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패한 與, 지도부 총사퇴... 압승한 野, 새판 짜기

민주당2 [뉴시스]
민주당2 [뉴시스]

 

[일요서울ㅣ정재호 기자] 여·야 모두 4.7 재보선의 승패 여부를 떠나 전당대회(전대)를 앞두고 ‘대선경선 전초전’이 되는 모양새다. 여·야의 잠룡으로 분류된 인물들은 오는 치러지는 전대의 결과에 따라 대선경선에 대한 희비가 엇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선거참패의 책임을 지고 지난 8일 총사퇴하며 전당대회를 앞당겨 실시하기로 했다. 한편, 재보선에서 승리한 국민의힘도 약 10개월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체제를 정리하고 새 지도부를 위한 전대준비를 논의 중이다. 일요서울이 여·야의 전대가 대선경선에 미칠 영향을 알아봤다.  

4.7 재보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지난 8일 총사퇴했다. 민주당은 당 지도부가 조기 퇴진함에 따라 원내대표 경선은 오는 16일,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는 내달 2일 실시하기로 했다. 당분간 지도부 공백인 민주당은 새로운 지도부가 선출되기 전까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체제로 운영을 결정했다. 신임 원내대표가 선출돼 바통을 넘길 때까지 도종환 의원이 비대위원장을 맡을 예정이다. 도 의원은 충북지역의 3선 출신 국회의원으로 문재인 정부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냈다. 비대위 구성원은 도 위원장을 중심으로 민홍철·이학영 의원 등 중진과 초선 신현영·오영환 의원, 김영진 원내수석부대표와 박정현 대전 대덕구청장 등 7명이다.

지난 8일 김태년 당대표 직무대행겸 원내대표는 오후 국회에서 성명을 통해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 나타난 민심을 겸허히 수용한다. 우리의 부족함으로 국민에게 큰 실망을 드렸다. 결과에 책임지겠다”며 “오늘 민주당 지도부는 이번 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고 전원 사퇴한다”고 밝혔다. 김 대행은 “이번 선거를 통해 국민께서는 민주당에 많은 과제를 주셨다. 철저하게 성찰하고 혁신하겠다”며 “국민께서 됐다고 할 때까지 당 내부의 공정과 정의를 바로 세우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민주당은 세 번의 집권 경험과 민주주의 전통을 가진 저력 있는 국민의 정당”이라며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뿌리 깊은 나무처럼, 민주당이 다시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는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쇄신에 전념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도부의 총사퇴가 이런 혁신과 성찰의 출발이 되길 바란다”며 “지도부 총사퇴 후 전당대회와 원내대표 선거는 최대한 앞당겨 실시할 것이다. 새로 선출된 지도부가 민심에 부합하는 혁신을 선도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와 여당에 대한 민심 이반이 이번 재보선을 통해 확연히 드러난 상황에 빠른 지도부 교체와 당 쇄신 의지를 통해 악화된 여론을 수습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 대행의 성명 발표 자리에는 같은 당 지도부인 김종민·염태영·노웅래·신동근·양향자·박홍배·박성민 최고위원 등이 참석했다. 이낙연 전 대표가 내년 대선 출마를 위해 지난 3월 사퇴한 데 이어 나머지 지도부가 재보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총사퇴를 밝힘으로써 민주당 지도부는 8개월 만에 무너지게 됐다.

4.7 재보선에서 압승을 거둔 국민의힘도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떠나며 당내 새로운 리더십 구축을 위한 전당대회를 준비해야 한다. 주호영 당 대표 권한대행의 임기도 다음달 29일까지인 데다 지도부 구성 시기와 방법에 따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 제삼지대와의 야권 대통합 논의 등 야권도 과제가 산적한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야권이 재보선 승리에 취해 이권 다툼에만 치중한다면 어렵게 이룬 선거 승리 열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김 위원장도 비대위원장 자리를 물러나며 마지막 충고를 했다. 그는 “지난 서울시장 후보선출 경선과정에서 보았듯이 정당을 스스로 강화할 생각은 하지 않고 외부 세력에 의존하려 한다든지 그것에 더하여 당을 뒤흔들 생각만 한다든지 정권을 되찾아 민생을 책임질 수권의지는 보이지 않고 오로지 당권에만 욕심을 부리는 사람들이 아직 국민의힘 내부에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이번 재보선의 결과를 국민의 승리로 겸허히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들이 승리한 것이라 착각하면서 개혁을 고삐를 늦춘다면 당은 다시 사분오열하고 정권교체와 민생회복을 이룩할 천재일우의 기회는 소멸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8일 의원총회를 열고 전당대회 방식과 시기 등을 놓고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중진인 김기현 의원은 “대여 관계에서 강경투쟁 일변도를 벗어나 중도층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정치를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與 비대위 전환... 전당대회·원내대표 경선 조기 시행

