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작용 속출에 “안 맞고 기다리겠다” 호소… 정부 “접종 속도내야 해 선택은 불가능”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진행 중이다 [사진=뉴시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진행 중이다 [사진=뉴시스]

[일요서울ㅣ김혜진 기자] 현재까지 확보된 국내 코로나19 백신은 총 9900만 명분(1억9200만 회분)이다. 백신 접종이 시작된 이후 63일 만에 전 국민의 6% 가까이 1차 접종을 마쳤다. 이처럼 정부가 백신 수급과 접종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접종자 중 일부에게서 희귀혈전증이나 사지 마비 등의 부작용 의심 증상 등이 빈번하게 나타나면서 백신 안전성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은 여전한 상황이다. 정부는 이 같은 우려에도 “백신 선택권 부여는 검토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제 학술지 “인간 단백질과 백신 포함 첨가제 서로 반응하면 혈전증 유발”

지난 2월26일 국내 첫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 63일 만에 1차 접종 완료 누적 인원은 300만 명을 넘어섰다. 요양 병원·시설의 만 65세 미만 입원·입소자 및 종사자의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을 시작으로 코로나19 1차 대응 요원, 병원급 이상 의료 기관 종사자 등으로 대상이 확대되면서다. 지난달 26일부터는 만 65세 이상 일반인, 의료 기관과 약국 등 종사자, 만성 신장질환자, 사회필수인력(경찰·소방·군인 등), 초등학교·유치원 교사, 보건·특수교사, 승무원 등을 대상으로 2분기 접종이 시작됐다. 다만 ‘희귀 혈전증’ 발생 가능성 우려로 30세 미만은 접종 대상에서 제외됐다. 

- 국민들 “백신 맞기 두렵다”

백신 접종 뒤 숨지거나 혈전(피가 응고된 덩어리) 등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사례가 나오면서 일부 접종 대상자들은 백신을 맞지 않고 기다리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2분기 백신 접종 대상에 포함된 경기도의 한 유치원 교사 강모(20대)씨는 일요서울에 “나이가 있는 보조교사 선생님들이 단체로 AZ 백신을 맞기 싫어 그만둔다고 들었다”며 “맞고 난 후에 부작용 때문에 걱정된다고 이야기를 많이 한다. 백신의 안전성이 검증되면 접종하겠지만 누구는 AZ 맞고 누구는 화이자 백신을 맞는 상황에서 부작용이 덜 나오는 백신을 맞고 싶어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교사 차모(30대)씨도 “젊은 사람에게도 백신 부작용이 나타난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 맞고 싶은 생각이 사라졌다”며 “만약 백신을 맞지 않아 코로나에 걸리면 학교에선 교사 탓을 할까 봐 걱정돼 아직은 좀 더 지켜보려 한다. 대부분의 교사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요양 병원에서 어머니를 모시고 있는 50대 남성 김모씨는 최근 병원 측에 어머니의 2분기 AZ 백신 접종 거부 의사를 밝혔다. 그는 “기저질환을 앓고 있는 어머니가 백신 접종 후 이상 반응을 호소할까 봐 걱정”이라며 “최근 AZ 백신에 혈전 논란까지 생겨 고민 끝에 백신을 맞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어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접종하기보다는 상황을 더 지켜보려 한다”고 말했다. 

백신 접종을 독려하는 경찰 지휘부와 접종을 기피하는 경찰관들 사이에서도 갈등 기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6일 기저질환이 없던 50세 경찰 공무직이 접종 후 15분 만에 병원 응급실에 실려 가는 일이 벌어지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국가공무직지부 경찰청공무직지회는 “경찰의 강압적 백신 접종에 문제가 있다”며 “생명과 직결된 백신 접종이 희망과 관계없이 강제되고 있으며 접종 여부가 인사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일선 서 직원들은 접종 시기 명단 제출 강요로 심리적 압박을 받아 접종하는 상황”이라며 “경찰청에 공문을 통해 부작용에 대한 배상 책임과 더불어 희망자에 한해 백신을 맞을 수 있도록 시정할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 백신 부작용 왜 발생하나

최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는 독일과 캐나다 연구진이 영국 옥스퍼드대와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코로나19 AZ와 얀센 백신에서 희귀혈전증이 생기는 메커니즘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밝혔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는 제조 과정에서 바이러스를 배양하는 데 활용되는 인간 세포주에서 얻은 단백질이 상당량 포함돼 있다. 이 단백질이 백신을 제조할 때 쓰이는 첨가물인 EDTA와 함께 일부 백신 접종자에게 위험한 면역 반응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즉 인간 단백질과 백신에 포함된 첨가제가 서로 반응해 혈전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의미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의 백신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투할 때 사용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의 항원 유전자를 변형된 아데노 바이러스에 넣어 인체에 투여해 체내에서 항체 생성을 유도하는 바이러스 벡터 방식의 백신이다. 유럽연합(EU)과 미국 등은 백신 혈전증 부작용과 관련 ‘백신 유발 면역 혈전성 혈소판 감소증(VITT)’보다 백신 접종을 통한 이득이 더 크다는 점에서 백신 접종 재개를 권고했다. 이에 따라 일부 유럽 국가와 미국에서 혈전증 경고 라벨을 붙이는 조건으로 백신 접종이 재개된 바 있다. 

또 다른 국제 학술지 네이처는 백신 접종 후 이상 반응을 조사하기 어려운 이유로 접종 후 일정 기간이 지나 부작용이 나타나는 경우 해당 기간 동안 다른 요인이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어 백신과의 인과 관계를 직접 입증하기 어려운 점을 꼽기도 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30일 오후 충북 청주시 흥덕구 보건소 코로나19 예방접종실을 찾아 의료진을 격려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4.30.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30일 오후 충북 청주시 흥덕구 보건소 코로나19 예방접종실을 찾아 의료진을 격려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4.30. [뉴시스]

- 정부 “백신 선택권 없어”

백신 부작용 등을 이유로 국민에게 ‘백신 선택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방역 당국은 접종에 속도를 내야 해서 올 3분기(7~9월)에도 백신 선택권을 국민에게 부여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단 접종 대상자가 가장 적절한 백신을 맞을 수 있도록 매칭해서 접종을 안내할 예정이라고 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달 27일 “3분기에도 본인이 희망하는 백신을 맞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정 청장은 “3분기가 되면 화이자, 모더나, 노바백스 등 굉장히 다양한 백신이 더 공급될 계획”이라며 “거기에 맞춰 3분기 예방 접종 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양한 백신이 공급되면) 백신 특성에 따라 백신을 맞을 수 있는 접종 기관이 달라질 것 같다”며 “백신 종류와 접종 기관, 그 특성에 맞는 가장 적절한 접종 대상자를 연결해 접종을 안내하도록 진행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3분기에는) 백신이 좀 더 다양해진다는 얘기지만 선택권을 드릴 수 있다는 얘기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