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日오염수 방류까지 엎친 데 덮친 격… 어업 종사자들 ‘직격탄’

노량진수산시장 상인들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방출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04.16. [사진=뉴시스]
노량진수산시장 상인들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방출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04.16. [사진=뉴시스]

[일요서울ㅣ김혜진 기자] 지난 13일 일본 정부가 방사능 물질을 포함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를 공식 결정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부지 내 1000여 개의 탱크에 보관할 수 있는 오염수는 137만 톤이다. 현재 보관 중인 처리수는 약 125만 톤으로 2년 후에는 저장탱크가 꽉 차 오염수를 보관할 곳이 없게 된다. 이에 일본 정부는 앞으로 2년간 안전성 확보 절차를 거쳐 방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 정부와 전국 어업 종사자·수산시장 상인 등은 이에 대한 반대 입장문을 내고 강력 규탄하고 있다. 일요서울은 지난 20일 국내 최대 수산물 시장인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을 방문해 분위기를 살펴봤다. 

상인들 “누가 수산물 사 먹으려 할까?”… ‘일본산 아니냐’는 질문 많아
10여 년 전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유출 사고 당시 떠오르기도
전국 어업 종사자, ‘해상 총궐기집회’ 통해 강력 규탄 시위 진행

손님이 드문 노량진 수산시장 모습 [사진=김혜진 기자]
손님이 드문 노량진 수산시장 모습 [사진=김혜진 기자]

손님들과 흥정을 벌이며 활기찬 모습이 가득했던 노량진 수산시장이지만 이날 방문해보니 전체적으로 침체된 분위기였다. 손님들이 드문 탓에 상인들은 간이의자에 앉아 휴대전화를 보고 있거나 옆 가게 상인과 이야기를 나누느라 여념이 없었다. 일부 상인은 가끔 지나가는 손님이 보이면 몸을 일으켜 “싱싱하니 한번 보고 가시라”고 외치곤 했다. 수산물의 원산지를 열심히 설명하는 상인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 “일본 때문에 생선 못 먹겠다” 손님↓

코로나19에 더해 일본의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이라는 ‘악재’가 겹치자 수산시장 상인들은 분노하는 한편 다가올 미래를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상인 김모(59) 씨는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 수산시장 상인들은 전부 다 반대하고 있다”며 “방류 결정 발표 이후 손님이 뚝 끊긴 것 같다. (손님들이) 일본산 아니냐고 많이 물어온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상인 강모(56) 씨는 “날씨가 따뜻해지는 시기라 손님이 좀 줄긴 했지만 일본의 발표에 타격을 심하게 받아 장사가 더 안 되는 것 같다”며 “발표가 난 지 일주일밖에 안 됐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매출이 감소하진 않더라도 장기적으로 봤을 땐 영향이 분명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패류를 파는 상인 정모(33) 씨도 “지금 당장 상황이 안 좋아졌다고 느끼진 못하지만 점차 안 좋아질 거라는 건 확신한다”며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가뜩이나 손님이 없는데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 결정 이후 일본산 수산물을 피하는 손님이 많아졌다”고 했다. 이어 그는 “그나마 어패류 경우는 일본산이 가리비 정도지만 횟집은 도미 등과 같은 생선들 때문에 좀 더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수산물 원산지가 표기돼 있다 [사진=김혜진 기자]
수산물 원산지가 표기돼 있다 [사진=김혜진 기자]

수산시장을 돌아 보니 도미, 생태, 참돔, 가리비 등을 넣어둔 가게 수조에는 원산지 ‘일본산’이라고 적힌 팻말이 자주 보였다. 일본에서 수입되는 일본산 수산물뿐 아니라 인근 지역에서 잡힌 국내산 생선에까지도 오염수 관련 영향이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불안감도 그만큼 커지는 듯했다.

