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날 쥔 최재형, 文정권과 대치 구도 속 대권 제3후보론 수면 위로

최재형 감사원장 [뉴시스]
최재형 감사원장 [뉴시스]

- 감사원, 사실관계 조사차 TBS 방문...김어준 감사 여부에 귀추
- 김해신공항, 금강·영산강 보 해체 결정 등 감사 돌입 가능성도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문재인 정부 집권 이래 가장 선 굵은 충격파를 남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호 세력과 검찰 간 제1차 대전은 공직자 윤석열을 일약 야권 대선후보로 격상시킨 결과로 이어졌다. 윤 전 검찰총장은 기득권을 쥔 청와대와 집권여당의 집요한 압박에도 당시 사법기관 수장으로서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대쪽 신념과 헌법 가치를 고수하며 대한민국 민심을 뒤흔들었다. 최근에는 문 정권의 정서적 부족장이자 ‘친문(親文)스피커’로 불리는 방송인 김어준 옹호 세력과 감사원의 2차 대전 양상으로 확산되면서, 최재형 감사원장의 마이웨이 행보가 ‘제2윤석열’로 투영되는 모양새다. ‘월성1호기’ 경제성 평가, 비정규직 정규화, 서울시 교육감 등 성역 없는 원칙주의 감사로 문 정부에 거센 역풍으로 작용하고 있는 최 감사원장은 이미 야권 일각에서 대권 후보로도 거론된다.

최재형 감사원장의 일거수일투족에 정치권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4.7 재보궐선거에서 여야의 희비를 극명하게 갈랐던 ‘정권심판론’과 ‘공정‧정의 재구현’이라는 시대 정신이 현 정권과 대립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감사원의 행보와 맞물리기 때문이다.

이에 최 감사원장에 대한 여야 정치권의 평가 또한 크게 부각된다. 야권에선 ‘윤 전 총장의 아성을 이을 야권 잠룡 기대주’로 지목되며 제3후보 영입설까지 나오는 반면, 여권에선 ‘야당의 정치적 입김이 스며든 정치‧표적 감사의 주체’라며 규탄 일색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 정치적 부담 요소로 작용할 만한 ‘TBS 김어준 출연료‧편파방송’, ‘김해신공항 백지화’ 등의 논란과 관련해 감사원 내부적으로 감사 시행 여부가 검토되고 있는 만큼, 정계는 감사원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형국이다.  

TBS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 [뉴시스]
TBS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 [뉴시스]

최재형號 감사원, ‘친문 부족장’ 김어준‧TBS에 칼 끝 겨누나

방송인 김어준은 친문‧여당 지지자들의 민심 결집과 야당 여론 공세의 전초기지 역할을 해오면서, 여권 지지층 내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구축했다. 이런 김어준에 대한 TBS 교통방송 무계약서 고액 출연료 논란이 일자, 감사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달 21일 감사원은 사실관계 파악을 위해 지난 TBS를 사전 방문했다. 감사원법 규정에 따라 회계검사 및 직무감찰 대상인 TBS 교통방송에 대한 답사 차원이라는 게 감사원 측의 주된 설명이다. 다만 국민 혈세와 직결돼 여론이 주목하는 민감한 사안인 만큼, 감사원 내부에서도 면밀한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 한 관계자는 일요서울과 통화에서 “일전의 TBS 방문은 감사라기보다는 단순 사전 답사 차원의 일상적 업무라 보면 된다”라며 “서울시 예산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내부 규정에 따라 해당 방송국의 자금 운영 및 경영 실태 파악이 필요했던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 관계자는 TBS에 대한 본격 감사 착수 가능성에 대해선 “감사 착수에 대한 부분은 아직 말씀드리기 이르다”면서도 “(해당) 논란이 서울시 예산 운영과도 관련이 있기 때문에 본격 감사에 돌입할지 여부는 검토 중이긴 하다”고 덧붙였다. 만약 최재형 감사원이 이번 논란에 대한 본격 감사에 착수할 경우, ‘김어준 수호’를 외치는 집권여당과의 갈등지수가 극에 달하면서 정국 파동이 예상된다.

