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립편집위원
이경립편집위원

국토의 70% 이상이 산인 우리나라는 그 만큼 등산인구도 많다.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산에 올라 호연지기(浩然之氣)를 키우며, 자신의 삶을 반추해보기도 하고, 자신의 계획에 대한 다짐의 시간을 갖기도 한다.

필자 역시 산을 좋아하는데, 위에서 열거한 목적과는 다르게 오르는 산이 있다. 설악산 울산바위는 그 웅장함과 오묘함, 그리고 독특한 생김새가 가히 독보적인데, 그 울산바위를 조망하기 위한 최고의 장소가 금강산 제1봉으로 알려진 신선봉으로 오르는 길에 넓적하게 자리 잡은 신선대(神仙臺)라는 곳이다.

우리나라의 명산 중에 신선대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곳은 이곳만은 아니지만, 신선들이 내려와 노닐기에 최적의 환경을 갖춘 곳은 금강산 신선대에 비길 곳이 없을 것이다. 동해바다와 설악산, 금강산의 봉우리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고, 골짜기 건너 울산바위가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는 곳이 바로 금강산 신선대인 것이다.

사실 금강산 신선대는 예전에는 하늘에서 내려온 신선들이 노니는 곳이었지만, 신선들이 자취를 감춘 최근에는 그곳에 오른 사람이 신선이 된다는 도시전설이 깃든 곳이기도 하다.

그와 더불어 금강산 신선대에는 또 다른 도시전설이 있다. 신선대에는 비와 바람에 의한 풍화작용으로 바위가 움푹 패여 곳곳에 물이 고여 있다. 그리고 그 고인 물속에는 배는 붉고 등은 개구리군복처럼 초록색 바탕에 검은 점이 박혀 있는 독특한 개구리들이 살고 있다. 그 개구리들은 이곳에서 나고 자란 토종으로 신선대 도시전설의 산증인인 셈이다.

그런데 신선대에 우물처럼 물이 고여 있는 개구리들의 안식처는 언제나 물이 고여 있는 것은 아니다. 동해연안의 특성상 가뭄이 몇 달 동안 지속되기도 하여 우물이 말라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런데도 이곳 개구리들은 수 천, 수 만년을 이곳에서 종족을 보전하면서 독특한 모습으로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그들이 종족을 보전하면서 지금까지 생명력을 유지한 비결은 무엇일까? 어느 연구결과에 의하면 그 비결은 이곳 개구리들의 특별한 소통능력에 있다고 한다. 사람과 함께 사는 곳의 우물 속 개구리라면 정저지와(井底之蛙)에 불과하지만, 신선대는 사람이 잠시 거쳐 가는 곳으로 이곳의 주인은 개구리들이다.

그들은 이 우물의 물이 영원하지 않은 것을 알고 있으며, 가뭄이 계속되는데도 우물 속에서 안주하고 있으면 말라죽게 되는 것을 알고 있고, 자신들의 생명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물이 마르기 전에 안전한 곳으로 몸을 피신해야 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오랜 기간 동안의 축적된 학습결과를 개구리들이 울음소리로 서로 소통하였기 때문에 신선대 위에서 수 천, 수 만년의 생명을 이어온 도시전설이 되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그들의 안식처를 훼손하지만 않는다면 그들은 앞으로도 수 천, 수 만년을 신선대 위에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우물 속 개구리는 자신에게 보이는 것이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하고 싶어 한다. 그렇지 않다고 우물 밖 개구리가 얘기해줘도 귀를 닫았기 때문에 들리지 않는다. 가마솥 안 개구리는 자신은 온천욕을 즐기고 있다고 만족해하기에 가마솥 밖 개구리가 위험하니 탈출하라고 ‘개골개골’ 울어대도 서서히 죽어가는 길을 택한다.

4.7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더불어민주당에게 아직 애정이 남아 있는 인사들이 직간접적으로 ‘개골개골’ 바뀌어야 한다고 하지만 아직 더불어민주당의 반응은 무디다. 윤호중 원내대표 선출이 이를 방증한다. 가마솥 안 개구리가 죽은 진짜이유는 귀를 닫았기 때문인 걸 그들은 아직 모르는 것 같다. 청개구리 더불어민주당이 신선대 개구리의 지혜를 깨달을 날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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