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등급 D등급의 오봉저수지(2015년) [뉴시스]
안전등급 D등급의 오봉저수지(2015년) [뉴시스]

- 국내 저수지 중 C등급 81%…유지 보수 시급, 육안 안전 진단 사례도 
- 홍수 피해에도 저수지가 멀쩡? 저수지 정밀 안전진단 신뢰성 떨어져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지난해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선 김승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농어촌공사(사장 김인식)의 부실한 저수지 안전진단 체계와 저수지 방류 시 통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부분에 대해 강하게 일갈했다. 대규모 수(水)저장‧방류 시설인 저수지는 ‘저수지·댐의 안전관리 및 재해예방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전문성 있는 장비와 인력이 투입돼 정기적으로 안전관리가 이뤄져야 하지만, 사각지대가 엄존한다. 안전 등급에 따라 연간 최대 3회 이상 안전관리를 실시하도록 규정돼 있음에도 점검 횟수가 미달되거나 전문 진단장비 없이 육안으로만 확인한 사례도 지난 국감에서 공론화됐다. 해마다 국정감사에서 농어촌공사의 저수지 안전진단 체계에 대한 문제점이 고질적으로 드러나는 가운데, 국내 저수지 관리 실태와 담당 기관인 농어촌공사의 후속 대응 등을 짚어 봤다.

지난해 10월12일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2020 국정감사’에서 김승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농어촌공사의 부실한 저수지 진단‧관리 체계를 짚으며, “공사 측이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공사 관리 저수지 3400개소 중 81%인 1940개소의 안전 문제를 확인하고 2000여 개의 저수지는 육안 검사만으로 안전진단이 실시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보수 필요한 C등급 이하 저수지 81%…‘육안 검사’ 58% 

이에 본지가 김 의원 측으로부터 제공 받은 자료를 살펴본 바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저수량이 30만 톤(t) 이상인 약 1400개소의 1종 저수지만 안전관리 규정에 따라 정밀안전진단을 정기적으로 시행하고 있으며, 이 밖에 2000여 개(58%) 저수지는 담당 직원들의 육안 검사만으로 대체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국내 총 3400여개 저수지 가운데 내구연한(70년)을 초과한 저수지가 전체의 45%에 해당하는 1528개소가량으로, 안전진단 결과 안전사고 위험으로 보수 또는 보강 작업이 요구되는 ‘C등급’이하 저수지가 무려 81%(1940개소)의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농어촌공사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8월 홍수 재해가 발생한 저수지 총 8개소 중 7개소는 상태가 비교적 양호한 B등급 시설로 분류됐으며, 1개소는 보강공사가 완료된 것으로 기록됐다. 이는 자연재해로 피해를 입은 저수지 시설에 대한 농어촌공사의 안전진단 신뢰성에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일요서울과 통화에서 농어촌공사 시설안전관리 담당자는 “통상적으로 홍수 피해가 발생한 저수지는 시설 등급이 강등되거나 유지보수 지점이 확인될 가능성이 높긴 하다”며 “그렇다 해도 홍수가 발생한 저수지의 등급이 유지되는 경우도 적지 않아 이 부분은 추가적인 확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수지 상태 불량 및 안전진단 미비로 인해 저수지 하류 거주민들이 겪을 잠재적 위험성을 묻는 본지 기자의 질문에 이 관계자는 “장마철 등으로 홍수가 났을 경우에는 긴급 안전진단 매뉴얼에 따라 면밀한 현장 검수 작업을 거치도록 조치하고 있다”면서도 “홍수피해 시설에 대한 안전진단 미비 부분은 공사 차원에서 세밀하게 살펴보도록 하겠다”고 부연했다.

한편, ‘저수지·댐의 안전관리 및 재해예방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C등급 이하 시설은 연 3회 이상, B등급 이상 시설은 연간 1~3회 이상 정밀안전진단을 하도록 돼 있다.

이에 대해 김승남 의원실 측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안전진단 미비 지적에 대해 농어촌공사 측 피드백이 지난해 11월경 있었고, 공사 측에서 내부적으로 진단 사각지대에 대한 징계 및 시정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고 서면으로 연락 받았다”며 “안전진단과 관리를 병행하는 담당 부서 인력을 확충하고 전문 장비도 기존 대비 추가로 도입한 것으로 전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국정감사 당시 김 의원은 김인식 농어촌공사 사장에게 저수지 시설 전반이 상태가 좋지 못해 하류 지역 주민들의 안전을 우려하면서 “저수량이 적은 저수지라 할지라도 제방이 붕괴되면 인명‧재산 피해는 불가피하므로 정밀안전진단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인식 사장은 이에 “저수지 저장용량에 관계없이 전방위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응답했다. 

저수지 물넘이 콘크리트 품질 및 강도조사를 하고 있는 모습 [한국농어촌공사]
저수지 물넘이 콘크리트 품질 및 강도조사를 하고 있는 모습 [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공사, 저수지 안전전담 조직‧인력 확충 나서

공사는 지난해 국감에서 지적된 저수지 안전진단 사항들을 검토, 적극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지난달 28일 공사 측은 일요서울과 취재에서 안전전담 조직을 확대 개편하는 한편, 안전진단 담당 인력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 2월 대구를 시작으로 ▲저수지 479개 ▲양배수장 189개 ▲방조제 37개 ▲수문 59개 등 전국의 농업기반시설 총 764개소에 대한 정밀안전점검 및 진단에 착수해 오는 11월까지 약 10개월에 걸쳐 진행한다고 밝혔다.

특별 진단 업무에는 법정 의무 대상이 아닌 소규모 저수지 2종 시설(저수용량 30만㎥ 미만) 45개소도 포함된다. 공사는 최근 대형화되는 자연재해에 철저한 대비를 위해, 기존 안전진단사업단을 안전진단본부로 격상해 시설물 안전진단, 긴급점검, 재해 상황 시 비상대처계획 수립 등 재해에 대응하는 안전관리전담 조직을 확대 구성했다.

공사에 따르면 농업기반시설물 점검은 시설물안전법과 농어촌정비법에 따라 시설물의 크기별로 반기별 정기점검과 수시점검, 외관조사와 재료시험 조사를 하는 정밀점검, 구조적 안전성 등을 점검하는 정밀안전진단으로 나눠진다. 농어촌정비법에 따라 저수용량 30만㎥ 이상인 경우 5년 주기로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하고, 추가적으로 시설물안전법에 따라 100만㎥ 이상인 경우 1~3년 주기로 정밀점검이 이뤄진다.

다만 소규모 시설의 경우 일반점검에 따른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에만 정밀점검과 진단을 하도록 돼 있다.

공사 한 관계자는 “최근 최장 기간 장마와 집중호우 등 자연재해의 규모가 대형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재해에 취약한 소규모 시설의 안전관리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공사는 소규모 저수지에 대한 정기적 정밀안전진단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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