 주요 국가들...반도체 자립화 추진 움직임



최근 차량용 반도체를 필두로 IT산업 전반에 활용되는 반도체의 글로벌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은 적극적인 대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을 비롯한 기업들은 글로벌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정부에 세액공제 등 전방위적 지원을 촉구하기도 했다. 정부도 지난 9일 ‘반도체협회 회장단 간담회’를 열며 업계와 함께 글로벌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 등 최근 주요 동향을 공유하고 정부 지원방안 등 대응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 날 간담회에는 한국반도체산업협회 회장단인 이정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 사장,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최창식 DB하이텍 대표이사 부회장, 허염 실리콘마이터스 대표이사 회장, 이창한 반도체산업협회 상근부회장 등이 참여했다.

기업 ‘산업계 건의문’ 전달
정부 “K-반도체 벨트 전략”


협의회 회장단은 간담회를 통해 정부에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한 산업계 건의문’을 전달한 상황이다. 건의문에는 ▲R&D 및 제조시설 투자비용의 50%까지 세액공제 확대 ▲반도체 제조시설 신설 또는 증설시 각종 인허가 및 전력용 수페수처리시설 등 인프라 지원 ▲원천기술개발형 인력양성 사업 추진 ▲수도권 대학의 반도체 관련 학과 신설 및 정원 확대 등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정배 협회장은 “오늘은 미국, 일본, 유럽, 중국 등이 자국산업육성 정책과 프로젝트를 공격적으로 추진하는 시점에서 국내에 미칠 영향과 업계차원의 대응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라며 “우리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전방위적인 정책적인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 차원에서도 이날 간담회에서 국내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전략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전세계 반도체 부족 현상이 내년까지 지속할 전망인 상황에서 정부와 민간이 힘을 합쳐 당면한 위기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한국이 동북아의 유일한 반도체 생산 기지인 만큼, 업계에서도 메모리 반도체 설비 투자 확대뿐만 아니라 반도체 공급망 확대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 반도체 산업 생태계 강화와 글로벌 반도체 주도권 확보를 위해 업계에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는 종합정책을 수립해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K-반도체 벨트 전략’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생산시설 신설‧능력 강화
적극 대처 나선 국가들


반도체 수급 위기 등의 혼란이 전 세계 제조업에 영향을 미치면서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주요 국가들은 반도체 자립화 추진 움직임을 보이는 상황이다. 특히 미국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생산시설을 신설하거나 생산 능력 강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투자 및 각종 지원이 이뤄지는 상황인데, 바이든 정부는 최근 반도체 산업 인프라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이중 500억달러(약 56조 원)를 반도체 분야에 투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앞서 미국의 대표 반도체 기업으로 손꼽히는 인텔도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 계획과 대규모 설비 투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 외에도 중국과 대만, 유럽 국가들은 반도체 자립의 의지를 관철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는 상황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15년 제조업 활성화를 위해 ‘제조2025’를 발표하고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다. 미국 정부의 반도체 공급 제재 후 중국 IT기업 화웨이가 몰락하자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 자국 반도체 자급률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중국 정부는 최근 ‘집적회로산업 및 소프트웨어산업 발전 지원과 관련한 수입 관세 정책 통지’ 발표를 통해 수입 관세 면제 조치를 도입하는 등 지원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TSMC 등 대만 내 주요 파운드리업체도 최근 생산공정 자체 조정으로 차량용 반도체 생산라인 가동률을 102~103%로 2~3% 가량 확대한 상황이다. 올해에만 250억~280억달러(약 28조~31조 원)의 역대 최대 설비투자 계획을 공개한데 이어 최근에는 향후 3년간 1000억달러(113조 원)에 달하는 투자 단행을 약속한 것이다. 앞서 지난 2월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등을 비롯한 유럽연합(EU)도 500억유로(약 67조 원) 규모의 반도체 지원 프로그램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각국 정부도 기업들이 반도체 산업에 투자하는 금액의 약 20~40%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 같은 글로벌 시장 흐름 가운데 한국 반도체 시장에 대한 기대감도 모아지고 있다. 현대차 그룹은 장기적으로 차량용 반도체를 내재화할 계획으로, 현대모비스는 이를 위해 지난해 말 그룹 계열사인 현대오트론으로부터 약 1332억 원에 반도체 부문을 인수한 바 있다. 삼성전자 역시 2분기 반도체 부문이 회복되면서 실적 개선세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증권업계를 통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국내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서는 반도체 인력양성을 위한 정부 차원의 종합적 지원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며 “국내 반도체 제조시설 확대에 대한 세액 공제 등 정부의 정책 지원 강화가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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