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 피해액 ‘6조’···작가들 삶 갉아먹는 ‘불법 웹툰 사이트’

‘밤토끼 시즌2’ 사이트 메인 화면. [사진=밤토끼 시즌2 사이트 화면 캡처]
‘밤토끼 시즌2’ 사이트 메인 화면. [사진=밤토끼 시즌2 사이트 화면 캡처]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수사당국 대대적인 단속으로 운영진이 잡히고도 200회가 넘게 부활한 사이트가 있다. 바로 한국 웹툰 업계 사람들의 피를 말리고 있는 ‘밤토끼’다. 지난 2018년 5월 사이트 운영진들이 검거되면서 많은 불법 웹툰 사이트가 없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지만, 밤토끼는 시즌2로 돌아왔고 불법 웹툰 사이트는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밤토끼 시즌2는 벌써 지난 13일 기준, 203번째 부활했다. 200개가 넘는 불법 웹툰 사이트를 생성시킨 주범인 밤토끼는 정부와 수사당국을 비웃듯 불사조처럼 부활하고 있다. 일요서울이 밤토끼 시즌2를 비롯, 불법 웹툰 사이트들의 실체를 추적해 봤다.

아직도 우후죽순 생겨난다···이용자들 인식 개선해야

밤토끼는 불법 웹툰 사이트의 대표라 해도 과언이 아닌 사이트이다. 지난 2016년 10월부터 운영되기 시작해 웹툰을 불법 복제‧게시하면서 웹툰 산업 관련자들과 작가들의 삶을 갉아 먹었다. 당시 월 평균 3500만 명, 일 평균 116만 명 정도가 접속하던 밤토끼는 지난 2018년 운영자가 덜미를 잡히면서 폐쇄됐다. 200개가 넘는 불법 웹툰 사이트를 생성시킨 주범인 밤토끼는 시즌2로 돌아왔다.

-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느낌”

보통 불법 도박‧성인‧웹툰 등의 사이트 주소 뒤에는 숫자가 적혀 있는데 이는 도메인을 변경한 횟수를 뜻한다.

시즌2로 돌아온 밤토끼의 주소 뒤에는 벌써 ‘203’이라는 숫자가 적혀 있다. 즉 차단 등 조치를 하고 있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가 사이트를 막았음에도 200번이 넘게 부활한 셈이다. 현재 주요 포털 등에서 간단한 키워드만 검색해도 밤토끼 시즌2에 접속할 수 있는 경로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는 실정이다.

최근에 폐쇄된 사이트 숫자로 접속하면 “이 페이지는 더 이상 사용하지 않습니다”라는 경고 문구와 함께 “밤토끼 시즌2 주소는 000로 변경되었습니다. 사이트 주소 변경 안내 및 공지사항과 업데이트 현황 등은 텔레그램 채널을 팔로우 하시면 편리합니다”라는 글이 적혀 있다.

밤토끼 시즌2 및 다른 불법 웹툰 사이트의 통합 채팅방에는 지난 13일 오후 기준, 실시간으로 6만1900여 명이 접속해 있었다.

접속자들의 채팅도 활발했다. 서로의 닉네임을 부르며 근황을 묻는 접속자도 많이 볼 수 있다. 지속적으로 사이트에 접속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불법 웹툰 사이트 사용법을 알려 주는 접속자도 보였다.

밤토끼 시즌2에 들어서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성인물이다. 일반 웹툰뿐 아니라 성인 웹툰도 무단으로 복제하고 있는 것이다. 미성년자가 아무런 제한 없이 사이트 접근이 가능해, 들어서자마자 성인물을 접할 수 있다는 얘기다.

웹툰 정보포털인 ‘웹툰가이드’ 대표이자 ‘한국웹툰산업협회’ 이사인 강태진 대표는 일요서울에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지하철에서 불법 웹툰 사이트를 많이 보고 있다”면서 “가장 심각한 건 네이버에는 (불법 웹툰 사이트 정보가) 나오지 않지만, 구글에서는 많이 나온다. 구글의 의지가 없다. 구글을 압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역 웹툰 작가이자 ‘한국웹툰작가협회’ 이사인 유승진 작가는 일요서울에 “사실 도메인만 막아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200번이나 바꾸는 등 이런 것들이 아주 손쉽게 이뤄지고 있다는 건데, 반대로 그만큼 빠르게 막을 수 있는 다른 방법이 모색돼야 한다”며 “현재 (차단) 패턴들은 사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느낌”이라고 밝혔다.

