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업세습 시작됐다”?..존재감 드러내는 조카 밀어주기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허정수 GS네오텍 회장이 지난해부터 계속해서 GS건설 지분 매각에 나서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GS건설은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외아들인 허윤홍 GS건설 신사업 부문 대표를 중심으로 4세 경영이 본격화되고 있다. 허정수 회장은 허창수 회장의 바로 아래 동생이다. 

관련 업계는 일련의 행보를 두고 허정수 회장이 이미 조카인 허윤홍 사장에게 자신의 GS건설 지분 일부를 증여하고 잔여 지분마저 정리 중이라고 관측한다.

일각에서는 허정수 회장이 GS건설 경영권을 포기하려 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또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조카를 위해 길을 열어 준다는 분석도 있다. 

허윤홍, 신사업 대표 승진 후 경영 전면...신사업 매출도 '껑충'
GS家만의 복잡한 지배구조...이번에도 탈 없이 4세 승계 이어지나

허윤홍 GS건설 신사업 부문 대표가 4세 경영 신호탄을 올릴 것이라는 주장이 구체화 되고 있다. 

업계도 허윤홍 대표의 계속된 지분 매입 배경에는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그동안 GS그룹은 회장들이 조카들에게 주식을 증여하는 등의 방식으로 경영 승계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지난달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허정수 회장이 지난 21일 GS건설 보통주 2만4000주(0.03%)를 장내매도했다. 지난 20일에도 5만주(0.06%), 19일 1만7000주(0.02%), 8일 6만5000주(0.08%), 3월31일 3만5000주(0.04%)를 장내매도했다. 올해에만 무려 19만1000주(0.22%)를 장내매도한 셈이다. 86억 원 규모다.

이로써 허정수 회장과 허윤홍 사장의 지분 격차는 0.33%포인트에서 0.08%포인트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현재 GS건설 지분구조는 ▲허창수 회장 8.29% ▲허진수 GS칼텍스 이사회의장 3.55% ▲허명수 전 GS건설 부회장 2.86% ▲허태수 GS 회장 1.79% ▲허정수 회장 1.64% ▲허윤홍 사장 1.56% 순이다. 

- 남촌재단도 '지원사격'

허윤홍 대표는 아버지 허창수 회장의 남다른 지원사격도 받고 있다. 허창수 회장은 지난해 11월23일 GS건설 보통주 3만300주(총 9억6000만 원 규모)를 개인회사 남촌재단에 증여했다.  남촌재단은 GS건설 지분 1.5%를 확보하게 됐다. 이 같은 움직임 역시 허윤홍 사장으로의 경영권 전환 작업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공익법인은 내국법인 의결권 주식 5%까지 증여세 없이 받을 수 있다. 재계에서는 공익재단이 5% 이하의 계열사 지분을 마음대로 사고팔며 총수 일가의 그룹 지배력을 확대하거나 경영권 승계에 악용돼 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물론 허창수 회장은 2007년 남촌재단 창립 당시 "사재를 500억 원까지 출연해 공익재단인 남촌재단에 기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허 회장은 지난 2006년부터 지금까지 총 12번에 걸쳐 남촌재단에 GS건설 지분 1.5%를 기부했다.

하지만 허창수 회장이 남촌재단에 기부한 액수가 이미 목표액을 넘어선 600억원에 달한다. 이 때문에 허창수 회장이 남촌재단에 GS건설 지분을 최대치(5%)까지 넘겨 세금 부담을 줄이고 향후 남촌재단을 통해 허윤홍 사장의 든든한 '우군' 역할을 맡기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게다가 허윤홍 대표는 최근 두산인프라코어 본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괄목할 만한 실적을 내면서 입지도 튼튼히 하고 있다. 

지난해 GS건설의 신사업 관련 매출은 6111억 원으로, 전년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허윤홍 사장은 특히 신재생에너지와 모듈러·목조 주택, 주택 애프터 마켓 시장 등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 지배구조 변화는 곧 후계구도 변화로

GS그룹은 오너가 형제들이 돌아가며 경영에 참여해 명확한 승계 원칙이 없다. 정해진 법칙이 아닌 오너 가족회의를 통해 경영 성과 등을 토대로 차기 회장을 추대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어느 정도 차기 총수가 예상되는 곳들과 달리 GS그룹의 경우 후계구도 예상이 쉽지 않다.  
  
게다가 허태수 회장이 올해로 취임 2년 차를 맞는다. 아직 차기 회장을 논하기에는 이르지만 이미 10여 명의 오너가 4세들은 경영에 적극 참여하며 ‘포스트 허태수’를 놓고 물밑 경쟁에 돌입한 상태다. 이 때문에  4세들 사이의 경영 능력 입증과 지분 확보가 중요한 이정표가 된다.

이에 따라 허서홍 GS 전무의 지주사 지분 매입도 업계는 주목한다.  허서홍 전무는 지난달에만 총 4차례에 걸쳐 GS 주식 5만1200주를 장내매수했다. 허 전무는 지난해 10월 3차례에 걸쳐 총 3만3000주를 사들인 데 이어 11월에도 3000주를 추가 매입한 바 있다. 현재 허 전무의 주식 총수는 194만8800주로 2.06%를 보유하고 있다.  
 
허서홍 전무는 허태수 GS그룹 회장의 5촌 조카로, 지난해 9월 허태수 회장의 원포인트 인사를 통해 그룹으로 이동하면서 주목 받았다. 그는 GS 사업지원팀에서 신사업 발굴 및 벤처 투자 등 업무를 담당하며 그룹의 미래 먹거리 확보에도 사활을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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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부터 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GS칼텍스 수장에 오른 허세홍 사장도 주목받는 오너 4세다. 그는 취임 이후 성장 한계에 봉착한 정유사업의 돌파구 마련을 위해 사내 플랫폼전략팀을 구성하고 모빌리티 스테이션 모델 구상에 힘을 쏟았다.

이에 올초 CES에서는 주유소 거점 드론 배송 사업을 비롯한 미래형 주유소를 소개하며 글로벌 파트너십 모색에 적극 나섰다. 네이버와 손잡고 클라우드에 전기차 충전 및 결제 데이터를 수집·관리하는 시스템 구축도 진행 중이다. 

일각에서는 경영권 승계 이슈가 불거질 경우를 대비해 지분 확보 경쟁이 수면 아래에서 치열하게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GS그룹 오너 4세들이 각사에서 신사업 발굴이라는 막중한 임무에 포진돼 있다는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며 "이에 대한 성과가 곧 경영 능력에 대한 평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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