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 여의도 정치권에 여야 초선 의원들의 돌풍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4.7 재보궐선거 이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초선 의원들의 정치적 목소리가 분출하면서 그야말로 초선의원 전성시대. 민주당은 재보선 참패 이후 당 쇄신 흐름을 초선 의원들이 주도하고 있는 형국이다. 국민의힘 역시 재보선 승리에 취해서는 안된다며 중단없는 쇄신을 초선 의원들이 앞장서서 외치고 있다. 이는 지난해 421대 총선 직후 당 지도부와 유력 중진 의원들의 기세에 눌려서 숨죽이고 있던 것과는 전혀 다른 현상이다. 5.2 전당대회를 마치고 재보선 참패 이후 반등을 다짐하고 있는 민주당은 지도부에 김용민 수석최고위원을 비롯한 초선 의원들이 속속 입성했다. 전당대회를 앞둔 국민의힘 역시 김웅 의원이 출사표를 던지면서 초선 대표론이 흘러나올 정도다.

더불어 민주당 초선의원들이 국회 소통관에서 보궐선거 패배에 대한 입장문 발표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2021.04.09. 뉴시스
더불어 민주당 초선의원들이 국회 소통관에서 보궐선거 패배에 대한 입장문 발표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2021.04.09. 뉴시스

여야 초선, 재보선 이후 존재감 과시하며 전성시대
- 민주당 더민초, 문자폭탄에 맞서며 선상반란 주도
- 국힘 초선, 중진들과 힘겨루기김종인 체제 우군

초선 의원들의 돌풍은 21대 국회만이 아니다. 역대 국회에서도 초선 의원들의 튀는 행동이 언론이나 여론의 주목을 받은 적이 여러 번 있었다. 흔히 소장파로 불리는 초재선 그룹은 때로는 당 지도부의 운영 방침에 반기를 들면서 정풍운동이나 선상반란을 주도한 적이 있다. 과거 천신정(천정배신기남정동영) 그룹이 국민의정부 시절 권노갑 고문 등 동교동계 실세의 2선 퇴진을 촉구한 게 대표적이다. 국민의힘 역시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으로 불리는 소장파 그룹이 당의 지나친 보수화 움직임에 제동을 걸면서 개혁보수의 입장을 대변한 바 있다. 이후 이들은 차세대 리더로 주목을 받았고 실제 대선에도 출마했다. 21대 국회 역시 초선 의원들의 활약상은 일시적인 이벤트로 마무리되지 않을 전망이다. 차기 대선 국면이 본격화되면 세력화를 통해 정가를 뒤흔드는 태풍의 눈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여야 막강 초선부상2의 천신정과 남원정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최근 원내대표 경선을 마무리지었다. 민주당은 강성 친문으로 4선 중진인 윤호중 의원이, 국민의힘은 울산시장을 지낸 4선 중진인 김기현 의원이 각각 선출됐다. 여야 원내사령탑의 역할은 막중하다. 차기 대선에서 정책경쟁을 주도할 핵심적인 자리다. 치열했던 원내대표 경선의 표심을 가른 것은 여야 초선 의원들이었다. 전통적인 정치적 계파에서 자유로운 만큼 소신투표를 통해 원내대표 경선을 좌우했다. 이에 따라 여야 원내대표 후보들의 초선 공략에 공을 들였다. 경선 과정에서도 초선 그룹을 대상으로 별도 간담회나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초선 파워는 숫자로도 막강하다. 여야 300명 의원 중 초선은 151명으로 과반이다. 민주당은 전체 174명 가운데 81명이 초선이고, 국민의힘 역시 102명 중 56명이 초선이다. 수적으로는 여야 모두 막강 파워다. 원내대표 경선에서 위력을 발휘한 여야 초선들은 제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1년간 지도부 눈치를 보면서 소신없이 끌려다녔지만 차기대선 승리를 주도하겠다며 세력화에 나섰다.

여야의 이러한 움직임이 2000년대 초반 여의도에 불었던 '정풍운동'을 방불케 한다는 시선도 나온다. 민주당의 움직임은 지난 2000년 새천년민주당에서는 나타난 정풍운동과 닮아있다. 이른바 천신정(천정배 신기남 정동영)을 중심으로 초재선 그룹이 주류 동교동계의 2선 퇴진을 요구한 것이다. 국민의힘 역시 전신인 한나라당 시절 소장파 그룹인 남원정(남경필 원희룡 정병국) 그룹이 당 개혁의 전면에 나선 것과 유사한 모양새다.

이 때문에 여야 지도부도 초선 의원들의 목소리를 중시하고 있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초선 의원들과 접점을 늘리면서 자유로운 토론을 통한 소통강화을 강조했다. 특히 불공정과 내로남불 등 초선 의원들이 적극 제기한 현안에도 귀를 기울이겠다는 입장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초선들을 중심으로 한 젊은 인재들을 당의 전면에 내세워서 역할도 주고 고난도 줘야 한다고 중용 의사를 밝혔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주1회 초선의원 대화를 정례화했다. 이는 초선 의원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정책을 당 운영에 적극 반영하고 보다 소통하겠다는 의지다.

