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립편집위원
이경립편집위원

“보통 국민이 선거를 두 번 밀어주면 한 번은 회초리를 든다. 최근에는 대통령선거, 지방선거, 국회의원선거까지 세 번을 밀어줬으니 국민의 기대가 얼마나 컸겠나. 그런데 그 기대에 미치지 못했으니 당연히 회초리를 들었다. 다만 어려울 것이라고는 봤지만 국민이 이렇게 혹독하고 가혹하게 매질을 할 줄은 몰랐다.” 더불어민주당의 대권주자로 꼽히는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매일경제신문(4월 21일자)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지난 4.7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참패했다. 보궐선거에 나타난 민심이 가리킨 곳은 더불어민주당에게 ‘정신 차려라!’라는 충고가 아닌 ‘권력의 자리에서 내려오라!’는 단호함이었다. 보궐선거 결과 정권재창출의 길은 요원해졌는데 오로지 그들만은 모른 체하고 있다. 그들은 보궐선거 결과에 눈감았으며, 울타리를 더 높게 쳤다. 반대편에 국민의힘이 있는 한 언제든지 권력은 자신들의 것이라는 자신감의 발로다.

그러나 옛날의 국민의힘이 아니다. 그들이 잘해서 선거에서 이긴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고, ‘한 순간 훅 간다’는 사실도 상기했으며, 권력을 탐하는 버릇이 있는 중진들도 자중자애(自重自愛)하고 있다. ‘우리 국민의힘이 달라졌어요!’라고 어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은 도종환 8일천하 후 윤호중 원내대표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고, 다음달 2일 새로운 당대표를 선출하여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내년 대선체제에 들어가려 하고 있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더불어민주당에 문빠들이 적극 호응하고 있는 형국이다.
단언컨대 지금처럼 주어진 시간표대로 시간을 허비한다면 더불어민주당의 정권재창출은 없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부자 몸조심하듯 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얘기다. 그가 진정으로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면, 결연히 일어나 결기를 보여야 할 때이다. 더불어민주당이 가마솥 개구리로 죽어가는 꼴을 볼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현재의 더불어민주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했던 호남 지역 세력과 노무현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했던 진보적 가치 세력의 연합이다. 그러나 그러한 연합이 굳건해지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우여곡절을 필요로 했다.

2002년 노무현이라는 당내 비주류가 지역주의 타파의 기치를 내걸고 새천년민주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었지만, 이내 당내에서는 노무현 후보의 교체를 내건 후단협이 등장하여 후보 흔들기를 시도했고, 결국 노무현 후보는 무소속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을 거쳐 진정한 대통령 후보가 되었다. 그리고 대선에서 승리하여 현재의 더불어민주당 주류를 완성한 것이다.

2007년 정동영은 더불어민주당 내의 세력교체를 꿈꾸며 후보가 되었지만, 530만 표 이상, 22%p 이상의 차이로 치욕적인 패배를 맛봤다. 그 패배 이후 정동영은 정치적 나락으로 떨어졌으며, 정치적 폐인이 되었다. 그의 존재는 더불어민주당의 지우고 싶은 흑역사가 되었다.
현재 상태라면 이재명 경기지사가 더불어민주당의 대선후보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그리고 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는 대선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가 무난하게 대선후보에 선출될 가능성이 매우 낮지만 무난하게 패배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는 것이 여의도 정치를 좀 안다고 자부하는 필자의 생각이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정동영의 시즌2가 되고 싶지 않다면, 현재의 더불어민주당에 대하여 목소리를 내야 한다. 호남 지역 세력과 진보 가치 세력을 넘어 새로운 당내 주류를 만들려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을 근본부터 바꾸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피력해야 한다. 자신의 정치세력을 더불어민주당의 주류로 만들려는 정치투쟁을 할 때인 것이다. 그러할 용기가 없다면 대통령의 꿈을 접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을 위해서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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