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SRT 합작 운영 시급…입찰‧채용 비리 심각

코레일 서울역사 전경 [정두현 기자]
코레일 서울역사 전경 [정두현 기자]

- KTX‧SRT 분리 운영에 따른 비용 손실 559억...합작 요원
- 공기업 솜방망이 처벌... 임원급 일탈에 ‘입찰‧채용’ 여전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지난해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KTX와 SRT를 각각 운영하는 코레일(한국철도공사)과 SR의 지배구조와 계약방식 때문에 구조적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박 의원이 코레일 측에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KTX와 SRT의 별도 운영에 따른 비용이 무려 559억 원에 달한다. 코레일과 SR의 합작회사 설립을 통해 경영 일원화를 이뤄 냄으로써, 공기업 자금 운영 효율성과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여전히 이들 두 회사의 통합 움직임은 미온적이다. 여기에 국내 최대 교통 분야 공기업의 입찰‧비리 채용 문제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일요서울이 국내 최대 철도 공기업의 실태를 파헤쳐 봤다.

코레일(한국철도공사)과 SR의 별도 운영에 따른 중복 비용, 지역 차별, 안전 문제 등 문제점들이 드러났다. 박상혁 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철도공사와 SR의 분리 운영으로 559억 원이 낭비된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글로벌 철도 인프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라도 분할보다 단일 기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로 SR은 코레일과 별개로 단독 운행이 어려운 경영구조를 다. 열차운행, 전용역 업무 이외 차량임대, 차량정비, 유지보수, 승무, 사고복구, 청소 등 대부분 업무를 철도공사 및 철도공사 계열사에 위탁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 의원은 “코레일과 SR 통합 시 KTX 기준 하루 52회 운행 증가가 가능하다”며 “통합공사의 매출액 및 수익 증가, 고속철도 수혜지역 확대 등의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손병석 코레일 사장은 SRT와 KTX의 통합 운영에 공감하는 입장을 내비쳤지만 여전히 현재까지도 이들 두 회사의 통합 추진 움직임은 함흥차사다.

입찰·채용 비리, 코레일 연이은 홍역

코레일은 입찰, 채용 비리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실제로 입찰 비리와 관련해서는 2016년 허준영 전 코레일 사장이 구속됐다. 용산 역세권 개발사업 과정에서 뇌물을 수수한 혐의다. 검찰 수사 결과 허 전 사장은 폐기물처리업체를 운영하던 측근으로부터 사업 수주를 도와 달라는 청탁을 받고 2000만 원 상당의 금품과 1억7600여만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 결과 문제의 폐기물처리업체는 기존에 아무런 실적이 없었음에도 100억 원대 폐기물 처리 용역사업을 수주했다.

이후에도 코레일에선 입찰 비리가 끊이지 않았다. 허 전 사장 구속 이듬해인 2017년 8월 코레일은 160억 원 규모의 ‘유니폼 디자인 공모 및 제작·구매사업’ 입찰 과정에서 비리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또 같은 해 10월에는 부산역 어묵 베이커리 매장 운영권 입찰 과정에서 특정 업체에 입찰 내정금액과 최저매출액 정보 등 내부 정보를 흘린 혐의로 코레일유통 직원 2명이 입건된 일도 있었다.

그 다음 해인 2018년 4월엔 코레일 물류 계열사인 코레일로지스에서 입찰 비리가 불거졌다. 코레일로지스 지역사업소 물류팀장을 맡은 직원이 협력업체에 입찰 정보를 제공한 대가로 뇌물을 수수한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이 직원은 자신이 근무하는 사업소에 하역장비를 임대하는 업체에 업무 편의와 입찰 정보를 제공하는 대가로 이 업체 대표로부터 금품을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의 직원은 이 일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코레일의 입찰 비리는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엔 8월11일 코레일유통 임원이 코레일 철도역사 내 매장 입찰 정보를 지인에게 유출한 대가로 고급 승용차를 받은 사실이 적발돼 구속됐다. 코레일유통의 매장 입찰 업무를 총괄하는 본부장으로 재직하던 해당 임원은 매장별 낙찰 예정가격 등 내부 정보를 건설시행업체 대표에게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이 정보를 바탕으로 업체 대표는 4개 철도역 매장을 낙찰 받았다.