초선 김용민, 수석최고더민초, 겨누며 선상반란

더불어민주당 신임 송영길 대표가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임시전국대의원대회에서 김영배, 김용민 최고위원과 대화하고 있다. 2021.05.02.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신임 송영길 대표가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임시전국대의원대회에서 김영배, 김용민 최고위원과 대화하고 있다. 2021.05.02. 뉴시스

5.2 민주당 전대에서 가장 상징적인 대목은 초선 의원들의 반란이다. 김용민 의원과 김영배 의원은 초선 의원의 한계를 극복하고 나란히 지도부에 입성했다. 특히 강성 친문성향인 김용민 의원은 최고위원 선거에서 1위를 차지하며 수석최고위원의 타이틀을 차지했다. 과거 초선 의원들의 경우 당 지도부의 방침에 순응하면서 거수기 역할에 만족해야 했지만 이제는 지도부의 일원으로서 보다 적극적인 정치활동에 나설 수 있게 된 것이다. 당 지도부가 유력 중진 의원들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점을 증명한 셈이다.

실제 재보선 참패 이후 민주당 초선 의원들의 최근 행보는 매우 분주하다. 재보선 참패 수습은 물론 당 쇄신 방향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강성 친문성향 당원들로부터 초선 5으로 불렸던 오영환, 이소영, 장경태, 장철민, 전용기 의원은 재보선 참패 이후 지난 1년간 우리 청년의원들은 지도부 판단에 의존하며 국민의 대표로서 치열하고 엄밀하지 못했다당내에서 할 말을 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주체세력으로 나서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후 민주당 홈페이지 권리당원 게시판에서는 “180석 만들어줬더니 내부총질이냐. 탈당하겠다는 융단폭격이 쏟아졌다. 이른바 조국반성문을 썼다가 강성 친문당원들의 문자폭탄 공세에 시달렸지만 민주당의 내로남불과 불공정에 대한 비판여론을 수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검찰개혁이라는 블랙홀에 빠져 민생을 등한시했다는 반성 속에서 단체행동에도 나섰다. 민주당 초선 의원들의 모임인 더민초가 대표적이다. 더민초는 송영길 대표 체제 출범 이후 당 운영에 적극 개입하는 것은 물론 때로는 청와대와의 정면충돌도 불사하는 선상반란까지 주도하고 있다. 지난 4일 송영일 대표를 포함한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도 재보선 이후 민심과 당의 위기의식을 가감없이 전달했다. 더민초 운영위원장인 고영인 의원은 당심과 민심의 간극이 있다. 간극을 줄여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고 실제로 노력해야 한다아무 일도 없었던 채로 진행되는 게 아니라 진짜 180명이 비상조치를 취하는 형태로 당을 당분간 운영했으면 좋겠다고 촉구했다.

지난달말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을 만난 것도 의미심장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초선 의원간 만남을 요청한 것은 물론 당청간 소통강화를 주문한 것이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수직적 당청관계가 지속되면서 당이 제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는 자성에 따른 것이다. 더민초 운영위원장인 고영인 의원은 당정청 관계에서 당이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고 강조했다.

초선 김웅, 국힘 전대 출사표당내 중진 전면전

'초선 당대표'로 부상한 국민의힘 김웅(왼쪽) 의원이 태영호 의원에게 의원총회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2021.05.04. 뉴시스
'초선 당대표'로 부상한 국민의힘 김웅(왼쪽) 의원이 태영호 의원에게 의원총회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2021.05.04. 뉴시스

국민의힘 초선 의원 활약상도 민주당 못지않다. 과거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체제 시절 핵심 우군이었던 초선 그룹은 당의 퇴행을 방지하기 위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20대 국회 막바지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주도했던 장외투쟁에도 거부감을 나타내면서 보수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이른바 도로 영남당또는 도로 한국당논란 차단에 공을 들이고 있다. 국민의힘 상당수 초선 의원들은 보수혁신의 기치 아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을 응원해왔다. 홍준표 전 대표의 복당을 사실상 막은 것도 초선 그룹이다. 아울러 유력 중진 의원들과 김종인 전 위원장 사이에서 거친 전투가 벌어질 때마다 김 전 위원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중진들의 반격을 막아내기도 했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은 재보선 이후 포스트 김종인 체제를 주도할 차기 전대를 앞두고 목소리를 집단화하고 있다. 영남당 극복과 꼰대당 극복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것이다. 이들은 초선 의원 대다수가 참여한 집단성명에서 우리 당이 잘해서 거둔 승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우리의 승리가 아닌 문재인 정권의 패배라면서 청년에게 인기 없는 정당, 특정 지역 정당이라는 지적과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인 전 위원장이 물러난 이후에도 독자적 목소리를 내면서 외연확대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일부 초선 의원은 10일 광주 5·18 민주묘지와 옛 전남도청 등을 방문한다. 이는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했던 김종인 전 위원장의 무릎사과를 계승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호남과의 동행을 강조하면서 보수의 외연확대를 노리는 서진정책의 일환인 셈이다. 조수진 의원은 7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보여줬던 감동적인 무릎사과, 당헌당규 개정, 호남동행 등을 저희들은 반드시 실천으로써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 의원은 김 전 위원장이 숲을 헤치고 호남으로 다녀온 이후에 초선들은 끊임없이 호남으로 향해서 길을 내야 한다고 거들었다.