- 시작부터 강탈당하는 작품들

밤토끼 시즌2를 비롯한 불법 웹툰 사이트 운영진들은 차단 권한을 갖고 있는 방심위의 시스템을 꿰뚫고 있다. 단기간용 불법 도메인을 만들고 방심위가 차단을 하면 새로운 도메인을 만드는 식이다.

피해 규모는 우습게 볼 수준이 아니다. 최근 웹툰가이드의 WAS(웹툰통계분석 서비스)에 따르면, 불법 웹툰으로 인한 누적 피해액이 6조486억 원에 달한다. 플랫폼 중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은 레진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만화‧웹툰 불법유통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1월부터 2018년 8월까지 레진은 9720억 원, 네이버 웹툰은 1570억 원, 다음은 462억 원 규모의 피해를 봤다. 현재까지 훨씬 더 많은 피해를 봤을 것으로 추정된다. 레진의 피해 규모가 가장 큰 까닭은 유료 웹툰 서비스가 주력이기 때문이다. 네이버 웹툰과 다음은 무료 웹툰 서비스에 집중하기 때문에 피해 규모는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파악된다.

플랫폼의 피해도 막심하지만 작가들은 울분을 토하고 있다.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노력해서 만든 작품을 시작부터 강탈당한다는 것이다.

유 작가는 “(웹툰) 작가들은 작품을 준비하기 위해서 정말 많은 시간을 쏟고 노력한다. 가령 카카오페이지에 작품이 들어가기 위해서는 최소 20편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 식으로 긴 시간이 소요되는데, 런칭하는 그날 하루 만에 작품들이 (불법 웹툰 사이트에) 다 올라온다”면서 “나도 경험했던 일이고, 주변 작가들도 마찬가지다. 작가들이 긴 시간 고생한 작품들을 강탈당해 허탈한 심정이다. (불법 웹툰 사이트들이 작품을 복제할 때) 작품 워터마크에 자기들 사이트의 성인 광고 같은 것들도 붙인다. 더욱 불쾌한 대목이다. 작가들이 피해자인데, (워터마크 등 때문에) 가해자로 오해하지 않을까 불안한 측면도 있다”고 토로했다.

현역 웹툰 작가이자 ‘한국만화가협회’ 이사인 장윤호 작가는 일요서울에 “지난 2019년 기준, 4960개 작품이 불법 유통됐다고 알려진 것으로 봤을 때 전체 웹툰 작품의 40%에 달하는 수준이 불법 유통된 만큼 상당수의 작가들이 피해를 입었다”면서 “실제로 심한 스트레스와 우울감, 또 이런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것에 대한 무력감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어떤 해결책이 필요할까. 우선 업계 관계자, 작가들은 ▲이용자들의 인식을 개선해야 하며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과거 영화인들의 합법 영화 다운로드 캠페인이 성공한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장 작가는 “이용자들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캠페인 활동을 지속해야 한다. 만화인들과 협회들의 융합된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그동안 캠페인이 지속돼 왔고, 이번 연도에도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많은 이용자들이 캠페인과 홍보를 공감할 수 있는 형식으로 진행돼야 할 것 같다”며 “또 불법 사이트인 것은 많은 사람들이 인지하기 시작한 것 같은데, 불법 웹툰 사이트의 링크를 공유하는 것도 불법이라는 사실은 모르는 것 같다. 많은 온라인 이용자들이 불법 저작물을 접하면서 ‘이게 잘못된 행동이구나’, ‘근절해야겠구나’라는 인식이 생길 수 있도록 널리 확산될 수 있는 방식으로 캠페인이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강 대표는 “사실 창과 방패의 싸움 비슷한 건데, 제일 필요한 것은 ‘차단 절차의 현실화’다. 방심위에서 차단을 담당하고 있는 인력이 많지 않고, 차단 절차가 2주나 걸린다. 방심위와 한국저작권보호원으로 이원화돼 있는 도메인 차단 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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