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피니티컨소시엄-안진회계법인, 부적절한 공모 있었나...재판 결과 주목

교보생명 사옥 [뉴시스]
교보생명 사옥 [뉴시스]

[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풋옵션(주식매수 청구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교보생명과 재무적 투자자(FI)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이하 어피니티) 컨소시엄 간 법정공방이 지난달 29일 시작됐다. 어피니티컨소시엄과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의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이르면 오는 9월 나올 것으로 예상되면서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검찰 “어피니티컨소시엄에 유리하도록 허위 보고서 작성”
- 안진회계법인 “임직원과 법인, 관련 전문가적 기준 준수해”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재무적투자자(FI) 어피니티컨소시엄이 벌이고 있는 풋옵션(특정 가격에 팔 권리) 분쟁을 둘러싼 법정 공방이 본격화됐다. 지난달 29일 교보생명에 따르면 이날 서울중앙지법은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어피니티컨소시엄의 주요 임직원과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들의 첫 공판 준비기일을 열었다.

갈등 9년여째 지속
이견 좁히지 못해 ICC行


신창재 회장과 어피니티컨소시엄의 갈등이 시작된 것은 9년여 전부터다. 당시 어피니티컨소시엄은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했던 교보생명 지분 24%를 1조2054억 원에 인수했다. 그 후 어피니티컨소시엄은 2015년 9월까지 기업공개(IPO) 조건으로 신 회장에게 교보생명 지분을 되팔 수 있는 풋옵션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교보생명은 2015년 9월 말까지 IPO를 하지 못했고, 이에 어피니티컨소시엄은 신 회장을 상대로 2조122억 원(1주당 40만9000원) 규모의 풋옵션을 행사했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뉴시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뉴시스]

이 과정에서 풋옵션가격 평가기관은 안진회계법인이 진행했고, 이들은 교보생명 주식을 주당 40만9000원으로 평가했다. 이에 대해 신 회장 측은 장기불황과 저금리 기조 등이 이어지는 보험업계 환경을 고려할 때 교보생명 시장가치는 주당 20만원 중반에 불과하다고 반발에 나섰다. 이후 양측은 풋옵션 가격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결국 ICC(국제상업회의소) 중재에 까지 이르게 됐다.

신 회장 측의 검찰 고발
“전문가적 기준 준수해”

지난해 4월 신 회장 측은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회계사들이 풋옵션 공정시장가치(FMV)의 평가기준일을 고의로 어피니티에 유리하게 정해 적용했다며 이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에 지난 1월 검찰은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IMM PE·베어링 PE·싱가포르투자청 등 컨소시엄의 임직원과 안진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들이 교보생명의 가치평가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허위보고와 부정청탁 관련 공인회계사법을 위반한 혐의로 이들을 기소한 바 있다.

검찰은 안진회계법인 회계사들이 어피니티컨소시엄에 유리하도록 허위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안진회계법인 회계사들이 부정한 청탁을 받고 금품을 수수하고 법률비용에 해당하는 이익을 약속하는 등 어피니티컨소시엄이 부정한 방법으로 부당한 금전상의 이득을 얻도록 가담했다고 봤다.

반면 어피니티컨소시엄과 안진회계법인은 검찰이 제기한 혐의를 부인하는 상황이다. 안진회계법인 측은 "안진회계법인은 임직원과 법인이 관련 전문가적 기준을 준수했다고 생각한다"며 "재판에서 혐의에 대해 적극적으로 방어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교보생명은 "어피니티와 안진회계법인은 검찰 수사로 드러난 공모 혐의가 통상적인 과정에 불과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독립성이 지켜져야 할 회계법인의 평가업무에 의뢰인이 직접 개입했다는 혐의를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라고 반박했다.

이를 두고 업계는 향후 재판 결과에 대해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재판 과정에서 어피니티컨소시엄과 안진회계법인 사이 부적절한 공모가 있었는지 여부, 어피니티컨소시엄의 부정한 청탁, 이에 응한 안진회계법인의 공정가치 허위 보고 여부 등이 주요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ICC 중재재판 결과는 대개 마지막 변론 이후 6개월 정도가 소요된다. 이에 업계에서는 오는 9월께 결과가 나올 것으로 관측하는 분위기다. 앞서 신 회장 등은 지난달 15~19일 ICC 산하 국제중재재판소가 주관하는 대면변론에 참여한 바 있다.

한편 어피니티컨소시엄은 어피니티(9.05%), IMM PE(5.23%), 베어링 PE(5.23%), 싱가포르투자청(4.5%) 등 4개 투자자로 구성돼 있다. 이들 투자자는 지난 2018년 10월 교보생명의 기업공개(IPO) 지연에 반발해 풋옵션을 행사했다. 어피니티컨소시엄은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24%를 1조2054억 원에 매입하면서 2015년 9월 말까지 IPO가 이뤄지지 않으면 최대주주인 신 회장 개인에게 지분을 되팔 수 있는 풋옵션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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