최근에는 전당대회 출마를 통해 지도부 입성도 노리고 있다. 베스트셀러 검사외전의 저자로 유명한 김웅 의원이 대표적이다. 김웅 의원은 대선에서 이길 가장 좋은 방법은 당이 바뀌는 것이다. 당이 바뀐 것을 가장 쉽게 보여줄 방법은 당의 얼굴이 바뀌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기존의 영남권 중진 중심 지도부로는 국민의 쇄신 요구에 부응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김종인 전 위원장 역시 국민의힘 상황을 아사리판에 비유하며 공개 응원에 나선 바 있다. 김 전 위원장은 아주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면 초선 의원을 내세우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며 토니 블레어나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같은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대선경선 과정서 세력화시 막강파워 전망

더불어 민주당 초선의원들이 국회 소통관에서 보궐선거 패배에 대한 입장문 발표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2021.04.09. 뉴시스
더불어 민주당 초선의원들이 국회 소통관에서 보궐선거 패배에 대한 입장문 발표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2021.04.09. 뉴시스

4.7 재보선 이후 당 쇄신 주도에 이어 원내대표 경선과 전당대회에서 막강 화력을 과시한 여야 초선 의원들은 당내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도 뒷심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초선 의원들의 정치적 위상 확대는 미디어 정치 분야에서도 잘 드러난다. 주요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은 물론 TV방송 프로그램에 전국적 지명도를 갖춘 여야 초선 의원들이 출연해 여야간 정치적 쟁점은 물론 차기 대선지형, 시사 현안 등에 대한 입장을 설명하면서 대국민 여론전에도 나서고 있다.

여야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린 정치권에서 주기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 바로 세대교체라면서 이른바 그 나물에 그 밥으로 불리며 시대변화의 트렌드를 읽지 못하는 올드보이들의 퇴장 흐름이 가속화되면서 여야 초선 의원들의 세력화 양상은 보다 명확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내년 3월 차기 대선지형을 둘러싼 정치적 유동성이 커지면 커질수록 여야 초선 의원들을 향한 유력 주자들의 러브콜도 보다 강화될 것이라면서도 여야 초선 의원들이 쇄신의 목소리를 내면서 정치적 성과를 주도할 경우 차세대 리더로 성장할 수 있다. 다만 용두사미식으로 대권주자에게 포섭될 경우에는 계파 정치인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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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신정 정풍운동과 정두언선상반란...

천정배.신기남.정동영 3인의 정풍운동은 국민의 정부 시절 벌어졌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04·13 총선에서 새천년민주당이 참패했다. 공천을 받기 위해 ‘386 정치신인조차 실세 권노갑 최고위원의 평창동 집을 찾아가 머리를 조아렸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민심은 무섭게 변했다.

막 재선이 된 천정배·신기남·정동영 의원이 정풍운동의 깃발을 들었다. 정동영 의원은 122일 청와대 만찬에서 당이 대통령 특정 측근 중심의 비선으로 움직인다며 김대중 대통령 면전에서 권노갑 2선 후퇴를 요구했다. 송영길·이재정·정범구 의원 등 초선들도 청와대에 당정쇄신 건의서를 내며 힘을 보탰다. 보름 만인 17일 권노갑 최고위원이 사퇴했다. 민주당은 상향식 대선후보 경선을 도입했고,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정권을 창출했다.

이명박 정부 임기 초 벌어진 선상반란은 총선 과정에서 벌어졌다. 고 정두언 전 의원이 주도한 선상반란은 이 대통령 친형 이상득 의원의 거취를 두고 벌어졌다. 총선 지역구 출마와 비례대표 출마, 불출마를 두고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정 전 의원은 당내 55인과 함께 이상득 2선 후퇴론을 주장하며 서명을 받아 ‘55인 선상반란을 일으켰으나 SD는 출마를 강행해 6선 고지에 올랐다.

이후 SD는 정권의 2인자로 통했다. 당시 야당과 언론은 그를 모든 일은 형님으로 통한다는 의미로 만사형통(萬事兄通)’, 고향 이름을 따서 영일대군(迎日大君)’ 등으로 불렀다.

결국 정두언 의원 등과의 권력투쟁 과정에서 20096정치 2선 후퇴를 선언하게 된다. 이후 남미와 아프리카를 오가는 자원외교, 한일의원연맹 회장으로서의 양국 의회교류, 지역구 활동에만 주력했다. 그러다 2011년 자신의 보좌관이 SLS그룹 구명로비 명목으로 수억원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면서 그에게도 본격적인 시련이 시작됐다. 19대 총선에는 나가지 못했고, 마침내 저축은행 로비사건에 연루돼 20127월 구속 수감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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