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철 편집국장
홍준철 편집국장

정세균 총리가 본격적으로 대권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일에는 대통령 고유 인사권으로 민감한 총리직 사퇴 가능성을 언급했다. 전국적으로 4차 확산세를 보이고 있는 코로나19 중대본 회의도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 전북에서 처음으로 주재했다. 재보궐 선거가 여당 참패로 끝났지만 정 총리는 이달안으로 사퇴를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 

정 총리의 행보에 발맞춰 청와대는 후임 총리 물색에 나섰다. 하마평에 오르는 사람들을 보면 성대결 양상이다. 김부겸 전 행안부장관부터 원혜영 전 의원, 이태복 전 노동부장관, 박지원 국정원장(이상 남성), 김영주 전 고용노동부장관, 유은혜 사회부총리겸 교육부 장관, 김영란  전 대법관, 이미경 코이카 이사장(이상 여성)이 거론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말에 행사할 수 있는 최대 인사로서 누가 총리직에 오르느냐에 따라 향후 국정운영 기조를 알 수 있을 전망이다. 여의도에서는 김부겸 전 장관이 유력할것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에서 이미 김 전 장관에 대해 인사검증 절차를 밟고 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TK출신인 김 전 장관이 총리로 간다면 호남 출신 이낙연.정세균 전현적 총리이후 영남을 배려한 인사라는 시각이 나온다. 또한 김 전 장관이 잠룡군으로 분류되는 만큼 여차하면 친문 주자로 나설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그러나 대선출마는 어불성설이다. 현재 공직자가 대선에 출마하려면 90일전에 사퇴해야 한다. 내년 3.9대선이니 만약 김 전 장관이 대선에 나선다면 12월10일전에 옷을 벗어야 해 7개월짜리 총리가 된다. 당내 대통령 경선일정까지 감안하면 출마는 불가능하다.

김 전 의원이 차기 총리로 임명된다면 김해 신공항이 물 건너가고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으로 성이 난 대구경북 지역민심을 다독이는 효과가 있다. 또한 여야를 아우르는 합리적 성품으로 중도충을 묶어낼 수 있고 덤으로 현 정부에서 장관을 해본 만큼 인사청문회를 무사히 통과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결국은 내년 3.9 대선을 염두에 둔 카드로 볼 수 있다. 이번 재보선 특히 서울에서 패배는 조직에 앞선 민주당이였지만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자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단일화를 잡음없이 이뤄내면서 중도층을 끌어들여 승리할 수 있었다. 중도는 보이지 않는 부동표(浮動票)지만 바람이 불면 한쪽으로 쏠린다는 점에서 선거 변수로 작용해왔고 이번 선거에서도 여실히 그 힘을 보여줬다. 

현재 집권여당은 중앙권력, 지방권력, 의회권력까지 쥐고 있는 거대정당이다. 의석도 180석에 가깝다. 역대 선거를 보면 집토끼를 기반으로 산토끼를 누가 많이 가져가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렸다. 그러나 촛불집회, 조국 사태, 태극기 집회를 거치면서 대한민국 사회는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강하게 맞붙었다. 
내년 대선은 양진영의 대결양상은 더 극심할 것이다. 이럴 경우 이번 서울시장 재보선 결과처럼 산토끼보다 경계에 있는 들토끼를 누가 많이 가져가느냐 따라 희비가 교차할 공산이 높다. 그 일환으로 김부겸 전 장관의 총리직 기용은 재집권을 바라는 집권여당으로선 안성맞춤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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