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이기우 언론인] 전쟁은 시작됐다. 치열한 수싸움의 방아쇠가 당겨진 것이다. 동시에 국민의힘에 특명이 내려졌다. ‘포스트 김종인찾기다.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 승리로 4연패의 악순환을 끊은 것에 대한 기쁨도 잠시, 물밑에선 당권 경쟁이 불붙고 있다. 일단 김종인 재추대등의 변수는 사라졌다. 대신 영남 대 비() 영남 논쟁이 부상했다. 대구에 지역구를 둔 주호영 전 원내대표는 출마를 사실상 확정지었다. 당권 도전을 고심했던 나경원 전 의원도 출마로 가닥을 잡았다. 이로 인해 국민의힘 내에서는 주호영 VS 나경원 간의 양강 구도로 좁혀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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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재추대론사라지면서 10명이 당권 도전 의사 밝혀
- 김기현 원내대표 선출 주호영 당선 영남당 한계 논란 커질 수도
- 강력한 대여 투쟁이끈 나경원출마 과거회귀 이미지 부상 단점
- 여론조사 비율 높이느냐 올리느냐 따라 주호영-나경원 희비 엇갈려

새 지도부를 선출할 전당대회를 맞아 국민의힘은 차기 대선에서 승리할지, 패할지를 정하는 새로운 운명 앞에 몸을 맡기게 됐다. 당권을 누가 잡느냐에 따라 당의 색깔이 바뀌고, 중량감이 달라진다. 당을 바라보는 국민의 눈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당 일부에서 나온 김종인 재추대는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 복귀 여부에 대해 국민의힘에 어떤 형태로든 다시 가는 것은 불가능하다정치판을 떠난다고 했으면 떠나는 거지 더 이상 정치에 미련 갖거나 그러진 않을 것이라고 잘라말했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은 포스트 김종인자리를 놓고 치열한 당권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영남 vs 비영남 논쟁, 수도권 후보 단일화 부상

국민의힘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힌 주자는 10명에 이른다. 홍문표, 조해진, 조경태, 권영세, 윤영석 등 중진 의원들은 이미 공식 출마 선언을 했거나 출마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초선 김웅 의원과 이준석 전 최고위원도 출마를 공식화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전 원내대표도 당권 도전을 위해 사무실을 구입한 데 이어 오는 10일 출마 선언을 할 예정이다. 출마를 고심했던 나경원 전 의원도 출마 뜻을 굳히고 선거운동에 돌입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당내에서는 원내대표를 지내며 당을 이끈 주 의원과 당원 지지세가 큰 나 전 의원의 양강 구도를 점치고 있다.

이번 전대의 관심사 중 하나는 수도권 단일화여부다. 일단 수도권 의원 출신 의원들이 출마를 선언하고 있는 가운데 수도권 의원들 간의 교통정리가 첫 번째 변곡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인지도가 높은 나 전 의원이 출마를 하면 수도권 출신 일부 의원들은 불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권영세 의원 등이 나 전 의원과 단일화를 추진할 수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 흘러나오는 것이 대표적이다. 또 초선의 김웅 의원과 이준석 전 최고위원 간 단일화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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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후보 간 단일화가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중요한 이유는 당의 향후 대선 전략과 맞물리기 때문이다. 이른바 영남권 논쟁이다. 당내에서는 전당대회를 영남 대 비영남주자 간 대결로 보고 있다. 영남주자는 주호영 의원, 비영남주자 나경원 전 의원의 대결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실제 영남 출신인 주 의원이 당대표가 되면 최근 원내대표로 선출된 김기현 의원과 함께 출신 지역이 겹쳐 영남당 한계 논란이 커질 수밖에 없다. 당의 투톱이 모두 영남권 출신이면 수도권과 호남으로서의 외연 확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당권도전에 나선 홍문표 의원은 정권을 잡으려면 오늘의 영남 정당으로는 어렵다는 게 대다수 국민의 생각이라고 밝혔고, 김웅 의원도 “‘초선 계파론이나 영남 홀대론이런 것들이 변화에 대한 저항성을 나타낸다지역주의로 회귀하면서 감정적인 데에 호소한다고 지적했다. ‘도로 영남당이라는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수도권 후보 간 단일화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당권 후보로 거론되는 수도권 인사를 만났는데, 나 전 의원이 출마를 한다면 단일화를 통해 불출마를 하겠다는 뉘앙스로 말을 했다고 전했다.

