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해리스, 조지 플로이드 가족과 25일 백악관서 대면
플로이드 일가 “플로이드 치안연방법 제정 이뤄져야” 촉구

지난 25일(미국 현지시각) 미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해 경찰 과잉진압으로 사망한 조지 플로이드의 가족들(사진)과 만남을 가졌다. [CNN]
지난 25일(미국 현지시각) 미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해 경찰 과잉진압으로 사망한 조지 플로이드의 가족들(사진)과 만남을 가졌다. [CNN]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미국 CNN은 조지 플로이드가 미니애폴리스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사망한 지 1년이 된 지난 25일(미국 현지시각) 플로이드의 가족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과 대면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플로이드의 가족과 바이든의 만남으로 인종차별과 경찰의 과잉진압 및 폭력에 반대하는 전국적 시위도 잇따랐다.

조지 플로이드의 동생인 필로니스 플로이드는 바이든 대통령 접견 당일 기자들에게 “우리 가족들은 대통령, 부통령과 좋은 만남을 가졌다”고 말하면서 “그들은 진정성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서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고 밝혔다.

또 그는 “조지 플로이드 치안법이 통과되길 바란다”며 “멸종 위기에 처한 대머리독수리를 보호하기 위한 연방법도 제정됐는데, 유색 인종을 보호하기 위한 연방법 제정도 이뤄져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현재 경찰의 위법 행위에 대한 국가 규제 정착, 사법 기관의 인종·종교별 프로파일링 금지, 경찰의 면책특권 점검 등을 골자로 한 ‘조지 플로이드 정의 치안법(George Floyd Justice in Policing Act)’이 미 상원에서 계류된 상태다. 당초 바이든 대통령은 이 법안을 플로이드 가족과 접견한 당일인 25일(미국 현지시각)까지 의회 통과시킨다는 계획이었으나, 결국 해당 법안에 대한 의회 협상 기일은 미뤄졌다.

지난해 미 의회에서는 플로이드의 이름을 딴 ‘조지 플로이드 정의 치안법’이 발의돼 민주당이 압도적 의석을 점하고 있는 하원을 통과했다. 하지만 경찰에게서 면책특권을 일방적으로 박탈한다고 비판한 공화당 측 반대에 부딪혀 해당 법안은 상원 비공개 회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 소수당의 필리버스터를 저지하기 위해선 최소 60명이 법안에 찬성해야 하는 데다, 10명의 공화당 상원의원이 법안 통과를 찬성해야 하는 만큼 해당 법안 통과를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플로이드의 또 다른 형제인 로드니 플로이드는 바이든 정부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은 형의 사망 기념일에 우리 가족에게 ‘큰 관심’을 보였다”며 “대통령과 부통령이 어떻게 지내고 있고, 어떻게 스스로를 돌보고 있는지 물었다”고 말했다.

플로이드의 조카 브랜든 윌리엄스는 “바이든 대통령은 ‘플로이드 치안법이 통과되길 원하고 있지만, 올바른 입법인지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했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법안 통과를 지지하지만 올바른 입법인지 면밀한 검증이 필요하다며 졸속 법안이 되지 않길 원했다”고 밝혔다.

이어 윌리엄스는 “바이든 대통령이 당초 목표했던 25일까지 해당 법안이 통과되지 않은 것에 유감을 표했다”고 바이든의 의중을 전했다. 

이날 해리스 부통령은 “플로이드의 죽음 이후 그의 가족들은 계속해 용기, 은혜, 회복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독려하면서 “플로이드는 오늘 살아있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미 잃어버린 생명을 되찾지 못하지만, 이로 인해 (우리 사회가) 한발짝 나아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의회가 조속히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통령과 대면 이후 플로이드 일가는 이번 경찰개혁 법안 수석 협상가인 코리 부커 민주당 상원의원, 팀 스콧 공화당 상원의원도 만났다. 이 밖에도 국회의사당에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경찰개혁 법안 통과를 주도했던 카렌 배스 민주당 하원의원과도 접견했다.   

플로이드 가족과 대면을 마친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들과 담화에서 “경찰개혁 법안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캐피톨 힐(Capitol Hill, 미 의회)’의 의원들과 논의했으며, 현충일 이후 조속한 법안 합의가 이뤄지기를 희망한다”면서 “플로이드 정의 치안법이 통과될 것으로 낙관한다”고 부연했다.

백악관과 플로이드 가족의 인연은 지난해 6월 조지 플로이드의 장례식을 앞두고 조의를 표하기 위해 바이든 대통령이 휴스턴을 방문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 미니애폴리스 경찰관인 데릭 쇼빈의 재판과 관련, 지난 1년 동안 수차례에 걸쳐 플로이드 가족들과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쇼빈 전 경관은 의도치 않은 2급 살인, 3급 살인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플로이드 가족은 지난 25일 ‘조지 플로이드 지역사회 자선 기금’ 조성에 미니애폴리스시(市)와 함께 총 50만 달러를 기부했다고 밝혔다. 앞서 플로이드 가족은 총 2700만 달러의 합의금을 받았다. 이 기금은 미니애폴리스 38번가와 시카고가에서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조직과 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원에 쓰일 예정이다. 미니애폴리스 38번가와 시카고가 교차로는 플로이드가 숨을 거둔 장소다.  

조지 플로이드는 지난해 5월 25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경찰관인 데릭 쇼빈에게 무릎으로 9분 이상 목을 졸려 사망했다. 당시 플로이드는 경찰들에게 “숨을 쉴 수 없다”며 풀어줄 것을 요청했으나 끝내 사망했고,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 전역에선 거센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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