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혼선 ‘여전’···피해는 오롯이 국민에게

경찰과 검찰. [뉴시스]
경찰과 검찰.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지난 10일, 검찰의 직접 수사 권한을 대폭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 시행이 100일을 맞게 됐다. 제도가 시행된 지 100일 넘게 흐른 상황이지만 여전히 실무에서는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 제대로 안착하지 못하고 조만간 유명무실화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는 형국이다.

내부서 수사권 조정, 조만간 유명무실화전망도

수사권 조정에 따라 개정된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및 관련 법령 시행이 100일을 넘긴 상태다. 수사권 조정 시행으로 검찰은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6대 범죄와 경찰공무원 범죄만 직접수사 한다. 그 외 형사사건은 경찰이 맡는다.

수사권 조정으로 생긴 가장 큰 변화는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 제한과 함께 경찰이 1차적 수사 종결권을 갖게 된 점이다. 이에 따라 경찰은 검찰의 지휘를 받지 않고 독립적 수사를 할 수 있게 됐다.

- 경찰, 첫 시험대 올라

경찰은 수사 종결권이 주어진 상황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 땅 투기 의혹 사건 수사에 본격 착수하는 등 첫 시험대에 오른 상태다. 그러나 뒤늦은 압수수색 등 늑장 수사논란이 일었고, 복잡한 사건은 검찰이 다시 맡게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 내부에서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 제대로 안착하지 못하고, 조만간 유명무실화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는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범위가 6대 범죄로 한정된 상황에서, 이들 범죄뿐만 아니라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사건, 전문적인 법리적 이해가 필요한 사건 수사는 결국 검찰이 다시 맡게 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한 검사는 수사권 조정으로 지금은 6대 범죄 수사권만 검찰에 있는데, 이처럼 첨단화되거나 전문적 이해가 필요한 사건들은 검찰이 직접 수사해야 할 부분이 많다면서 검찰이 할 역할이 있고, 경찰이 할 역할이 있는데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 조직만 일괄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실 한마디로 얘기하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현실성이 없는 소리다. 수사권을 박탈하면 검찰이야 편하겠지만, 솔직히 나라를 생각하고 형사 사법 시스템을 생각하면 옛날처럼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그게 범죄 대응력에서 훨씬 보탬이 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 “코미디 같은 일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시각에 불을 지핀 직접적인 계기는 LH 땅투기 의혹 수사다. 앞서 정부와 경찰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이하 국수본)를 중심으로 하는 770여 명 규모의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이하 합수본)를 꾸리고 LH 땅투기 의혹 규명을 위한 본격 수사에 나섰다.

그러나 LH 의혹이 폭로된 지 일주일 후에야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늑장 수사 논란을 일으켰다. 이는 그동안 김창룡 경찰청장이 LH 의혹 등과 관련해 모든 자원을 총동원해 철저하고 신속히 수사하겠다고 발표한 방침과 배치된다. 정치권 등에서는 LH 의혹 수사를 경찰이 아닌 검찰에 맡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결국 정부는 지난달 29LH 의혹 수사에서 검찰의 역할을 주문했고, 이에 위기에 몰린 정부가 경찰 수사를 강조한 당초 기조를 뒤집고 검찰에 힘을 실어주는 상황이 벌어졌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아울러 수사권 조정 시행으로 검찰 대신 경찰에만 고소고발장을 접수할 수 있게 되면서 법조계에서는 수사 속도가 지연되는 등 피해자 권리가 훼손된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예전에는 경찰과 검찰에 고소고발장을 골고루 접수할 수 있었는데, 수사권 조정으로 6대 중대 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모든 복잡한 사건들까지 전부 경찰에 접수되면서 경찰이 짜증을 내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면서 경찰에서는 업무 부담이 가중됐다고 하소연하고, 검찰은 반대로 편해졌다고 하는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결국 범죄에 대응해야 하는 국가 핵심 자원인 검찰이 쉬게 되면서 피해자 입장에서는 수사 기간만 길어지는 등 불편하기 짝이 없는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정권 입장에서는 검찰의 팔다리를 자르니 좋고, 경찰 입장에서는 자기 권력을 강화하니 좋은 검찰 죽이기이지만 이 와중에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폐지되면서 경찰 등 일선 수사기관에 대한 감독 기능이 대폭 약화됐다는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검찰의 지휘통제력이 약해진 틈을 타 경찰 수사 현장에서 위법탈법행위가 발생할 수 있다는 걱정의 목소리도 나온다.

검찰의 보완수사재수사시정조치 요구 제도 등이 신설됐지만 법조계에서는 혼란스럽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적응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 이러한 혼선과 부작용의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어,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확대하는 등 합리적 재조정을 위해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LH 의혹 사건에 검찰이 전혀 관여를 못했다가 나중에 (정부가) 수사에 참여해라, 말아라 하는 등 방침이 어긋나는데 이게 국민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면서 당분간 수사권 조정으로 인한 혼란이 이어질 것 같은데, 결국 혼란에 대한 책임은 이를 추진한 쪽에 있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