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부동산 정답은 ‘청약’…매물 부족에 당첨 확률 ‘로또’

오세훈 서울시장이 후보 시절 공약 가운데 하나인 부동산 정책과 관련 재건축 및 재개발에 대한 규제 완화에 나설 계획인 가운데 숨고르기 들어갔던 서울시 아파트 등 주택 가격이 상승세로 전환되고 있다. [뉴시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후보 시절 공약 가운데 하나인 부동산 정책과 관련 재건축 및 재개발에 대한 규제 완화에 나설 계획인 가운데 숨고르기 들어갔던 서울시 아파트 등 주택 가격이 상승세로 전환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지난 2월 정부가 발표한 주택 공급 대책 이후 숨고르기에 들어갔던 주택 가격이 다시 한 번 튀어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하면서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과는 반대로 이미 주택 가격 그래프는 관망세에서 상승세로 돌아서는 양상이다. 오 시장은 서울의 주택 문제 해결을 위해 ‘주택 공급을 위한 규제 완화’ 등을 내걸었으나 이른바 공급난 해결에는 역행하는 정책이라는 해석까지 나온다. 매물 부족에 대한 구체적 대안이 나오지 않은 채 ‘청약’의 인기는 여전하지만 이마저도 로또 수준을 넘보고 있어 가시적인 해결책이 제시돼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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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시장은 서울시장 후보 시절 주택 관련 공약으로 재건축과 재개발에 대한 규제를 완화시키고 뉴타운 활성화를 통해 18만5000가구 공급을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서울시장 취임 일주일 만에 관련 규제를 해제하고 5년 안에 36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공약 안에 포함됐다.

해당 공약을 중심으로 한강변 아파트 층고제한을 기존의 35층에서 50층으로 완화하고 상생주택 7만 가구와 모아주택 3만 가구를 공급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강남과 강북의 균형 발전을 위해 도봉구 창동을 ‘제4도심’으로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오시장이 당선된 지 만 일주일이 된 16일 현재 기준으로 주택 가격은 꿈틀대고 있다. 2.4 주택공급 대책이 나오면서 관망세 또는 숨고르기를 보이던 그래프는 다시 상승 폭을 키우며 올라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이미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는 잠실 아시아선수촌 99.38제곱미터(약 30평)의 경우 지난해 11월 26억 원에 거래됐으나 지난 1일 기준 2억 원이 오른 28억 원에 거래가 성사됐다. 

강남권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심리가 오히려 아파트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오 시장 당선이 결정되기 전부터 사람들 사이에서는 아파트 가격 등락을 두고 ‘오세훈이 당선되면 올라간다’고 예측을 해 왔다”고 말했다. 

오세훈 주택 대책 ‘박원순 지우기’

그간 재건축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던 강남권 아파트를 우선으로 재건축 사업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재건축 규제 완화 또는 재건축 진행에 대한 기대가 이미 해당 지역 아파트 가격 상승세를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박원순 시장 시절 노후 단지로 남아 있는 지역이나 재건축을 기다리고 있던 단지에서는 오 시장의 주택 정책에 반색하고 있다. 

두어 달 주춤했던 서울시의 아파트 등 주택 가격은 다시 비상(飛上)할 준비를 하고 있다. 규제 완화를 두고 가격 상승세가 눈에 띄는 곳은 강남, 노원, 영등포구 등이다. 2.4 대책과 함께 공시가격 인상에 대한 세금 부담이 확대되면서 가격이 주춤하던 지역이다. 

가격이 오를 분위기가 연출되면서 다시 매물은 부족 현상으로 접어들기 직전이다. 지난 1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아파트 매매수급지수가 전주 96.1 대비 4.2포인트 오른 100.3을 나타냈다. 서울시장 선거가 끝난 직후 반응이다. 다시 적정한 매물을 찾기 힘들어질 것을 직감한 서민들의 눈은 다시 청약으로 쏠린다. 

아파트 가격의 상승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로또 분양을 위한 청약 경쟁이 치열해 지고 있다. [이창환 기자]
아파트 가격의 상승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로또 분양을 위한 청약 경쟁이 치열해 지고 있다. [이창환 기자]

수도권도 지방도 청약만이 해결책 

내 집 마련을 위한 청약 열기가 이른바 로또 분양을 다시 등장시켰다. 분양 아파트를 잡으려고 몰리는 경쟁률은 로또를 방불케 한다. 지난 12일 1순위 청약을 마친 서울 관악구 ‘관악 중앙하이츠 포레’는 18가구 모집에 3922명이 몰려 218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1개 가구를 모집하는 63제곱미터(약 19평) 규모에는 1085개의 청약 통장이 몰렸다. 이 외에도 강동구 ‘고덕강일 제일풍경채’는 150대 1, 광진구 ‘자양 하늘채 베르’ 367대 1로 1순위 마감됐다. 

지방에서도 청약 열기는 다르지 않다. 특히 중도금 집단대출이 불가능한 고가의 아파트 단지 분양에도 청약 통장은 몰려들고 있다. 로또 분양에 대한 기대가 작용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대구 힐스테이트 만촌역’의 84제곱미터(25.4평)는 9억 원대 분양가에도 불구하고 20대 1의 경쟁률을 보였고, 역시 9억 원대로 분양 중인 제주시 연동 ‘e편한세상 연동 센트럴파크 1·2단지’는 204가구에 2802명이 몰렸다. 

업계 전문가들은 숨고르기 들어간 시장이 새로운 자극을 받으면서 멈췄던 가격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당장 매매하기보다 서울시 주택 정책이 자리를 잡고 정부의 대책이 연착륙으로 가는 시기를 기다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앞서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4.7 재보선 결과로 오세훈 후보가 서울시장에 당선될 경우 서울시의 아파트를 비롯한 주택 가격은 상승할 것”이라며 “재건축‧재개발 등의 규제 완화에 따른 기대심리가 작용하며 주택 가격이 다시 오르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지난 10주간 숨고르기와 피로감으로 주춤하던 서울의 아파트 가격이 신임 시장의 규제 완화와 재건축 및 재개발에 대한 기대감 속에서 상승을 예고하고 있다. 관망세 속에서 연착륙을 기대하던 서민들은 다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게 될까 우려속에 흐름을 지켜보고 있다. 

한편 “주택 공급을 늘려 집값을 잡으라”는 대통령의 특명으로 주택 공급을 위한 방안 마련에 고심하던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16일 단행된 개각을 통해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물러나게 됐다. LH사태 등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변 장관의 뒤를 이어 노형욱 전 국무조정 실장이 국토부 장관에 내정됐다. 아파트 가격 상승세를 꺾기 위한 공급 확대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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