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라 투자 규모’ 두고 백악관-공화당 상원 이견 첨예
바이든, 롭 포트만·밋 롬니 의원 등 초당파 그룹과 접촉
백악관, 협상 불발 시 민주당 단독 법안 처리 강행 예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의회 공화당 상원과 인프라 투자법안 통과를 두고 협상을 벌였지만 끝내 무산되면서 현재 민주당, 공화당의 초당파 의원들과 접선을 이어가고 있다. [美 CNBC]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미국 백악관과 국회 공화당 상원의 팽팽한 기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경기 부흥책의 일환으로 인프라 투자 법안 통과를 시도하고 있는 바이든 정부가 공화당 상원 핵심 멤버들의 반발에 부딪혀 난맥상이 드러나고 있는 것.   

공화당 상원이 끝내 비협조적 스탠스를 취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초당파’ 포섭으로 우회하는 모양새다. 이마저도 불발된다면 민주당은 단독 법안 처리를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9일(현지시간) 미국 CNBC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백악관과 공화당 상원의원들 간 초당적 인프라 법안 협상이 지난 8일 결렬됐다고 보도했다. 무엇보다 이번 협상 결렬은 인프라 세부안과 소요 예산 등에 대한 이견이 컸던 게 주효했다고 전했다. 

공화당 수석 협상가인 셸리 무어 캐피토 공화당 상원의원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 지난 화요일 전화상으로 회담을 마쳤다고 밝혔다.

무어 캐피토는 성명을 내고 “오늘 오후 대통령과 인프라 협상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눴다”며 ″(대통령과) 협상을 진행하는 동안 우리 공화당이 바이든표 인프라 구축안을 반대하는 몇 가지 핵심적인 이유를 설명하는 데 있어 정중하면서도 단호하고 매우 솔직하게 임했다”라고 말했다.

무어 캐피토 상원의원의 이러한 발언은 사실상 한 달에 걸쳐 인프라 구축 법안에 대한 백악관과 공화당 상원 간 격론이 이어진 끝에 결국 협상이 무산됐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공화당과 합치(合致)에 실패한 바이든 대통령은 인프라 법안 통과를 위한 ‘플랜 B’에 돌입했다. 공화당 상원과의 협상이 사실상 무위로 돌아감에 따라, 후속 대책으로 구상해왔던 상원 내 초당파 그룹과 접촉을 시도한 것.

의회 ‘초당파 그룹’ 포섭 나선 바이든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8일 SNS를 통해 빌 캐시디 공화당 상원의원에게 그의 소속 지역구인 루이지애나주(州)를 부양할 “홍수 재난복구 및 에너지 공급 시설에 대한 구상안을 마련해 뒀다”며 회유에 나섰다. 

또 그는 “캐피토 상원의원의 노력을 존중한다. 다만, 인프라 투자 협상은 초당적이어야 한다”라고 적었다.

이와 함께 바이든은 중도 민주당원인 키어스틴 시너마 상원의원과 조 맨친 상원의원과도 접촉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성명을 내고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과 공화당에 줄곧 (인프라 법안 통과에) 합의를 볼 것을 촉구했다”며 “촌각을 다투는 국가 프로젝트인 만큼, 인프라 투자 법안에 조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초당적 제안에 힘써달라고 주문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9일 ‘G7 정상회의’ 참석차 유럽 출장을 앞둔 가운데, 젠 사키 대변인은 통수권자의 부재 중 국정 현안을 담당할 내각과 백악관 보좌진을 지명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유럽 순방 중에도 초당파 의원들과 소통하며 협상을 독려할 예정이다.

백악관은 또한 초당파 그룹으로 꼽히는 롭 포트만 공화당 상원의원, 밋 롬니 공화당 상원의원과도 접선을 시도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종적으로 ‘인프라 투자 협상’에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게 될 20명의 상원의원 중도 그룹을 적극 포섭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초당적 합의를 지향하며 투자 계획 규모를 기존 2조3000억 달러에서 1조7000억 달러로 약 6000억 달러가량 삭감한 타협안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여전히 공화당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고, 총 투자 규모 9280억 달러라는 새로운 안을 역으로 제안했다. 이에 백악관은 공화당이 제시한 투자 규모가 터무니 없다며 이를 거부해 양 측 견해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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