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윤석열에 ‘까칠’, 이재명은 ‘호평’

김종인 이재명 [뉴시스]
김종인 이재명 [뉴시스]

 

[일요서울ㅣ정재호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장고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이재명 경기도 지사와 윤 전 총장에 대한 엇갈린 평가가 주목을 받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 지사에 대해 “재주 많고 변신 능력이 탁원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김 전 위원장은 다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에 대해 “여론조사 앞서는 사람이 꼭 대통령 된다는 얘기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동안 김 전 위원장이 킹메이커를 자처하며 윤 전 총장과의 접전을 찾기 위해 노력한 행보를 비추어 봤을 때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는 모습이다. 김 전 위원장이 ‘플랜 B’로 이 전 지사를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일요서울이 그의 속내를 알아봤다. 

-김종인 “윤석열? 여론조사 앞선 사람 꼭 대통령 된다 할 수 없어”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일과 6일 방송에 출연해 대선 주자로 여론조사에서 1, 2위를 다투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 다소 까칠한 입장을 드러냈다. 반면 이재명 경기도 지사에 대해선 후한 평가를 내렸다.  

김 전 위원장은 한 방송에 출연해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례를 언급하며, 윤 전 총장을 겨냥해 현재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그는 다른 방송에 출연해서도 “내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은 표현들을 하는데, 나는 지금까지 누구를 기다려본 적이 없다”며 “여론조사에서 앞서가는 사람이 대통령이 꼭 된다는 얘기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다 가봤지만 그 당 사람들이 도움을 요청해서 갔지 내가 스스로 결정해 가지 않았다”며 “그 과정에서 인간적인 실망을 많이 했다. 다시는 인간으로 실망하지 않겠다는 게 생각이다. 함부로 정치에 다시 뛰어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서 한 방송에서 언급한 2002년 대선에서의 노 전 대통령의 사례를 재차 언급하며 “지금도 꿈틀거리고 있는 사람이 제대로 자기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정서가 거기 맞으면 그 사람이 될 수 있다. 초기 여론조사는 의미가 없다”고 평가했다.

윤 전 총장에 대권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볼 수는 없다”며 “코로나19로 인해 양극화가 심화됐다. 출산율도 떨어지고 있다. 이걸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비전을 제시해야 국민이 따라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대통령이 어느 특정 분야를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상식적 지식만 갖고 있고, 좋은 참모만 있으면 대통령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이 지사에 대해선 기본소득 등 이슈선점 능력 등을 근거로 “재주가 많은 사람”, “변신에 굉장히 능한 사람”, “시대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능력이 탁월한 사람” 등의 평가를 내렸다. 그러면서 그는 “간단하게 이재명을 생각하면 안 된다”고 언급했다. 

 

- 과거 김종인 “이재명, 리스크테이킹 잘 한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2017년 대선을 앞둔 2016년에 “내가 의외의 인물이 부상할 것이라고 말하지 않았느냐”는 식의 발언을 했던 적이 있다. 당시 김 위원장이 언급한 의외의 인물은 성남시장을 맡고 있던 이재명 지사였다. 김 의원장은 이 지사에 대해 당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재명 성남시장은 촛불집회에 매번 참여하면서 민심을 비교적 빨리 파악하고, 그것을 직설적으로 얘기한다”는 점에서 지지율 상승 이유를 설명하고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우리나라의 재벌, 뿌리를 근본적으로 뽑아내지 않고서는 안 된다는 얘기를 하더라. 이번 (최순실 게이트) 사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했다. 앞으로도 더 약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 전 위원장은 2016년 이 지사에게 영화를 보자고 제의했다. 당시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둔 8월15일 두 사람은 영화 ‘덕혜옹주’를 함께 관람하고 티타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김 전 위원장은 “지도자가 될 사람은 국가와 국민에 대한 무한 책임을 지고, 이에 자신을 갖지 않으면 감히 지도자로 등장을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며 이 지사에게 “시기적절하게 리스크테이킹(위험 관리)을 잘 한다”며 덕담을 건넸다. 

 

- 김종인, ‘기본소득’으로 이재명과 접점 찾나

김종인 전 위원장과 이재명 지사의 연결고리 중 하나로 언급되는 게 ‘기본소득’이다. 두 사람의 기본소득 주장은 여야를 막론해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비판 받아왔다. 이 지사는 2016년 성남시장 재직시절부터 ‘청년배당’을 도입하며 ‘기본소득’을 시작했다. 당시 이 시장은 3년 이상 거주한 만 24세 청년들에게 연 50만원을 분기별로 나눠 지역화폐 형태로 지급했다. 지난해 코로나19가 대유행하며 기본소득 논의는 한층 뜨거워졌다. 

김 전 위원장도 지난해 6월3일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초선 모임에 참석해 “말로만 하는 형식적인 자유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실질적인 자유가 무엇이냐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배고픈 사람이 빵집을 지나다 김이 나는 빵을 먹고 싶은데 돈이 없으면 먹을 수가 없다면 그 사람에게 무슨 자유가 있겠느냐”며 “그런 가능성을 높여줘야 물질적 자유라는 게 늘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소득 논쟁에 불을 지핀 것이다. 

이 지사는 김 위원장 강연 다음날인 4일 자신의 SNS에 ‘기본소득은 복지 아닌 경제정책... K방역 이어 K경제 선도할 때’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지사는 이 글에서 “기본소득은 복지정책이 아닌 경제정책”이라며 “김종인 위원장이나 안철수 대표의 기본소득 도입논의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필요한 것들을 인간노동으로 생산하는 시대가 가고, 기술혁신과 디지털 경제로 기계와 인공지능이 인간노동을 대체하는 4차산업혁명 시대가 오고 있다”며 “코로나19 전과 후는 수렵 채집에서 농경사회로 전환만큼 큰 질적 변화”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이후 시대는 한계생산비가 제로에 수렴하며 공급역량은 거의 무한대로 커지고 글로벌 초거대기업의 초과이윤이 급증하는 대신, 구조적 노동수요(일자리)축소와 이에 따른 소비절벽으로 수요 공급 균형이 무너져 경기침체가 일상이 될 것”이라며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시장영역인 공급과 수요, 정부 영역인 재정조정으로 구성된다. 기본소득은 정부의 재정기능을 통한 안정적 소비 수요 창출로 투자와 생산 공급을 늘려 경제 선순환을 유지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 위원장과 이 지사는 경쟁적으로 기본소득을 주제로 이슈를 만들어 나갔다. 두 사람은 각 진영 내 기본소득에 대한 논란과 비판에도 불구하고 입장을 같이 한 것이다.  

일요서울과 지난 4일 종로 모처에서 만난 정치권 관계자는 “김종인 전 위원장의 윤석열 전 총장에 대한 구애가 식어가고 있다”며 “이재명 지사에 대해 호의적인 입장을 같고 있는 김 전 위원장이 당내 기반이 약한 이 지사와 제3지대에서 손을 잡고 새로운 정치세력으로 부상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대선을 얼마 앞두지 않은 시점에 제3지대에서 새로운 정치세력을 모색하는 김 위원장의 이 지사 띄우기의 의도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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