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예탁결제원 이명호 사장이 국정감사에서 답변 중 고민을 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예탁결제원 이명호 사장이 2020년 10월 국정감사에서 답변 중 고민을 하고 있다. [뉴시스]

“최소한의 검증도 없었나” 지적에 이명호 사장 “단순 사무대행만...”
금감원, “예탁원, 배상 책임 無”...NH투자증권 독박 배상에 논란 지속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지난해 5천억 원대 대규모 사모펀드 사기 사건으로 기록된 옵티머스 사태가 대한민국을 강타했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은 증권사 등의 펀드 가입권유를 통해 투자자 2900여 명으로부터 1조 2000억 원을 모은 뒤, 안정적인 정부채권에 투자한다고 투자자들을 속이고, 실제로는 조폭이 사장인 부실기업 채권에 투자했다가 5500억 원의 손실을 봤다. 막대한 원금 손실로 옵티머스자산운용은 결국 환매중단 사태로 이어졌다. 지난 2020 국정감사에서도 ‘옵티머스 사태’는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당시 사무관리사인 한국예탁결제원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질의와 질타가 쏟아졌다. 이에 본지는 옵티머스 사태와 관련, 예탁원의 책임 회피성 운영 실태와 옵티머스 사태 이후 제재심사위원회 경과 등을 추적해 봤다.

지난해 10월20일 열린 한국예탁결제원(이하 예탁원) 국정감사에서는 ‘옵티머스 사태’가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정무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은 이날 증인으로 참석한 이명호 한국예탁결제원 사장에게 옵티머스 사태 대응에 대한 질책이 이어졌다.

희대의 금융사기 사태가 발생한 직접적 책임 소지가 예탁원에 있다고 보기 어렵지만, 금융기관으로서 거액의 금융거래를 중간 관리하는 입장에서 최소한의 검증 장치로서 역할조차 하지 못했다는 게 국정감사 정무위원들의 한 목소리다. 

금융사기에 ‘무책임 대응’ 일관한 예탁원에 의원 질타 한 목소리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옵티머스 사기펀드 사태에 대해 사무관리사인 예탁원의 잘못도 결코 적지 않다”면서 “지난 국민의힘 사모펀드 특위에서 이명호 사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예탁원의 역할은 단순 계산사무대행사이며, 옵티머스가 운용한 펀드 증권 보유내역의 이상 유무를 확인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고 책임 회피성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지적했다.

강 의원은 이어 펀드별 자산명세서를 자료로 제시하며 “실제로는 사모사채인데 공공기관 매출채권으로 보이는 자산이 편입돼 있다”고 의구심을 제기했다. 지난 2016년 4월 11일부터 2020년 5월 21일까지 비상장회사인 라피크, 씨피엔에스, 대부디케이에이엠씨 등 사모사채를 부산항만공사, 한국토지주택 매출채권 등으로 바꿔 자산명세서에 기재했다는 것이다.

강 의원은 이 과정에서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요청이 있었고, 예탁원에 보낸 이메일에 ‘사모사채인수계약서’가 첨부됐음에도, 예탁원은 최소한의 검증도 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이에 대해 이명호 사장은 “업계의 관행이 사무관리사의 경우에는 자산운용사가 보내는 정보를 바탕으로 자료를 작성하게 돼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강 의원은 “해당 사안에 대해 다른 사무관리사에 문의를 해본 결과, 사모사채인수계약서를 보내면서 공공기관 매출채권으로 바꿔달라는 요청은 전혀 일반적이지도 않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는 답변을 받았다”면서 “사기업에서도 이런 답변이 나오는데 공공기관이 의심하지 않았다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일갈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도 “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해 운용사가 사기일 경우, 판매사나 신탁회사, 일반사무관리사 등이 지금처럼 무책임한 행태를 보이면,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예탁결제원이 최소한의 검증도 하지 않았다는 앞선 지적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옵티머스펀드 수탁사인 하나은행을 예로 들며 “하나은행은 공모펀드의 수탁사에 대한 의무가 사모펀드에 대해서는 줄어들었다고 주장하는데, 따져보면 줄어든 의무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면서 “일반사무관리회사(예탁결제원)도 마찬가지”라고 짚었다.

여당 정무위 소속 의원도 금융 공공기관으로서 예탁원의 부실한 중간 검증 기능에 대해 질책을 쏟아 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번 사태에서 자산운용사와 사무관리사와 맺었던 계약과 제출받은 문건, 예탁결제원 정관 등을 살펴보면 예탁결제원은 일반사무관리사로 명시돼 있다”며 “하지만 법무법인 광장을 선임한 이후에는 ‘단순계산대행사’로 주장하고 있다”고 해당 사태에 대한 예탁결제원의 책임 회피성 운영과 태도를 지적했다.

이와 관련, 예탁원 한 관계자는 일요서울과 통화에서 지난 2004년 처음으로 개발된 펀드넷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었음에도 지난 사태를 막지 못한 이유에 대해 “당시 국정감사에서도 밝혔지만 그동안 펀드넷 자체가 작동하지 않은 것은 아니고, 관리하는 자산 자체가 거래가 빈번하게 이뤄지는 시장성 자산 중심이었기 때문에 필터링이 되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굳게 닫힌 옵티머스자산운용 사무실 [뉴시스]
굳게 닫힌 옵티머스자산운용 사무실 [뉴시스]

금감원, “예탁원, 원금배상 책임 無”...NH투자증권 독박 배상 

지난달 금융감독원이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를 열고 대규모 환매 연기 사태를 일으킨 옵티머스 사태에 대해 NH투자증권이 투자원금 전액을 반환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예탁원은 투자원금 배상 주체에서 제외됐다. ‘단순 계산사무대행사’로서 금융거래 과정에서 사기 여부를 검증하지 못한 도의적 책임이 있으나 이는 직접적인 배상 이유로 보기 힘들다는 게 금감원 측 판단이다.

또 금감원은 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해 옵티머스 판매사인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에게는 문책 경고를 결정했다. NH투자증권의 경우 하나은행과 예탁결제원이 함께 책임을 지는 다자배상안을 제시해 왔다.

그러나 분쟁위는 이를 기각하고, 결국 옵티머스 펀드 관련 전액 배상을 권고했다. 이에 판매사와 수탁사, 사무관리사 간 과실 책임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NH투자증권이 독박 배상을 떠안는 것은 과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증권사 한 관계자는 “이번 금감원 제재에서 은행과 증권사 간 형평성 문제가 드러나면서 증권업권의 차별의식을 부추겼다”며 “은행과 달리 증권업계 최종 징계 수위가 완화되지 않는다면 불만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엄연히 예탁원과 하나은행도 사무관리사, 수탁사로 옵티머스 금융거래의 핵심 주체인데 최종 거래사만 독박 배상을 해야 한다는 금감원의 판단은 이해할 수 없다”며 “엄연히 거래 주체로서 사전 검증 기능이 존재하고 그에 따른 도의적 책임도 명확한데, 증권가에선 옵티머스 사태 발발도 유감이지만 제재 당국의 결정에 공정성이 크게 결여됐다는 점에 더 큰 유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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