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3남 김동선 상무보 등장...후계구도 굳히기?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대우건설의 네 번째 주인을 찾는 작업이 시작될 전망이다. 대우건설은 최근 단독 대표에서 사업대표와 관리대표를 나눠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돼 하반기부터는 매각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이 우세하다.

대우건설은 사업대표에 김형 사장을 재선임하고, 관리대표에는 정항기 CFO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켜 신규 선임했는데 업계는 이번 인사를 매각을 대비한 조치로 풀이한다.

이에 최근 대우건설 인수 의향을 타진하는 희망자가 하나둘씩 나오는 상황이다. 증권가에서는 2018년 매각이 무산된 이후 분위기가 무르익었다는 분석도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인수에 한화그룹 오너가가 지대한 관심을 보인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대우건설 김형.정항기 각자대표 선임...매각 긍정적 신호탄 분석
한화 자금력/DS네트웍스 합쳐지면 순기능도...상무보 역점사업 주목


현재 대우건설 인수 희망 의사를 밝히는 곳은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이끄는 사모펀드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등 3곳이 있다. 두산솔루스를 인수한 사모펀드(PEF)인 스카이레이크는 국내 디벨로퍼 시행사인 DS네트웍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 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DS네트웍스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3남인 김동선 한화에너지 글로벌전략담당 상무보가 DS네트웍스 계열사의 등기이사라는 점이다. 김 상무보는 지난달 13일 기준으로 정재환 DS네트웍스 회장과 함께 DS네트웍스의 부동산개발 계열사인 DS디엔디 등기이사로 등재돼 있다.

- 부동산개발사업 관련 경영수업

대기업 오너2세가 지분관계가 없는 기업의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리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한 매체는 김 상무보가 정재환 회장으로부터 부동산개발사업 관련 경영수업을 받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김승연 회장은 김동선 상무보에게 한화에너지, 한화건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등을 포함하는 한화그룹의 건설, 부동산개발사업을 승계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 매체에 따르면 DS네트웍스가 국내 최대 시행사로 상당한 자금력을 갖추고 있지만 2조 원 가까울 것으로 예상되는 대우건설 인수를 단독으로 감당하기는 어려운만큼 한화그룹이 함께한다면 자금문제에서 매우 큰 힘이 될 수 있다. 

게다가 한화그룹이 대우건설 인수에 함께 참여한다면 규모가 작은 회사에 인수돼 구조조정 등이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대우건설 내부의 반발도 크게 누그러뜨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승연 회장은 대우건설 인수에 뛰어든다면 향후 그룹 승계구도에서 균형감을 맞추는 효과를 얻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과 DS네트웍스는 모두 김동선 상무보가 DS디엔디에 사내이사로 등재된 이유를 놓고 말을 아꼈다. 이외에도 대우건설 인수에는 2017년 우선협상대상자였던 호반건설도 물망에 오른다.

증권가에서는 대우건설의 실적 성장에 힘입은 매각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향후 대형 건설사 등 잠재적인 매수자가 추가로 나올 것이란 관측이다. 라진성 KDB인베스트먼트 애널리스트는 "대우건설이 LNG 액화플랜트 실적이 쌓이면서 해외와 국내 대형 건설사에서도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최근 진행된 인사에서도 매각 의지를 들여다 볼 수 있다. 정 관리대표 예정자는 2019년 사내이사로 선임된 뒤 조달시스템 개선 및 현금 중심 경영을 장착했다고 평가받는다. 재무구조개선을 통해 영업이익률을 개선하며 부채비율을 전년 대비 40%포인트 이상 감축했다. 하반기부터 매각이 본격화되면 재무를 꿰고 있는 정 부사장이 대응할 것으로 분석된다.

김 사업대표는 매각 부담을 덜면서 사업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2018년 취임한 김 사장은 2년 연속 민간건설사 중 최대 주택공급을 달성하는 등 수익성을 개선했다. 대우건설은 지방과 수도권 외에도 강남 요지에서 벌이지는 치열한 수주전에 사활을 걸며 현장에서도 인상적인 활약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매각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예측도 있다. 대우건설 노동조합이 매각을 서두르는 KDB인베스트먼트가 대우건설에 도입한 각자 대표 체제 구상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건설기업노조 대우건설지부는 지난달 27일 성명을 통해 "각자 대표 체제는 경영을 이원화시켜 비싼 값에 매각하려는 것"이라며 "각자 대표가 정말 효과적인 경영체제라면 산은과 KDB인베스트먼트에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산은과 KDB인베스트먼트는 현장을 등한시하고 대우건설을 통제와 관리의 대상으로만 바라봤다"며 "결국 이들의 입맛대로 보고서를 작성하는지 여부가 경쟁력이 되면서 회사는 재무제표 수치 개선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오는 6월7일 열리는 임시주주총회 전까지는 물론 향후에도 각자 대표 체제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 매각 훈풍에 업계도 주목

한편 대우건설 매각 과정은 앞서 2018년 1월31일 호반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관심을 모은 바 있다. 그러나 대우건설의 해외사업장 추가부실이 드러나면서 호반건설은 인수 철회 의사를 밝혔고 결국 매각 작업은 잠정 보류됐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2018년 9월 "2~3년 안에 재매각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당시 밝힌 매각 시점이 도래한 셈이다. 지난해 10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출석한 이동걸 회장은 "대우건설 매각을 위해 KDB인베스트먼트가 건설 전문가를 채용하고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는 등 사업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여러 작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KDB인베스트먼트는 KDB산업은행이 구조조정을 위해 설립한 자산관리회사로, 지난 2019년 산은으로부터 보유 지분 50.75%를 넘겨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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