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탕 강의’ 이어지는데 등록금 내야 하나요” 불만 절정

‘2021 등록금 반환 운동본부’ 소속 학생들이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후 경복궁역부터 청와대 인근으로 등록금 반환을 촉구하며 삼보일배를 하고 있다. [뉴시스]
‘2021 등록금 반환 운동본부’ 소속 학생들이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후 경복궁역부터 청와대 인근으로 등록금 반환을 촉구하며 삼보일배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대학가를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다시 거세지면서 학생들의 한숨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한 대학들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수업과 실습을 비대면으로 돌리고 있기 때문. 대면 수업이 도로 비대면으로 전환되면서 지난해 내내 논란이었던 등록금 문제가 다시 불거지는 형국이다.

코로나19로 신입생 생활도 없어진 코로나 학번됐다

코로나19로 인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많은 대학이 수업과 실습을 비대면으로 전환하면서 학생들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일부 대학생들은 온라인 수업의 질이 떨어지다 못해 ‘재탕 강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학교 시설 이용마저 어려워지고 있는 상태에서 등록금 전액을 지불하는 게 맞느냐는 불만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 분노한 대학생들, 빗줄기 속 삼보일배

지난 1일에는 대학생들이 교육부 면담을 촉구하며 정부청사 진입을 시도해 경찰과 충돌을 빚었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이하 전대넷)’와 ‘2021 등록금 반환 운동본부’ 소속 대학생들은 “한 달 동안 책임 회피하고 침묵하더니 등록금 반환 불가? 유은혜 장관님 그동안 어디서 뭘 하셨습니까”라고 힐난했다.

이는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대학생들이 만족할 만한 원격수업 질 제고가 우선”이라고 발언한 것을 강하게 비판한 것.

이들은 교육부가 원격수업 질 개선 대책을 내놨으나, 실효성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등록금 반환 소송과 교육부를 향한 항의 행동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비대면 수업 2년 차, 작년과 달라진 건 재탕 수업이 늘어난 것뿐’, ‘등록금 반환, 교육부가 책임지라’ 등의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고 나섰다.

전대넷을 포함, 청년‧대학생단체가 모인 ‘2021 등록금 반환 운동본부’는 지난달 28일 삼보일배 행진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들은 빗줄기 속 우비를 입고 거리에 나서 “올해 대학에서는 대학생의 분노가 가득하다”며 “지난해 촬영한 강의 동영상을 올해도 그대로 재사용하고 있다. 또 코로나19로 신입생 생활도 없어진 코로나 학번이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여전히 전국 대학 중 96%가 넘는 대학은 학생들의 외침을 외면하고 있다”며 “잃어버린 대학생활, 취업난, 학자금 대출, 교육권 침해, 생활고까지 대학과 교육부의 외면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님, 유 장관님 대학생들의 외침을 외면하지 말아 달라”며 “대학생들은 그 어느 때보다 등록금 반환이 절실하다”고 거듭 촉구했다.

이들은 지난 3일에도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는 행진을 했다.

- 대학들 “우리도 재정난 겪어”

대학들은 코로나19 상황에 대처하는 비용이 늘어 등록금 반환이 쉽지 않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학도 외국인 유학생 감소, 방역과 비대면 인프라 구축 등으로 재정난을 겪고 있어 등록금 반환이 어렵다는 것.

이 때문에 전대넷 등이 참여하는 2021 등록금 반환 운동본부는 정부에 지속적으로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비대면 수업이 장기화하는데도 올해 등록금 반환을 발표한 대학이 거의 없다”며 “지난해 하반기에 등록금을 반환한 대학도 20곳이 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원격수업의 질을 개선해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학생들과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전대넷 등은 교육부가 내놓은 대책이 실효성이 없다고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대넷 등은 정부가 지원하는 예산 419억 원을 대학별로 배분하면 2억 원이 채 되지 않기 때문에 원격수업의 질 개선이 이뤄지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류기환 청년하다 대표는 “교수 2명 연봉에 해당하는 돈(대학별 2억 원)으로 획기적인 질 개선이 가능한지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이해지 전대넷 집행위원장은 “고등교육법에 따라 교육부는 대학을 감독할 의무가 있다”며 “대학 교육의 질이 낮아졌을 때 학생들이 개선을 요구함에도 대학도 교육부도 책임지지 않는다. 대학생의 삶을 정부가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교육부는 올해 ‘청년정책’ 일환으로 사립대의 입학금을 폐지하고 6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학생 기숙사를 확충한다고 지난 5일 발표했다. 지난달 30일 제3차 청년‧정책조정위원회에서 심의‧의결된 ‘2021년 청년정책 시행계획’에 따른 교육부 소관 과제를 발표한 것. 청년정책 중 교육부 소관 과제는 37개로 총 5조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이에 따르면 전국 사립대학은 2022년부터 입학금을 완전히 폐지한다. 이는 지난 2017년 교육부와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대학생 대표자 간 합의에 따른 조치라고 한다.

그러나 ‘질 낮은 비대면 강의’와 ‘등록금 반환’ 등 주요 대책은 포함돼 있지 않아 ‘알맹이 빠진 정책’이라는 대학생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대학생들은 이번 교육부 정책이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대학생 대표자 간 합의를 거쳤음에도 학생들의 목소리는 외면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