다만 나 전 의원은 원내대표 시절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강력한 대여 투쟁을 이끌었고, 최근 대권 행보를 시작한 황교안 전 대표와 함께 당을 이끌었기 때문에 과거 회귀 이미지가 짙다는 게 단점이다.

반면, 영남권에 기반을 둔 당권 주자들은 정당 지지기반을 버리라는 것이냐고 맞서고 있다. 영남권은 국민의힘 전체 당원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핵심 지지기반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주 의원은 영남권 배제론에 대해 정치적 프레임을 만들어 우리 당을 위축시키는 해당 행위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수도권 후보 간 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영남권 내에서도 후보 간 단일화가 성사될 가능성도 있다.

전당대회 룰에 따라, 후보간 희비 엇갈려

영남 대 비영남구도로 형성되는 가운데 민심도 팽팽하다. 여론조사기관 PNR이 머니투데이 더300과 미래한국연구소 의뢰로 지난 1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차기 당대표 적합도 여론조사(응답율은 3.1%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에 따르면 나 전 의원 18%, 주 의원 13.5%로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펼치고 있다. 이어 김웅 7.3%, 홍문표 의원 6.3%, 조경태 의원 4.9%, 권영세 의원 4.2%, 조해진 의원 3.2% 순이다.

다만 이밖에 없음’ 23.7%, ‘잘모름·무응답’ 8.6%, ‘그외 인물7.9%에 달해 변수는 남아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까닭에 후보 간 유불리를 좌우할 수 있는 경선 방식을 놓고 후보 간 수싸움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행 당헌당규는 전당대회 선거 비율 당원 70%, 일반여론조사 30%로 정하고 있다. 70% 정도의 당원을 확보하고 있는 주 의원 등 영남권 후보들은 현행을 유지하려 할 것이고, 수도권 후보들은 일반 여론조사 비율을 높이자는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일반 여론조사 비율을 높이면 인지도가 높고, 비영남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실제 나 전 의원 주변에서는 여론조사 비율을 50%로 늘리면 유리하지 않겠느냐는 분석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경원 전 의원 출마시 단일화 대상으로 거론되는 권영세 의원, 뉴시스
나경원 전 의원 출마시 단일화 대상으로 거론되는 권영세 의원, 뉴시스

이런 가운데 누가 당권을 잡느냐에 따라 차기 대선 구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영남 배제론은 충청대망론의 중심에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움직임과 영남 출신의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 등 야권 대선 후보의 향후 행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영남권 인사가 당권을 거머쥘 경우 대구경북(TK)에 기반을 둔 대선주자들에게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도로 영남당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면, 수도권 출신의 오세훈 서울시장 등에게는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대선 주자들도 차기 당권 경쟁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밖에도 윤석열 전 검찰총장 관계 설정도 관심사다. 당권 주자들마다 시기와 방법에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차기 대선 승리를 위해 대권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윤 전 총장을 영입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다만 윤 전 총장이 자발적으로 입당하도록 유도하는 자강론과 윤 전 총장이 하루 빨리 국민의힘에 입당해야 한다는 급진론으로 나뉘는 상황이다.

한편, 국민의힘은 전당대회 준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전당대회 일정과 당대표 선출 방식을 확정할 계획이다. 전당대회는 다음달 둘째주쯤 치러질 전망이며 613일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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