서울·부산에만 총 1136만 명의 유권자가 있어 ‘대선 전초전’이라 불렸던 4.7 재보선에서 여당인 민주당이 참패하며 민주당은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민주당은 2016년 총선부터 전국 단위 선거에서 4연승을 거둬왔다. 당내에선 전면 쇄신론이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의 차기 원내대표는 재보선 참패로 내상을 입은 당을 수습하고, 비대위 체제를 이끌며 당의 혁신안을 내놔야 한다. 특히 1년 남은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을 함께 할 원내지도부라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민주당 원내대표에는 안규백(4선·서울 동대문갑), 윤호중(4선·경기 구리), 박완주(3선·충남 천안을) 의원 등이 도전장을 낼 것으로 보인다. 이번 원내대표 선거는 문 정부 말기 추진하는 정책에 대해 호응하며 ‘원팀’으로 활동할 ‘친문’ 후보냐, 야당과의 협력과 타협을 도모할 온건 성향의 ‘비문’ 후보냐의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안 의원은 국방위원장을 지낸 중진으로 당내에서는 ‘조직통’이자 ‘마당발’로 통한다. 친화력이 상당한 만큼 야당과의 화합도 도모할 수 있다는 평가다. 윤 의원의 경우 친문으로 분류되고 사무총장, 법제사법위원장 등을 역임하며 무게감과 경륜이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총선에서 사무총장으로 공천 과정을 책임져 초선들과의 관계도 좋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 의원은 친화력이 강점으로 당내 의원들과 두루 친분이 깊다. ‘김근태계(GT계)’ 모임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과 당내 연구모임 ‘더좋은미래(더미래)’ 활동도 활발하다. 당내 충남 지역 최다선 의원으로 충청출신들의 ‘몰표’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당 대표 후보군에는 송영길(5선·인천 계양을), 우원식(4선·서울 노원을), 홍영표(4선·인천 부평을) 의원 등이 물망에 올라있다. 이번 당  대표는 재보선 참패로 드러난 민심 이반을 수습하고, 차기 대선 후보 경선과 내년 대선, 지방선거를 치러야 하는 관리자형 대표다. 전대를 준비하는 주자들은 일찌감치 전국을 돌며 조직을 다지고 있다. 이번 재보선 선거운동 기간에는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당의 재보선을 치르는 데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외교통일위원장인 송 의원은 이번이 세 번째 당 대표 도전으로 전국적 인지도가 강점으로 지난 대선에선 문재인 캠프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을 맡는 등 ‘범친문’으로 분류된다. 우 의원은 문재인 정부 초대 원내대표를 지냈으며 당내 최대 계파로 불리는 더미래 소속으로 이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을지로위원회’ 초대 위원장으로 민생과 개혁 이미지도 강점이다. 홍 의원은 원내대표를 역임했고, 당내 친문 의원들의 모임인 ‘부엉이 모임’을 주도한 친문 핵심이다. 친문 성향 의원들이 꾸린 싱크탱크 ‘민주주의 4.0’의 핵심 멤버이기도 하다.

민주당 일부에선 이번 재보선이 정권심판론으로 참패한 만큼 ‘친문’은 뒤로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 野 당권 경쟁 시작... ‘포스트 재보선’ 소용돌이로