코레일은 채용 비리도 입찰 비리만큼이나 빈번하게 벌어져 물의를 빚었다. 채용 비리에도 코레일 계열사 수장이 연루된 것. 지난 2019년 12월 채용 비리로 해임된 반극동 전 코레일테크 대표가 그 장본인이다. 그는 코레일테크 공무직 채용 과정에서 내부 심사위원 업무에 관여한 혐의를 받았다. 지인의 청탁을 받고 특정 인사를 합격시키기 위해 면접위원에게 ‘평가를 잘해 주라’고 압력을 행사한 게 문제가 됐다. 이후 업무방해죄로 기소돼 재판에 넘겨진 반 전 대표는 올해 4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채용 비리에 연루된 건 반 전 대표뿐만이 아니다. 곽노상 전 코레일네트웍스 대표도 채용 비리에 얽혔다. 2018년 2월 국토교통부 감사에서 코레일네트웍스 고위 임원들의 채용 비리가 적발돼 무더기 징계가 내려졌다. 당시 감사에선 2017년 2월 KTX 운수관리원과 2016년 12월 역무직 채용 과정에서 임원 10명이 서류전형 결과를 조작(5명)하거나 규정을 무시하고 임의로 최종합격자를 선발(5명)하는 데 관여한 사실이 밝혀져 ‘경고’ 조치를 받았다. 곽 전 대표는 이 중 KTX 운수관리원 채용 과정에 관여한 사실이 드러났다. 탈락한 응시자 중 한 명을 2위로 올려 합격시키도록 한 것이다. 곽 전 대표로부터 지시를 받고 서류전형 결과를 수정한 임원은 임직원 행동강령 위반으로 경고 조치를 받았지만 곽 전 대표에게는 아무런 처분도 내려지지 않았다.

‘솜방망이 처벌’에 비리 사례 연장선 

이런 가운데 지난해 강귀섭 전 코레일네트웍스 사장이 법인카드를 유용한 사실이 밝혀져 해임됐다. 그는 법인카드로 가족 여행비용과 생활비는 물론 개인 정치활동 비용도 충당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강 전 사장의 법인카드 사용액은 2018년 8월부터 올해 5월까지 20여 개월 동안 7400여만 원에 달했다.

그는 특히 사적으로 사용한 법인 자금을 업무 목적인 것처럼 허위로 관련 서류를 작성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 전 사장의 해임과 맞물려 코레일네트웍스 내부에선 이번 일이 단순한 일탈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왔다. 그동안 지속적으로 이뤄져온 관행이라는 것이다.

코레일네트웍스 노조는 “회사 임직원들은 술값과 개인 식대, 개인물품 구입에 운영비를 쓰고, 관용차량을 사적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지역감염국가로 분류된 나라로 해외여행을 다녀온 임원이 감염법 위반 사실을 감추려 법인카드를 비정상적으로 사용했다는 의혹도 있다”고 주장하며 청와대에 조사를 촉구했다.

빈번하게 벌어진 비위·비리는 국정감사에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2018년 당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이던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코레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이전 5년간 비위·비리 행위로 징계처분을 받은 코레일 직원은 618명에 달했다. 박 의원은 코레일에서 비리가 끊이지 않는 이유로 ‘솜방망이 처벌’을 들었다. 문제의 직원들에게 내려진 처분 대부분이 경징계에 그쳤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코레일의 한 관계자는 “임직원 비리와 관련해선 현재 내부적으로 엄중한 잣대로 비리 예방에 힘쓰고 있다”라며 “SRT와의 통합 이슈는 현재로선 밝힐 입장이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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