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철 편집국장
홍준철 편집국장

‘노랑풍선’, ‘돼지저금통’ 노사모하면 떠오르는 단어다. ‘바보 노무현’을 사랑하는 지지층의 모임이다. 이들은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돌풍’을 일으키는데 주역이었다. 정치인을 사랑하는 정치모임이었지만 다수는 당원.대의원이 아닌 일반시민이었다. 한국정치사에서 전국적으로 포진한 최초의 정치인 팬클럽이 생긴 것이다. 그동안 정치인지지 모임은 산악회, 후원회 정도였다. 그러날 노사모는 이런 모임과는 차원이 다른 자발적 지지모임이었다. 그래서 제도권 언론뿐만 아니라 기성 정치인들의 충격은 엄청났다. 

‘바보 노무현’이 대통령에 오르자 일부 정의로운 노사모 회원들은 노무현 대통령에 누가 되지말자며 해체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소수의견으로 끝이났다. 그리고 20년 가까이 세월이 흘렀다. 다수의 노사모 일반 회원들은 이제 40대 이상 나이가 먹었고 그중 일부는 친문으로 갔다. 정치권에 들어온 유명 노사모 출신중에는 정관계에 진출한 사람도 있고 실패한 사람도 있다. 유시민 노무현 재단 이사장처럼 대통령감으로 거론되기도 한다. 

노사모와 친노는 그래도 염치가 있었다. 최소한 적과 아군은 구별했다. 그리고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기위해 헌신적이었다. 권력을 다시잡고 떼를 쓰고 그러지 않았다. 한 마디로 첫 정치인 팬클럽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순수한 측면이 존재했다. 정치권에 들어와 친노라는 정파를 만들었지만 대다수는 정계 진출을 꺼려했다. 현재 민주당에 친노 그것도 원조 친노로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이광재 의원 정도다. 

그 뒤를 이어받은 문재인 대통령의 팬클럽 문팬이 요즘 난리다. 친문이 아니면 모두 적이다. 적으로 찍히면 휴대폰 번호를 공유해 상대방이 정치인이건 일반시민이건 상관없이 하이에나처럼 공격한다. 재보선 패배후 초재선 의원들이 그동안 행태를 반성하고 쇄신을 해야 한다고 하자 여지없이 공격했다. 쇄신파를 초선5적으로 둔갑시켜 버렸다. 조국 사태를 반성했다는 게 이유다. 한때 한 지붕아래서 한솥밥을 먹던 금태섭 전의원의 경우 조리돌림하다 못해 가족까지 거론하는 등 후안무치를 보이고 있다. 

친문·문팬은 정치적 수사일뿐 사실상 광팬·빠가 돼버렸다. 노사모와 이들이 다른 점은 노사모 회원들의 경우 제도권 밖에서 일반시민으로 남아있었다면 문빠들은 민주당 대의원.당원으로 들어와 실력행사를 하고 있다. 그래서 나온 말이 문파(文派)다. 일반 지지자들이 국회의원·장관·총리 등 고위공직자 휴대폰 번호를 알아내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민주당 당원·대의원이라면 알아내는 것은 일도 아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혈기왕성’한 초재선 의원들이 반성문을 썼다가 반성문이 왜곡됐다고 번복하는 희한일이 벌어지고 있다. 또 다른 점은 순수성이다. 팬클럽이 정파로 불리는 것은 발전이 아닌 퇴화다. 결국 극성 지지층의 도넘은 갑질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한 사람밖에 없다. 바로 문재인 대통령이다. 

대통령 이름을 따서 생긴 지지층이다. 문팬, 대깨문, 문빠, 문파의 문은 문재인 대통령의 문이다. 문 대통령이 나서 대깨문.문빠로 변질된 모임에 대해 해체를 공식적으로 제안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진보.민주당.친문을 대표하던 대통령 후보가 더 이상 아니다. 전 국민의 대통령이 된 지도 5년차다. 국민은 적이 될 수 없고 둘로 나눌수도 더더욱 없다.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 극렬 지지층의 행동을 자제시키고 정치적  결사체로 변질된 강경 지지층에 해체를 제안할 시점이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