국민의힘도 차기 당권을 위한 레이스가 개막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지난 8일 약속대로 당을 떠나면서다. 야당의 새 지도부도 여당과 마찬가지로 안정적인 대선 체제를 구축하고 정권 교체 전략을 진두지휘해야한다. 야당은 재보선 압승 직후 내년 대선에 대한 기대가 커진 만큼 당권을 거머쥐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차기 원내대표 선거에는 김기현·권성동·유의동·김태흠 의원 등이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더 큰 관심사는 전당대회로 국민의힘 당헌에 의하면 김 위원장이 사퇴한 이날부터 60일 이내인 6월 6일까지는 임시전당대회를 열고 당 대표를 선출해야 한다. ‘당 지도부 공백’ 상황을 최소화하기 위해 조기 전당대회가 열릴 가능성도 있다. 당권 주자로는 현재 주호영 원내대표 외에 정진석·서병수·조경태·권영세·홍문표·윤영석 의원 등이 꼽히고 있다. 당 안팎에선 김무성·나경원 전 의원의 당권 도전설도 나돈다. 재보선 승리와 별개로 정치권에선 국민의힘 내 정치 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대선 승리를 위한 지도부 구성을 두고 이견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은 8일 기자회견에서 지속적인 혁신과 개혁을 주문했다. 그래서인지 초선인 김웅·윤희숙 의원 등도 직접 당권에 도전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문제는 국민의당과의 합당, 윤 전 총장의 영입 등 외부 변수다. 당내에서 국민의당과 윤 전 총장을 고려해 ‘선 통합 후 전대’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나오지만, 안 대표의 국민의힘 당권 도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반대로 ‘선 전대 후 통합’을 주장해 엇갈리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안 대표는 “진정성을 갖고 정권교체가 가능한 최고의 방법을 기준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다음은 윤 전 총장의 영입 또는 통합이 관건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총장과의 정치적 통합에 실패할 경우 야권이 다시금 분열된 상태에 치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내 잠룡으로 거론되는 인물들과 윤 전 총장, 안 대표 등이 야권 단일화 대선 후보 경선을 놓고 대결을 펼칠 가능성이 큰 만큼 다가올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이들의 대리전 양상을 보일 수도 있다. 당내에선 재보선 승리에 대해 자만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야권이 통합하지 못하고 이전처럼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이면 언제든 민심은 돌아설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당내 최다선인 정진석 의원은 “우리 진영의 고질병인 적전분열, 자중지란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 “이제는 대선이다”... 여야 모두 ‘안갯속’ 구도

4.7 재보선 이후 여야모두 전대를 앞두고 있다. 전대의 핵심 화두가 정계개편 및 차기 대선으로 집중되고 있는 만큼 결과에 따라 잠룡들의 희비로 엇갈릴 예정이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은 민주당의 재보선 참패로 인해 당분간 침체기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 위원장은 당 대표 재임 시절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의 성추행과 불명예 퇴진으로 당이 재보선 후보를 낼 수 없는 상황임에도 직접 당헌·당규 개정을 주도해 이번 참패의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리고 최근 이 위원장의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도 여론조사에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상태다. 앞으로 뚜렷한 반등의 기회를 잡지 못한다면 대권에서 멀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대체적 관측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경우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여당의 재보선 참패를 계기로 몸값이 더욱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여권이 ‘정부 심판론’으로 재보선에서 민심의 외면을 받았지만 이 지사만이 차기 대선주자로 높은 지지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지사는 당내 기반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전대가 이 지사의 향후 대권을 향한 정치행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양새다. 

여권의 또 다른 잠룡 중 한명인 정세균 국무총리도 조만간 사의를 표명한 뒤 본격적으로 대권 경쟁에 뛰어들 전망이다. 범친문계의 지지를 받고 있는 정 총리의 경우 여론조사에선 낮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지만 이번 전대에서 다시 친문이 당권을 장악한다면 대권 경선에서 당내 지지를 확보해 대선후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야권은 전대의 방식과 결과에 따라 향후 대권구도와 야권통합에 많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국민의힘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선 통합 후 전대, 선 전대 후 통합인지가 관건이다. 안 대표가 재보선에서 범야권 주자로 입지는 다졌지만 당내 기반이 약한 상황에서 대선 경선을 치르기엔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야권의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안 대표와 마찬가지로 당내 기반이 미약하다. 만약 윤 전 총장도 국민의힘 입당 후 대선 경선을 치러야 한다면 당내 기반인 약하기 때문에 선거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야당의 전대에 안 대표, 윤 전 총장 모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내에서 대선 잠룡으로 분류되는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제주지사의 경우는 여론조사에서 유의미한 지지율을 보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전대를 통해 정체된 지지율의 전환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잠룡들은 당권 경쟁에 뛰어든 주자와 정치적 짝짓기를 통해 대선 경선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지난 9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여야 잠룡들 모두 전대에 출마한 당 대표 후보들의 당선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울 것”이라며 “전대결과에 따라 잠룡들의 희비가 엇갈릴 것”이라 전망했다. 
재보선 이후 여야 모두 전대를 앞두고 있다. 여야의 잠룡들은 전대의 결과가 향후 자신들의 대선 가도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전대 이후 구성될 지도부가 각 당의 잠룡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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