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방향을 제시한 것…이제 보수도 바뀌어야”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부산 해운대구갑)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부산 해운대구갑). [사진=일요서울DB]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북한 김일성 주석의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 출간과 관련해 논란이 거세지고 주호영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은 “좀 더 논의가 필요한 사항”이라며 판단을 유보한 가운데, 당초 회고록에 대해 “김일성 회고록에 속을 사람이 어딨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자”라는 목소리를 냈던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추가적인 입장을 밝혀 이목이 집중된다.

하 의원은 27일 오후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우리당(국민의힘)이 많이 바뀌고 있는 거다. 나는 당이 바뀌어야 할 방향을 제시한 것”이라며 “주호영 대표는 나보다 좀 더 보수적이라서 조심스럽게 이야기하는 거는 이해가 되는데, 이제 보수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북한한테 체제 경쟁에서 이긴 게 언젠데, 아직도 북한처럼 똑같이 제한을 하고…북한하고 달라야 할 것 아닌가. 북한이 한류를 막는다고, 우리도 북한에서 오는 것을 막고. 그 정도로 한국이 수준 낮은 나라가 아니지 않은가”라며 “한국은 북한하고 좀 달라야 한다. 북한하고 똑같은 행동을 하면 안 된다는 거다. 그만큼 국민의 수준도 높아졌다. 특히 이번에 청년층이 대거 우리를 지지했는데, 표현의 자유에 대해서는 굉장히 청년들이 민감해서 그런 기대에 부응할 필요도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출판사 ‘민족사랑방’이 일명 ‘김일성 회고록’을 국내에 출간(지난 1일)한 사실이 지난 21일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국가보안법 위반’ 논란이 일었다.

이에 하 의원은 지난 2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이하 SNS)에 “김일성 회고록에 속을 사람이 어딨나. 높아진 국민 의식을 믿고 표현의 자유 적극 보장하자”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김일성 회고록은 상당 부분이 허구인데, 미사여구를 동원했다고 해서 김일성 우상화 논리에 속아 넘어갈 국민은 없다”며 “며칠 전 전남대 게시판에 친북적 성향의 대진연이라는 단체가 김정은 옹호하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전남대 학생들의 거센 비판과 항의, 조롱만 받았다. 우리 사회에 북한 찬양 주장이 발 디딜 틈은 없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우리가 북한 책 금지하면 한류 금지하는 북한 비난할 자격이 있겠는가”라며 “북은 한류를 금지하더라도 우리는 북한 출판물 허용해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우월성 과시하자”라고 덧붙였다.

여기에 박기녕 국민의힘 부대변인도 같은 날 논평에서 “김일성이 주인공인 허황된 소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며 “일부 사람들이 이를 이용해 선전‧선동에 이용할 수 있다는 우려는 되지만, ‘중국 만주벌판과 백두산 밀영을 드나들며 항일무장투쟁을 전개했던 생생한 기록’이라는 허구에 속아 넘어갈 국민 수준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진중권 동양대 전 교수도 김일성 회고록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진 전 교수는 지난 23일 SNS에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라’는 하 의원의 발언을 공유하면서 “(김일성 회고록은) 판타지 소설이다. 연식이 좀 있는 이들을 위한 독특한 장르”라며 “하태경 의원이 많이 성숙해진 듯”이라고 적었다.

그러나 주호영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은 27일 기자들과 만나 “좀 더 논의가 필요한 사항”이라며 판단을 유보했다. 주 권한대행은 “성숙한 국민 의식을 토대로 책의 문제점들을 잘 판단할 거란 시각도 있고, 또 일부는 국가보안법에서 말하는 이적표현물 아니냐, 제지해야 되지 않냐는 의견도 없지 않다. 어떤 과정을 거쳐 당의 의견이 모아질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경찰청 안보수사대는 김일성 회고록에 대한 고발장이 접수돼 수사에 착수했다고 27일 밝혔다. 경찰은 고발에 따라 출판사인 민족사랑방 측이 책을 발간하고 배포하는 과정에서 남북교류협력법과 국가보안법 등을 위반했는지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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