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 내 평가 1순위였는데… 불법 업무 지시 따르지 않아 해고당했다”

변호사법 위반 용역 사업 여전히 진행… 한국법령정보원 “위반하지 않았다”

[사진=한국법령정보원 캡처]
[사진=한국법령정보원 캡처]

[일요서울ㅣ김혜진 기자] 법제처 소관 공직유관단체인 한국법령정보원(원장 이상희)이 수년간 변호사가 아닌 직원들을 동원해 공공기관 및 공기업의 정관·인사 규정·행정 규칙 등 여러 가지 관련 내규를 작성, 보고서를 만드는 수익 사업을 진행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법상 ‘변호사나 법무법인 등이 아닌 자’가 이익을 받을 것을 약속하고 법률 사무 등을 취급할 경우 변호사법 위반에 해당한다. 일요서울 취재 결과, 한국법령정보원은 이 같은 비위 행위를 행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전문성이 담보되지 않은 기간제 직원이 해당 사업에 응하지 않자 인사상 불이익까지 준 것으로 파악됐다. 

현행 법령집을 발행·보급하는 사업을 위해 2011년 설립된 비영리법인 한국법령정보원은 ▲국가법령정보 ▲생활법령정보 ▲세계법제정보 ▲대한민국현행법령집 ▲맞춤형법령정보 ▲내규정비지원사업 ▲법률교육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대부분 법제처로부터 위탁 받아 전자법령정보 서비스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는 등의 역할이다. 

변호사 아닌 직원 동원해
공공기관 수익 사업 진행

일요서울이 법령정보원에서 현재 시행하는 사업 중 하나인 ‘내규정비지원사업’ 내용을 살펴보니 해당 사업은 변호사법 제109조 제1호를 위반하고 있었다. 이 사업은 법령정보원이 공공기관·공기업 등과 계약을 체결해 정관, 직제·인사·보수 규정, 평정 규칙 등 각종 내규 정비에 대한 수정, 최종 보고서를 만들어 주는 수익 사업이다. 법령정보원은 최근까지 총 53회, 43개 기관과 계약을 맺고 최저 165만 원에서 최고 7000만 원의 금액을 받아 사업을 진행해왔다.

법령정보원은 해당 사업에 대해 “한국법령정보원은 국내 유일의 종합법령정보서비스 기관으로서 풍부한 내규 정비 지원 경험을 토대로 전문 연구진이 심도 있는 내규 정비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내규 체계를 분석·진단, 개정안 마련을 포함한 내규 정비 방안을 제시, 지속적 내규 관리 방안까지 마련해 준다”고 홍보하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근무했던 전(前) 직원은 일요서울에 “내규정비지원사업은 다른 공공기관 내규(정관, 인사 규정, 취업 규칙, 직제 규정 등) 정비 용역이 맞다. 이를 통해 거둬들이는 수익이 꽤 크다”며 “큰 문제는 이 용역을 수행하는 연구원 전원뿐만 아니라 법령정보원에는 변호사 자격이 있는 사람이 없어 변호사법 위반 소지가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정관 등 내규 등은 법률 문서이기 때문에 변호사나 법무법인 등의 자격이 없는 법령정보원의 일반 직원이 이 같은 사업을 수행할 경우 법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 법무부 유권 해석에 따르면 변호사가 아니면서 금품, 향응 또는 그 밖의 이익을 받을 것을 약속하고 일반의 법률 사건에 관해 법률 상담 또는 법률 관계 문서 작성, 그 밖의 법률 사무 등을 취급하면 변호사법 위반으로 처벌될 수 있다. 여기서 ‘그 밖의 법률 사무’라는 것은 법률상의 효과를 발생·변경·소멸·보존 또는 명확하게 하는 사항의 처리와 관련한 행위를 의미한다. 

법무부 관계자는 “정관 등 내규 정비는 법률상의 효과를 명확하게 하는 상황에 대한 처리로서 법률 사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며 “법적 성질이 자치 법규고 기관의 구성원들이 정관 등 내규에 구속되기 때문에 이처럼 내규의 타당성 여부 등을 검토해주고 보고서를 작성해 주는 행위 등 역시 마찬가지다. 이러한 역할의 주체가 변호사나 법무법인이 아닐 경우 변호사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의 한 변호사도 “금품 등을 목적으로 상위 법령과의 조화를 보고 수정하거나 불합리한 조문 정비 업무 등을 수행하는 것은 법률상의 효과를 보전하거나 명확하게 하는 사항의 처리라고 볼 수 있다”며 “이는 변호사법 제109조에서 금지하는 법률 사무가 맞다”고 설명했다. 

변호사법 제109조에서는 변호사가 아니면서 금품 등을 받고 법률 관계 문서 작성이나 그 밖의 법률 사무를 취급하거나 이러한 행위를 알선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사진=한국법령정보원 캡처]
[사진=한국법령정보원 캡처]

불법 업무 지시해 놓고 
불응한 직원 ‘부당 해고’

지난 2019년 초 법령정보원에 기간제 근로자(연구원)로 입사해 2년간 근무했다는 조모씨는 일요서울과의 인터뷰에서 “인사평정 종합 점수가 부서 내에서 1순위였음에도 불구하고 무기 계약직 전환 심의에서 차순위에 밀려 탈락했다”며 “탈락 사유를 알아보기 위해 인사위원회 심의, 의결 과정을 살펴보니 주 업무가 아닌 부수 업무인 내규 용역 사업에 대해 소극적으로 참여했다는 게 결정적인 탈락 사유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조 씨는 “회사 내 간부들은 직원들 앞에서 내규 용역 업무는 수당을 추가로 받고 싶은 사람만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했다”며 “용역 업무가 법을 위반하고 있는 것이 우려돼 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건데, 해당 업무의 불법성도 제대로 판단하지 않은 채 인사상 불이익을 준 것”이라고 토로했다. 

최근 부당 해고 구제 신청 과정 중에 있다는 그는 “해당 기관 내 피해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국가(법제처) 예산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더욱 투명해야 하는 법령정보원이 수익 때문에 법망을 피해 이 같은 비위 행위를 지속하는 행태를 근절하고자 한다”며 “지난해 둘째 아이가 태어나 두 아이의 아빠, 가장이 됐지만 힘든 싸움은 계속 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법령정보원 측은 내규정비사업은 법제처의 승인을 받은 ‘법제 및 법무연구조사서비스’에 해당하는 연구 용역이고 변호사가 아닌 자가 ‘일반 추상적인 규정’을 연구하는 것은 변호사법 위반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법령정보원 관계자는 해당 사업에 대해 “공공기관의 자율적인 내규 정비 방안 마련을 위해 일반적·추상적 개선 방안을 연구하고 그 결과물을 제출하는 것이다. 구체적 사건성이 없어 변호사법 제109조 ‘그 밖에 일반 법률 사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정관 등 공공기관 내부 규정의 정비 방안 지원을 위한 연구는 개별적·구체적인 법률상의 효과를 발생·변경·소멸시키는 사항의 처리인 법률 사무에도 해당하지 않으므로 변호사법 위반이라고 볼 수 없다. 현재 관련해서 세부적인 내부 검토 과정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규 용역 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직원의 무기 계약직 전환이 안 된 것은 서로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건지 모르겠다”며 “해당 직원의 계약 기간 만료로 이미 끝난 사건이다”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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