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자화자찬, 도 지나쳤다···앞으로도 변수 계속 생길 듯”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코로나19 백신 중앙접종센터에서 도쿄패럴림픽 국가대표 선수들이 백신 접종을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코로나19 백신 중앙접종센터에서 도쿄패럴림픽 국가대표 선수들이 백신 접종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정부가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2000만 명분(4000만 회분)을 추가 계약 체결했다고 밝히고 11월 집단면역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지만, 여전히 국민의 불안감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확보한 백신 물량이 적기에 제대로 공급될지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일요서울은 11월 집단면역 달성의 키를 쥐고 있는 백신 상황에 대해 자세히 살펴봤다.

정부의 호언에도 불안한 국민들···백신 늦장 확보지적에 정부 사과드릴 사안 아냐

지난 2월26일 한국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 가장 마지막이었다. 백신 종류는 아스트라제네카였고, 만 65세 미만의 요양병원·시설 입소자 및 종사자 약 29만 명을 대상이었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이 구축한 데이터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29일 기준, 한국의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은 5.05%다.

정부는 코로나19 백신 수급에 난항을 겪으면서 한미 백신 스왑, 추가 구매, 위탁생산, 러시아 백신 ‘스푸트니크V’ 등을 제시하며 백신 확보 총력전을 펼쳤다.

국내 코로나19 백신 가뭄이 심화하자 청와대는 보건당국에 스푸트니크V 백신 도입 여부를 검토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백신 추가 확보가 어려워졌던 탓이다. 여권에서는 ‘스푸트니크V 백신을 도입하자’는 의견과 ‘스푸트니크V 백신은 필요없다’는 의견이 갈려 싸움이 벌어졌다.

이후 정부는 지난 24일 화이자로부터 코로나19 백신 2000만 명분(4000만 회분)의 추가 도입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27일에는 3분기까지 노바백스의 코로나19 백신 1000만 명분(2000만 회분)이 공급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백신의 추가 도입 등이 확정되면서, 정부는 국내 백신 물량 확보가 충분하다는 판단 아래 스푸트니크V 백신은 도입할 필요가 없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상태다.

그러나 식약처는 스푸트니크V의 국내 사용 허가를 위한 사전 검토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물론 정부에서 도입 계획을 발표한 백신은 아니며, 휴온스가 약사법 규정에 따라 비임상(독성·효력시험) 자료에 대한 사전검토를 신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식약처는 제출된 비임상 자료에 대해 안전성과 효과성을 면밀히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백신 수급, 제때 가능할까

정부가 코로나19 백신을 추가 확보했다고 발표했지만, 여전히 백신 수급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했다. 제때 백신 수급이 이뤄질 수 있겠냐는 지적이다. 또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백신을 확보했다면 빠르게 예방접종에 나서 피해를 더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도 함께했다. 그러나 정부는 사과보다는 접종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지난 26일 이기일 범정부 백신 도입TF 실무지원단장은 대국민담화 브리핑에서 ‘백신을 기다리며 희생과 인내하는 국민에게 정부가 사과할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에 “사과드릴 사항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현재까지 정부가 확보한 백신은 화이자 3300만 명분, 모더나 2000만 명분, 노바백스 2000만 명분, 아스트라제네카 1000만 명분, 코백스퍼실리티 1000만 명분, 얀센 600만 명분으로 총 9900만 명분(1억9200만 회분)이다.

정부는 9월까지 3600만 명에 대한 1차 접종, 11월까지 이들의 2차 접종을 완료해 집단면역을 형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백신 조기 확보를 통해 집단면역 형성 시점을 더 앞당기겠다고도 밝혔다. 이번에 정부가 확보한 백신 물량은 전체 인구의 1.9배 수준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11월 집단면역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지난 26일 문 대통령은 “정부는 처음부터 11월 집단면역 목표를 제시했으며, 이행을 자신하고 있다. 플러스 알파로 집단면역 시기를 더 앞당기려는 목표도 갖고 있다”고 밝혔다.

- “집단면역 형성, 전 세계 누구도 예상 못해”

대통령과 정부의 ‘11월 집단면역’ 호언에도 불구, 희망과 기대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려도 상당하다. 정부가 백신 추가 확보에 나서면서, 불확실성에도 집단면역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화자찬만 하는 격이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추가 계약을 포함한 상당수 백신들의 도입 일정이 사실상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

특히 전 세계적 코로나19 백신 각축전으로 향후 국내 백신 수급 상황을 좀처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도입 방안이 국민들에게 혼란을 주고 자칫 집단면역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백신이 실제로 적기에 제대로 국내에 유입되기 전까지는 집단면역을 장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또 여러 변수 등 위험 요소에 대해 충분히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한백신학회 마상혁 부회장은 일요서울에 “(11월) 집단면역이 형성된다고 가정하는 것은 전 세계 누구도 예상하지 못하는 것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백신 수급이 문제가 돼서 국민들이 불안에 떨었지 않은가. 정부가 7900만 명분을 확보했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큰소리칠 때가 불과 수개월 전이었는데 변수가 너무 많이 생겼다”면서 “앞으로도 변수가 생길 수밖에 없다. 정부가 너무 미리 호언하는 셈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성이 남아 있다. 국민들한테 잘못했다는 것을 인정 안 하고, 백신을 추가 확보했다고만 말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대국민담화에서 국민에게 사과할 마음이 없다고 하고, 백신 기근 때문에 난리가 났는데 왜 그런 얘기는 안 하는 건지 모르겠다. 솔직하게 잘못된 건 잘못됐다고 인정하고 가야 한다. 대통령은 작년부터 (코로나19) 터널 끝이 보인다고 하는데, 터널이 어딨는지도 모르겠다”며 “자화자찬이 도가 지나쳤다. 결국, 백신 4000만 도즈(1회 접종량)는 확보했지만 여러 가지 변수는 남아 있다. 잔존하는 위험인자에 대해 충분히 대비를 해야 한다. 현재까지 전문가 개입이 거의 없었고, 백신TF팀에도 한국 현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 전문가도 제대로 된 전문가를 섭외해서 의견을 듣도록 해야 한다. 변이에 대한 대응, 아이들 임상 연구 등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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