한편, 서울시 산하 교통방송본부로 출발한 TBS 교통방송은 지난해 2월 별도 재단인 ‘서울시 미디어재단 TBS’로 독립했다. 하지만 TBS는 매년 운영 예산 총액의 73%가량을 서울시 출연금으로 사고(社庫)를 채우고 있다.

또 앞서 국민의힘은 김 씨의 출연료가 회당 200만 원 상당으로, 5년간 약 23억 원의 출연료를 받았다는 주장을 내놨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김어준의 출연료가 알려진 대로 회당 200만 원이라면, 월 4000만 원, 연봉 4억8000만 원”이라고 밝혔다. 야당의 이 같은 주장에 TBS는 ‘개인정보’라며 출연료 공개를 거부했다.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뉴시스]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뉴시스]

감사원 업무플랜 B, 文 정권 ‘연쇄 악재’ 도화선 되나

2018년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에 대한 감사 발표는 최재형 감사원장과 여권의 갈등에 불을 지폈다. 당시 감사원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의 근거가 됐던 경제성 평가가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됐다”고 지적했고, 이는 곧 검찰 수사로 확대되면서 문 정부의 핵심 어젠다 중 하나인 탈원전 정책을 강타했다.

감사원과 문 정부의 잠재적 갈등 요소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감사원은 현재 김해신공항 백지화 결정과 금강·영산강의 보 해체 결정 등에 대한 감사 여부도 검토하고 있다.

감사원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김해신공항 백지화는 부산시장 보궐선거와 맞물린 정치적 요소가 있기 때문에 김해신공항과 가덕신공항의 사업 타당성 중심으로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며 “금강‧영산강 보 해체 건은 몇 달 전 4대강 관련 단체가 국가물관리위원회와 환경부 상대로 감사 청구가 접수돼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김해신공항 백지화 논란은 가덕신공항 추진을 위한 여당의 정치적 포석이 깔렸다는 비판이 나오는 만큼, 감사 대상으로 지정될 경우 여당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금강‧영산강 보 해체 논란 역시 이명박 전 정권의 핵심 정책인 ‘4대강 사업’을 폐기한 행정으로 인식되고 있어 정쟁 요소가 다분하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감사원이 현재 만지작거리고 있는 ‘감사 리스트’ 서류에 승인 사인이 떨어지는 순간 정계에는 폭풍이 몰아칠 것”이라며 “김해신공항 백지화나 보 해체 문제는 최 감사원장의 원칙주의 성향이라면 결국 감사에 착수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최재형 野 대선주자 하마평 부상…‘정치 의지’가 관건 

국민의힘 당권에 도전하는 조경태 의원은 지난달 28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야권 차기 대선주자를 선정하는 데 있어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며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감사원장을 끌어안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렇듯 국민의힘 내부에선 현재 월성 원자력발전소 폐기, 비정규직 정규직화, 서울시 교육감, 문 대통령 측근의 월급 편취 등 성역 없는 감사로 문 정권의 약점을 틀어쥔 최 감사원장을 대선주자급 인재로 관리해야 한다는 ‘대망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여기에 집권여당의 숱한 견제 속에서도 이뤄 낸 감사로 다져진 정무 감각과 한국전쟁 대한해협해전의 영웅인 아버지(최영섭 예비역 해군대령), 학창 시절 장애인 친구를 업어 등교시킨 미담, 두 아들 입양 사례까지 최 감사원장의 정치적 자산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문제는 최 감사원장에게 정치 의지가 있느냐다. 그는 ‘제2윤석열’ 가능성에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일축한 바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국감장에서 정권을 직격한 윤석열 전 총장과는 달리 정치 행보 가능성이 낮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라며 “그럼에도 하루에도 수많은 변수가 생겨나는 정치판에서 최재형 감사원장의 대권 도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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