이날 방문한 주부 김모씨는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 발표를 보고 일본산 생선은 꺼리게 된다”며 “전에도 찝찝하긴 했지만 이제는 (일본에) 가까이 있는 부산이나 그 근처에서 잡힌 생선을 구입하기도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일부 상인은 10여 년 전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유출 사고 당시 매출이 반 토막으로 줄었던 기억을 떠올리기도 했다. 상인 이모씨는 “최근 일본에서 오염수를 방류한다고 하니까 10년 전 일본의 원전 유출 사고 때 기억이 떠올랐다”며 “그때도 손님들이 일본산 아니냐고 많이 물어봤다”고 기억했다. 이어 “아직까지도 불안해하는 손님들이 있는데 그런 결정이 나왔다”며 “수산업 종사자들의 생계와 미래가 달려 있으니 굉장히 불안하고 불편한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장정열 노량진 수산시장 상인회장은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수산시장은 일주일에 세 번씩 방사능 관련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경매장에도 일본산이 들어오면 방사능 검사를 하고 판매장에서도 일본산인지 아닌지 표기를 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22일부터 5월12일까지 3주간 수입 수산물 원산지 표시 특별 점검 및 단속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 결정으로 인해 수산물에서 방사능이 검출될 가능성이 커지자 수산물 원산지 특별 단속에 나선 것이다. 이에 장 회장은 “최근 정부가 수입 수산물 원산지 점검을 철저하게 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여기(노량진 수산시장)는 워낙 철저하게 하고 있어 크게 신경 쓰진 않는다”고 했다.

여수 국동 어항단지에서 어민들이 해상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전국연안어업인연합회 제공]
여수 국동 어항단지에서 어민들이 해상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전국연안어업인연합회 제공]
여수 국동 어항단지에서 어민들이 해상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전국연안어업인연합회 제공]
여수 국동 어항단지에서 어민들이 해상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전국연안어업인연합회 제공]

- 전국 어업인들 “日 결정 즉각 철회하라”

전국 어업 종사자들은 일본 정부의 결정에 반대 입장문을 내고 ‘어업인 해상 총궐기집회’ 등 시위를 통해 일본 정부를 강력 규탄하고 있다. 

일본의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이 나온 다음 날인 지난 14일 홍진근 수협중앙회 대표이사를 비롯해 한국수산산업총연합회, 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 한국여성어업인연합회 등 25개 전국 수산단체들은 주한 일본대사관을 항의 방문해 “원전수 해양 방출은 한국 국민은 물론 전 세계 인류에 대한 핵 공격과 다를 바 없는 파멸적 행위”라며 즉각 철회를 촉구하는 규탄 성명서를 발표하고 이를 전달했다.

단체는 성명서를 통해 ▲오염수 해양 방출 결정 즉각 철회 ▲결정 철회가 있을 때까지 일본 수산물 수입 전면 금지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해 해양 환경과 국민 건강을 끝까지 지켜 나갈 것을 결의했다.

전남 지역 어민들은 바다로 나가 항의 퍼레이드를 열었다. 지난 19일 여수수산인협회 및 전국연안어업인연합회는 1000명의 어업인과 150척의 어선을 동원해 국동항에서 출발해 오동도에서 회항하는 해상 퍼레이드를 진행했다. 어선들은 ‘우리 바다 우리가 지킨다’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 규탄한다’ 등의 현수막을 걸고 참여했다.

이들은 “여수 수산인들은 일본 정부의 결정에 분노를 억누를 길이 없다”고 밝혔다. 어민들은 이번 해상 퍼레이드를 시작으로 전국 6개 시·도(경남·부산·충남·전북·경북·강원)에서 ‘어업인 해상 총궐기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부산·울산·경남·전남·제주 등 한일해협을 사이에 두고 일본과 가까운 5개 시·도는 지난 22일 부산시청에서 회의를 열고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에 공동 대응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들 5개 시·도는 앞서 지난해 10월 실무대책협의회를 구성하고 공동건의문을 마련해 대한민국 시도지사협의회에 전달했다. 이에 전국 17개 시·도지사도 공동건의문을 채택해 지난해 12월22일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 논의를 즉각 중단할 것을 정부에 건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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