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피가 살인으로 번진 ‘진짜 이유’는

흉기 살해. [그래픽=뉴시스]
흉기 살해. [그래픽=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지난달 13일 대전 중구에 위치한 한 아파트에서 30대 남성이 흉기를 휘둘러 20대 남성을 사망케 한 일명 ‘현피 사건’이 일어난 가운데, 두 사람이 어떤 게임에서 만났는지, 어떻게 살인으로 번졌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일요서울은 해당 사건을 단독 추적해 봤다.

사건은 지난달 13일 오전 1시40분경 발생했다. A(38)씨는 대전 중구에 위치한 한 아파트에서 B(28)씨를 미리 준비한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온라인 게임에서 채팅으로 시비가 붙어 현실에서 싸우는 일명 ‘현피’를 하기 위해 만난 것으로 파악됐다.

게임에서 말다툼이 시작됐고, A씨는 B씨에게 집 주소를 알려주며 도발했다. B씨는 경기도 양평군에서 대전까지 차를 몰고 찾아갔다가 변을 당했다. A씨는 같은 날 구속됐다.

A씨는 현재 국민참여재판 희망 의사를 밝힌 상태다. 지역 법조계에 따르면 살인 혐의로 재판을 받는 A씨는 지난 9일 국민참여재판 의사 확인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국민참여재판은 지난 2008년부터 시행된 배심원 재판 제도다. 무작위로 선정된 만 20세 국민 배심원들이 형사재판에 참석한다. 배심원들은 유‧무죄 결정을 내리지만 법적 구속력은 없다. 배심원 수는 사형 및 무기징역, 무기금고에 해당하는 사건의 경우 9명이지만 그 밖에는 7명으로 이뤄져 있다. 또 피고인 측이 공소사실 주요 내용을 인정한 경우 5명으로 줄어들게 된다.

재판부는 다음 달 13일 오전 대전지법 316호에서 A씨에 대한 첫 재판을 진행할 방침이다.

게임. [뉴시스]
게임. [뉴시스]

‘세븐나이츠2’ 아닌

‘나이트 온라인’

두 사람은 어떤 게임에서 만났고, 말다툼이 왜 살인으로 번졌을까.

다수 언론에서는 해당 게임을 ‘모바일 게임’이라고 표현하고 있으나, 일요서울 취재 결과 PC 온라인 게임인 것으로 확인됐다. 여러 언론의 보도 때문에 누리꾼 및 게임 유저들은 해당 게임을 넷마블의 ‘세븐나이츠2’로 추정했다. 한 언론이 보도에서 세븐나이츠2 게임 플레이 장면을 사용한 점도 한몫했다. 게다가 한 유저가 유언비어를 퍼뜨려 ‘세븐나이츠2 게임에서 시작된 사건’이라는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세븐나이츠2는 ‘살인 게임’이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 게임 유저들은 “진짜 충격이다”, “너무 무서운 게임이다”, “소름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경찰 관계자는 ‘잘못 전달된 정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일요서울에 “PC 온라인 게임이다. 게임명은 ‘나이트 온라인’이다. 우리는 (언론에) 온라인 게임이라 했는데, 한 언론사에서 다른 언론사로 자료나 정보가 옮겨가는 과정에서 모바일 게임이라고 잘못 전달된 경우 같다”며 “두 사람 모두 직장이 있던 인물이다. 그래서 퇴근하고 집에서 자기 전에 PC 게임에 접속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나이트 온라인’은 넷마블의 게임이 아닌 엠게임의 인기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이다.

경찰 관계자는 “나이트 온라인이라는 게임은 그룹을 지어서 사냥을 다녀야 하는 게임인데, 두 사람이 팀으로 만났다. 사냥을 적극적으로 했네, 안 했네 등의 단순한 문제로 말을 주고받다가 시비로 번진 것”이라며 “서든어택 같은 게임을 할 때 보면 ‘야 숙여’, ‘저쪽으로 돌아’ 등의 말을 했는데 안 가면 ‘너 때문에 죽었잖아’ 이런 식으로 흘러가는 것처럼, 간단한 한두 마디로 시작해 현피 살인까지 가게 된 사건”이라고 전했다.

또 “게임에 들어가면 아이디가 있지 않은가. 게임에 접속을 해서 하다가 그룹 내에서 두 사람이 또 만나게 된 것이다. ‘너 어제 그놈 맞지’라고 하자 ‘그래 나다. 너 또 왔냐’는 식으로 말다툼을 하게 됐다”면서 “두 사람이 게임 내에서 매일은 아닌데, 간간이 만난 것 같다. 한 번의 시비가 현피 살인으로 번진 게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씨는) 계획한 범행이 아니라고 일관했다. (B씨가) 진짜 (대전으로) 올 줄 몰랐고, 자신보다 싸움을 잘한다든가, 덩치가 크다든가 등의 여러 가지 생각으로 겁을 먹고 집에서 칼을 갖고 나갔다는 것”이라며 “우리와 검찰은 (A씨가) 여차하면 (B씨를) 숨지게 할 생각도 있지 않았겠느냐 하는 거다. 이 사람(A씨)은 방어적인 차원에서 칼을 갖고 갔다고 부인하는 부분, 그 차이다. 우리는 어쨌든 칼을 갖고 나간 게 문제라고 생각을 하는 것이다. 여러 판단은 재판부에서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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