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철 편집국장
홍준철 편집국장

4.7 재보선으로 정치권 화두가 된 게 ‘이남자’(이십대 남자)와 ‘이여자’(이십대 여자)였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구조사에서 20대 남성의 72.5%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를 지지했다. 하지만 이여자는 달랐다. 44%가 민주당 박영선 후보, 40.9%가 오 시장으로 팽팽했다. 같은 세대인데도 표심은 갈라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여야가 이남자 잡기에 혈안이 되면서 자의적 해석이 난무하고 있다. 

이남자.이여자를 두고 여야가 대선을 앞두고 표계산에 들어가는 것도 문제지만 젠더 전문가들역시 공론화를 명분으로 편가르기하는 것에 씁쓸함을 넘어 한탄마저 나온다. 결국은 이 나라를 짊어질 20대 청년까지 분열시켜 ‘표’와 ‘빠’로 삼으려는 얄팍한 술수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한번 돌이켜보자. 우리나라는 정치인과 야망가들의 입신양명을 위해 국민들의 삶이 피곤해지든 말든 사분오열되든 말든 제 잇속만 챙기기에 급급했다. 대한민국이 남북으로 나뉘면서 선거때마다 보수진영은 ‘북풍’을 진보진영은 ‘신북풍’을 일으키는 신공을 발휘해 국민들을 불안에 떨거나 희망고문을 통해 표몰이를 했다. 

또 지역주의는 어떤가. 호남을 대표하는 DJ, 영남을 대표하는 YS, 충청을 대표하는 JP 등 3김정치로 인해 지역 갈등은 심화됐다. ‘우리가 남인가’, ‘핫바지’, ‘호남 홀대론’으로 지역민심을 자극해 정치적 이득을 취했다. 3김 정치의 청산의 핵심은 지역주의 청산이었다. 지역주의는 현재 진행형이다. 대표적인 게 집권여당내 깔려있는 ‘호남 불가론’이다. 이낙연.정세균 호남출신은 안된다는 기류는 영남패권주의 때문이다. 

이뿐인가.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오판으로 집값이 폭등하면서 가진자와 못 가진자가 격차가 더 벌어졌다. 1년 넘게 유행하고 있는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부자들은 돈 쓸데가 없어서 주식과 부동산으로 돈 잔치를 벌이는데 직장과 사업을 잃은 서민들은 정부지원과 공공근로에 기대 근근히 연명하고 있다. 예전에는 격차가 있어도 짐작만 했지 알 수가 없었지만 지금은 확연히 드러나면서 계급, 계층간의 갈등과 반목도 심화되고 있다. 

고질적인 세대간의 갈등이나 젠더갈등은 언급하지 않겠다. 나이와 성의 다름으로 인한 차이는 남자가 여자가 되어보지 않거나 타임머신이 존재하지 않는 한 해법 찾기가 난망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대한민국은 문재인 정부 들어서 분열과 갈등의 골만 커졌고 ‘힐링’이나 ‘통합’, ‘화해’, ‘소통’과는 멀어졌다. 반대로 ‘스트레스’, ‘분열’, ‘반목’, ‘불통’의 시대가 계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창 꿈을 꾸고 자신들의 젊음을 노래할 20대 청년에게 까지 이남자, 이여자로 나뉘어서 분열시켜야만 하겠는가.여야가 피곤한 청년들까지 자극해 정치적 이득을 취하는 게 분열의 시대를 살고 있는 정치인과 전문가들이 할 일인 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말은 확실하게 옛말이 됐다. 10년차로 집권세력이 바뀌면서 진보도 보수도 부패로 망한다는 말도 틀렸다. 이제는 보수도 진보도 분열로 망하는 시대가 됐다. 내년 대선이 중요한 이유다. 분열의 리더십이 아닌 통합의 리더십을 갖춘 인물이 당선돼 대한민국 국민들의 마음을 치유해주길 간절히 바래본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